책 소개
글로벌기업 삼성이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삼성과 삼성가(家)를 재조명하는 실록소설이 새로 나왔다. <삼성가 가복 떡배아재>
책 제목이 이색적인 데다 도입부부터 사뭇 관심을 끌게 된다. 작중 주인공 떡배아재는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몸종 장덕배(張德培)에게 붙여준 내당마님 박두을 여사의 애칭. 대물린 삼성가 가복의 후손인 떡배아재는 12세 때 마산에서 정미소를 경영하던 이병철의 몸종으로 불려가 매일 목욕을 즐기는 상전의 때밀이, 즉 세신(洗身)을 책임진다. 그렇게 평생 그늘에 가려 상전의 그림자처럼 지내다가 이 회장이 세상을 뜰 때 마지막 세신으로 저승길을 배웅했다.
떡배아재의 회고담을 통해 전개되는 이병철의 삼성 창업 비사(秘史) 중 전문경영인 영입 1호인 초대 지배인(CEO) 이순근과의 악연은 특히 흥미롭다.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주종(主從) 간의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인과응보(因果應報)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병철의 동경 유학시절에 만난 절친한 친구로 경영능력이 뛰어나 일제 강점기 창업 이후 7년간에 걸쳐 삼성상회를 삼성물산으로 도약시키는 토대를 마련했으나 이념적으론 철저한 마르크스주의자였다.
그래서 그는 전문경영인으로 삼성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그 당시 창업지 대구에서 암약 중이던 박상희(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형ㆍ김종필 전 총리의 장인)와 황태성(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구사범 은사) 등과 접촉하게 된다. 그들은 순수한 독립운동보다 이념적으로 뜻을 같이해 당시 코민테른(국제공산주의운동)에 참여하고 있던 박헌영과 함께 남로당 창당에도 깊숙이 관여하게 된다.
특히 이순근은 이 과정에서 자금책을 맡아 삼성상회 운영자금을 축내기도 했으나 이병철은 관대하게 눈감아 주었다. 따지고 보면 이병철도 간접적이나마 그들과 한통속이 된 셈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데올로기에 관한 한 철저하게 선을 긋는 보수주의자였고 이순근을 만날 때마다 마르크스 이념에서 벗어나 경영에 전념할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이순근은 해방이 되자 미련 없이 삼성을 떠나고 그 이듬해 남로당이 해방공간에서 최초로 일으킨 대구 10ㆍ1폭동사건(1946년 10월 1일)을 주도한다. 이때 폭도들은 대구 시가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약탈과 살인을 자행했으나 삼성과 삼성가는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순근이 보호해준 덕분이었다.
10ㆍ1폭동사건에 실패하고 자진 월북한 이순근은 북한 내각 부수상 겸 외무상이 된 박헌영의 천거로 농림상에 오르지만 김일성이 직파한 거물간첩 성시백을 통해 서울에서 삼성물산을 경영하던 이병철을 포섭하려고 집요하게 접근한다. 하지만 철저한 자본주의자이자 보수일변도인 이병철의 이념적 고집을 꺾지 못했다. 이후 한국전쟁 초기엔 이순근이 직접 서울에 나타나 지하에 숨어버린 이병철을 찾아 헤매기도 했으나 역시 실패하고 이병철의 쉐보레 승용차만 징발해 박헌영에게 상납한다.
또 한 사람, 주종 간의 악연. 떡배 아재의 둘째 형 용배는 어릴 때부터 영리해 이병철의 아버지 술산(述山) 어른이 장차 훈도(訓導ㆍ교사)가 되라며 진주사범학교로 진학시킨다. 그러나 용배는 진주사범에서 자퇴하고 18세 때 독립운동을 한다며 만주로 건너가 중국 인민해방군에 입대, 한국전쟁 때는 낙동강까지 진출한 조선인민군 중좌로 고향에 나타난다. 배은망덕하게도 평소 품고 있던 상전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이념적으로 청산할 심산이었으나 술산 어른의 충복으로 일관하는 맏형 상배의 만류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사라진 그는 유엔군의 북진 때 후퇴하다가 낙오되고 만다.
지리산 공비로 돌변한 그는 형 상배를 통해 식량을 조달해오다 마침내 원한의 대상이던 술산 어른을 반동으로 몰아 상전네 종택을 접수하고 대남투쟁을 위한 해방구를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사생결단하고 막아서는 형 상배의 만류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지리산으로 복귀하다가 토벌군에 의해 사살된다. 아끼던 가복의 복수극에 혼절한 술산 어른은 주종관계를 떠나 대갓집 가부장답게 용배네 식솔들을 예나 다름없이 거두며 가문을 이끌어가다 천수를 다하고 눈을 감는다.
이러한 얘기는 떡배아재가 무덤까지 갖고 갈 요량으로 가슴깊이 묻어두었던 금기사항으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알려지지 않았다. 여기에다 사업가 이병철이 삼성 창업 이후 한국 최대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했던 정치권력과의 갈등에다 파란만장한 인생역정 등 내밀한 개인사도 곁들이고 있다.
저자 이용우는 중앙일보 사회부기자ㆍ사회부장ㆍ편집부국장을 거치면서 삼성 창업지 대구에서 오랫동안 주재한 인연으로 재야창업원로들과 삼성가 로열패밀리들을 자주 접촉하는 과정에서 전해들은 내밀한 얘기 중 중요한 부분을 발췌해 실록소설로 엮게 되었다.
작가 소개
중앙일보 사회부 기자, 사회부장, 편집부 국장,
영남총국장을 거쳐 현재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논픽션으로 <기자, 그거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장편소설로
<전쟁과 수녀>, <혼돈의 세월>
<붉은 수레바퀴가 남긴 상처>,
<진짜 실세, 가짜 실세>, <어글리 양키스>
<삼성가의 사도세자 이맹희> 외 다수가 있다.
목 차
_ 창업초창기
_ 삼성 일등공신은 마르크스주의자
- 혼돈의 시대
_ 재기의 몸부림
_ 영욕의 세월
_ 음모
_ 승자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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