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어느 시대나 청년들은 방황했습니다. 그런 청년들에게 어떤 길을 보여줄 수 있는지 살펴보면 그 시대의 성숙도를 알 수 있기 마련입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는 청년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있을까요? 세상에 나가 성공한 사람들은 멋진 말을 늘어 놓지만 결국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소리 높입니다. 한편에서는 세상의 가치는 중요하지 않다며 평화와 위로를 말하지만 결국 세상과 담 쌓고 나 홀로 조용히 살라는 셈입니다. 이 시대의 많은 청년들은 시대가 보여주는 길 앞에서 경쟁에 뛰어들어 고통받거나 파편화된 나에 갇혀 고독하게 살아갑니다.
이 장면 뒤에 '꼰대' 혹은 '망국의 주역'이란 꼬리표가 따라붙는 '유학'을 말하는 것은 어쩌면 의아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꼬리표를 뗀 유학 안에는 내가 나로 설 수 있는 힘, 그러나 나에 갇히지 않는 포용을 지혜롭게 배워 나갈 수 있는 길이 담겨있습니다. 유학의 본원인 공자는 변변치 않은 환경에서 태어나 방황했지만 홀로 서는 삶을 결단하고 내가 세상을 따뜻하게 품는 삶을 살았습니다.
율곡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청년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고민하며 잠시 불교에 귀의하기도 했습니다. 전도유망했던 청년이 모든 것을 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갈 만큼 방황은 깊었고 절실했습니다. 그러나 그 역시 다시 세상으로 나와 시대의 모순을 온 몸으로 겪어내며 삶과 사람을 껴안는 삶을 살았습니다.
이처럼 교조화되고 경직된 유학을 조금만 걷어내 보면 지금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게 고민하고 방황했던 선인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로지 나의 성공을 이루기 위한 경쟁적 삶, 작은 나의 평화에 머무르고자 시끄러운 세상과 단절하는 삶과는 조금 다른, 이제는 우리에게 낯선 감수성이 그들의 삶 속에 깃들어 있습니다. 그 낯섦을 섬세하게 느껴보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지혜로 재창조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낡은 것에서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천재적 면모를 지닌 청소년기의 율곡이 어머니를 여의고 방황을 시작하는 장면에서부터 다시 세상으로 나와 온 세상을 품으려 했던 그의 치열했던 삶 전반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1부: '율곡을 보다.' 에서는 지난하지만 꿋꿋했던 율곡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2부: '율곡에게 듣다.' 에서는 선조에게 올린 여러 조언들을 통해 내 삶의 왕으로 바로 설 수 있는 원리를 살펴봅니다. ▲ 3부: '율곡처럼 품다.' 에서는 세상을 품어 더 큰 나로 성장해가는 길을 배워봅니다. ▲4부: '율곡을 넘다.' 에서는 시대와 당당히 맞섰던 율곡의 지혜를 오늘의 현실에 적용해봅니다.
총 4부에 걸쳐서 율곡의 궤적을 쫓다 보면 '그 역시 나처럼 방황했구나' 라는 안도감과 동시에 '참으로 치열하고 탁월하게 노력했구나' 라는 위기감이 찾아올 것입니다. 저자는 그 궤적 끝머리 마다 내 삶의 주인으로 내 뜻을 펼치며 사는 삶에 대한 감성을 때론 강하게 때론 나지막하게 남겨두었습니다. 유학의 지혜를 삶 속에 구현했던 그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느껴보고 오늘날 나의 삶에 적용가능한 원리를 발견해 본다면, 박제되고 신화가 된 율곡이 아닌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그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저자 김경호는 고려대에서 율곡의 심성론을 연구하여 학위를 받은 후 2014년에 '율곡대상'을 수상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율곡학 전문가 중 한 사람입니다. 그 역시 80년대 대학을 다녔던 그 시절의 많은 청년들처럼 시대의 질곡을 온몸으로 겪으며 방황하고 배회했습니다. 그는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 속에서 청년시절 율곡을 만났고 율곡의 자취를 통해 용기를 얻고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렇기에 그가 길어 올린 율곡은 책장속에 갇힌 낡은 율곡이 아니라 삶 속에서 살아 숨쉬며 저마다에게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모던 율곡'입니다.
이 책이 되풀이되는 반복 속에 흔들리면서도 담담하게 삶을 견뎌내는 사람들에게, 차이를 발견해내고 그 차이들의 실천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잊지 않고 있다는, 함께 한다는 다짐과 위안의 불씨가 되길 희망합니다.
작가 소개
검푸른 바다가 보이는 강원도 고성의 공현진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고려대학교 철학과에 진학하여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배웠고 동 대학원에서 한국유학을 공부한 후 '율곡의 심성론에 관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최근 수년간 '감성유학론'과 '한국인의 감성'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횡단적 보편학으로서 감성인문학과 호남학의 이론 정립을 위한 아젠다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2014년도에는 율곡학에 대한 그간의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율곡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감성유학》(전남대학교출판부, 2017), 《감성의 유학》(전남대학교출판부, 2014), 《동양적 사유는 어떻게 탄생했는가-리와 기의 조화와 충돌 그리고 탈출》(글항아리, 2012), 《인격성숙의 새로운 지평-율곡의 인간론》(2008, 정보와사람)이 있습니다. 또한 《공감장이란 무엇인가》(도서출판 길, 2017) ·《우리시대의 사랑》(전남대학교출판문화원, 2014) ·《우리시대의 분노》(전남대학교출판문화원, 2013) ·《유교도교불교의 감성이론》(경인문화사, 2011) ·《감성의 세 층위》(경인문화사, 2010) ·『한국유학사상대계》(한국국학진흥원, 2005) ·《조선유학의 개념들》(예문서원, 2002) ·《자료와 해설 한국의 철학사상》(예문서원, 2001) 등을 여러 사람과 함께 썼습니다.
목 차
시작하며: 나의 율곡
제1부 율곡을 보다
01 그리움: 어머니
02 경계: 입산과 환속, 사이
03 연민: 타자의 고통
04 상상: 무이고곡과 고산구곡
05 염치: 간신배와 비루한 자
06 사람의 품격: 공중누각
제2부 율곡에게 듣다
01 열림: 몽매함과 격몽
02 천리: 거짓없는 진실한 마음
03 욕망: 이익과 의리
04 관점: 자득과 의양
05 군심: 정치와 교화의 근본
제3부 율곡처럼 품다
01 견지: 소나무와 기다림
02 겸손: 자기를 낮춤
03 대화: 공명하기
04 도량: 포용과 용기
05 동락: 누구의 나라인가
제4부 율곡을 넘다
01 무실: 힘써야 할 일을 안다는 것
02 변통: 시중과 시의
03 원칙: 기강과 공정사회
04 여정: 민심과 감성적 공론장
마치며: 우리의 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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