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아름다움은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을 때만 볼 수 있다.”
중국 미학계의 거장이자 큰 어른이었던 주광첸朱光潛(1897-1986),
중일전쟁을 목전에 두었던 1932년 격동의 시대,
그가 청년들에게 띄웠던 ‘아름다움’에 관한 15통의 편지
동북아를 대표하는 ‘100대 한중일 고전’ ≪시론時論≫의 저자이자, 오늘날 중국 현대 미학계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미학자 주광첸의 책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원제: 담미?美)≫가 86년 만에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일본의 중국 침략이 노골화되었던 1932년, 주광첸 선생이 청년들을 위해 쓴 열다섯 통의 편지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는 복잡한 시대 상황에 갇혀 괴로워하는 청년들에게 진심을 담아 인생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감정이 메마른 사람은 모든 사물에 흥미가 없다. 그저 평생 배부른 돼지가 되려 할 뿐 흥미를 추구하지 않는다. 감정이 풍부한 사람은 예술가이며 감정이 메마른 사람은 속인이다. 감정이 풍부한 사람은 삶이 아름답고 풍요롭다. 인생의 예술화란 아름답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자세다. ‘흥미롭다’는 이 자체가 감상이다. 삶을 알고자 한다면 주변의 수많은 사물을 느끼고 감상하라. 감상은 목적이 없는 행위를 즐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감상을 할 때 사람은 신처럼 자유롭고 부유하다. p. 194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그만큼 열정적으로 살아간다’ 中
“삶을 알고자 한다면 주변의 수많은 사물을 느끼고 감상하라. 아름다움은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을 때만 볼 수 있다.” 노인의 주름 가득한 손을 추하다 말하는 것은 한 인생이 오랜 세파를 겪어낸 이면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것이며, 투박해 쓸모없어 보이는 옹기를 하찮게 바라보는 것은 민초의 삶과 함께한 그 쓰임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일본제국주의 군대가 턱밑까지 침략한 상황에서 ‘아름다움’을 논하는 것이 한가한 듯이 보이나, 그는 대중들이 제대로 된 ‘아름다움’을 분별하지 못함으로써 사회가 탁해지고 천박한 배금주의에 매몰되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참된 아름다움을 분별함으로써 인생의 의미를 이해하고 찾아 나서려 노력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깨닫고 성찰할 수 있는 것이다. 1932년 출간 이래 오늘날까지 중국인들에 이 책이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도, 현대사의 모진 고난을 겪으면서 예술과 삶 자체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자 했던 인간 본성의 심연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섰을 때, 아름다움은 그 실체를 우리 눈에 드러낸다.”
인생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법, 세상의 참된 의미를 이해하는 법
“본체, 현실 속, 자신의 처지, 늘 보던 풍경을 직시하면 마치 배를 타고 안개 자욱한 바다 위를 헤매는 것처럼 갑갑하고 어지럽다. 행여 제시간에 육지에 도착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풍경을 감상할 정신조차 없다. 실용적 태도로 사물을 보면 그것들은 모두 일상생활의 도구이거나 장애물일 뿐이며 탐욕 또는 혐오를 일으키는 대상에 불과하다.” p. 32 ‘바둑의 수는 구경꾼이 더 잘 안다’ 中
우리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인생을 바라보지 못한다. 나이가 들수록 감정이입이 어렵고, 사물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현실과 이상의 벽이 점점 높아지며 세상은 더욱더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 인생은 넓은 의미의 예술이고, 각자 삶은 우리 자신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예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같은 돌을 가지고 위대한 조각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 사람이 있듯이. 이는 돌을 다루는 사람의 소양에 달려 있다. 삶을 이해하는 사람은 예술가이고, 그의 삶은 예술 작품이 된다. 삶을 이해한다는 것은 주변의 수많은 사물을 느끼고 감상하며, 감정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다.
우리 삶에는 훌륭한 문장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즉, 누가 그것을 발견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대 미학의 큰 스승 주광첸 선생은 ‘우리 주변의 수많은 사물을 느끼고 감상하는 자세’를 이야기한다. 사물 하나, 풍경 하나에서도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진한 여운과 다양한 감정을 발견하는 힘. 아름다움이 보이고 느껴지는 경험. 여기에서 우리는 삶과 인간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주광첸
중국의 저명한 미학가, 문예이론가, 교육가, 번역가이다. 필명은 멍스(孟實)이며 안후이(安徽)사람이다. 홍콩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25년 유학길에 오른 그는 영국 에든버러대학, 런던대학, 프랑스 파리대학, 스트라스부르대학에서 심리학,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귀국 후 칭화대학, 베이징대학, 중앙예술대학, 쓰촨대학, 우한대학 등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저술로 『프로이트의 무의식학설과 심리분석』(1921), 『청년들에게 보내는 12통의 편지』(1929),『무의식과잠재의식을연구한학자들』(1930),『The Psychology of Tragedy(비극심리학)』(1933), 『아름다움을 말함』(1934), 『문예심리학』(1936), 『시론』(1943), 『수양을 말함』(1943), 『문학을 말함』(1946) 등 다수가 있다. 평생 번역에도 정열을 기울여 크로체, 플라톤, 레싱, 헤겔, 비코 등의 작품을 소개했다.
옮긴이 : 이화진
숙명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중과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주베이징서울문화무역관(서울시청 베이징 대표처)에서 근무했으며 2007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뮤지컬 대장금' 한국어 대본을 중국어 자막으로 번역하였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정치인의 식탁》, 《역사가 기억하는 세계 100대 사건》, 《청춘, 그 이름만으로도 뛴다》, 《편견, 생각에 좌표를 찍다》 등 다수가 있다.
목 차
들어가는 말_ ‘세속적인 것’에서 벗어나는 방법
하나 노송을 보는 세 가지 태도
: 실용, 과학, 심미
둘 바둑의 수는 구경꾼이 더 잘 안다
: 예술과 삶의 차이
셋 물고기도 아니면서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안다 하는가?
: 우주의 의인화
넷 그리스 여신 조각상과 생기발랄한 처녀
: 미감과 쾌감
다섯 기억 속 아련한 청록 비단 치마
눈길 닿는 곳마다 초록 풀꽃 서글퍼라
: 미감과 연상
여섯 명작을 대할 때 영혼의 흔들림
: 고증과 비평 그리고 감상
일곱 제 눈에 안경
: 미와 자연
여덟 예술은 자연을 모방하여 구현되는 것인가?
: 사실주의와 이상주의의 착오
아홉 성인은 어린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는다
: 예술과 놀이
열 공중누각 空中樓閣
: 창작의 상상
열하나 눈에 보이는 이미지 너머
그 대상의 중심으로 들어가라
: 창작과 감정
열둘 마음 가는 대로 움직여도 어긋나지 않는다
: 창작과 율격
열셋 시를 잃을 것인가, 나를 잃을 것인가?
: 창작과 모방
열넷 만 권의 책을 읽으면 붓에 신이 들린다
: 천재와 영감
열다섯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그만큼 열정적으로 살아간다
: 예술과 인생
주쯔칭의 말_ 아름다움, ‘목적이 없는 행위’에 도달하는 것
<부록> 근대 실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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