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전후의 비극적 세계관을 반영한 장 지오노의 후기 대표작
장 지오노 작품세계는 크게 두 시기로 구분된다. 전기는 남프랑스의 전원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합일을 이룬 조화로운 삶을 예찬하는데 할애되고 있다. 작가의 범신론적이고 신화적인 우주관은 당시 정신적인 가치의 추구를 갈망하던 많은 젊은이들의 추종을 받게 되고, 그의 사상은 나아가 '인간은 자연의 질서에 순응해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생명의 원초적인 근원을 되찾아야 한다'는 지오니즘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양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지오노는 커다란 사상적 굴곡을 겪게 된다. 지금까지 인간을 위협하던 가장 큰 힘으로 인식되던 자연은 집단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인간 군상의 폭력성 앞에 그 권좌를 내주게 되는 것이다. 후기의 작품에서 자연은 더 이상 평화로운 안식처가 아니라 인간이 무력하게 감수해야하는 잔혹하고 적의에 가득 찬 힘으로 나타나고, 그에 덧붙여 교활한 인간 존재의 이면이 더욱 부각되기 시작한다. 요컨대 지오노의 전기 작품들이 소박한 환경보호론적 이상주의를 대변한다면 후기 작품들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숙명적인 힘과 맞선 인간의 모험을 통해 숭고한 정신성의 추구로 기울어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사상적 변화의 중심에 바로 이 작품이 자리잡고 있다.
『폴란드의 풍차』에서 지오노는 종래의 시적 이미지나 은유를 버리고 갖가지 사건들을 긴박하고 밀도 있게 펼쳐놓고 있다. 주요 인물은 예전처럼 자연이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 속의 인간이며 아울러 주제도 더 이상 인간과 세계의 조화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운명의 관계가 취급되고 있다. 그것은 청년 시절의 지오노가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 등을 읽으며 머릿속에 각인시켰던 인간의 숭고한 존재론이 발현된 것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그 줄거리만을 보더라도 5대에 걸친 코스트 가문의 죽음을 다룬 뚜렷한 비극의 성격을 띠고 있다. 폴란드의 풍차라는 한 영지의 소유자인 조제프씨를 소개하면서 이야기는 그곳에 처음으로 정착한 코스트 가문의 비극을 환기하고 있다. 코스트는 사고로 아내와 두 아들을 연달아 잃고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피해 이곳에 정착하다. 남아있는 혈육인 두 딸을 운명의 운명의 잔인한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하는 그녀들을 너무도 평범한 가문의 형제에게 시집 보낸다. 그녀들에게 내려진 운명의 저주가 희석되기를 바란 것이다. 그러나 평화로운 나날도 잠깐 결혼한 자매가 낳은 아들딸들이 다시 사고로 죽어가면서 이들 가문의 저주는 대물림된다.
마을 사람들은 살아있는 그들을 유령이라 부르며 경계하고 철저한 격리와 비아냥 속에서 그 존재를 무시한다. 코스트의 증손녀인 쥴리는 또래 아이들의 놀림과 괴롭힘 때문에 갑작스런 경련을 일으켜 아름다운 얼굴 반쪽이 흉하게 일그러지는 사고를 겪게 된다. 그런 그녀를 불행 속에서 구해준것이 바로 조제프씨이다. 그는 마치 메시아와 같이 등장하여 음울한 영지 폴란드의 풍차를 지상의 낙원으로 가꾸어놓는 마법의 수완을 발휘한다. 그러나 이런 행복도 잠시, 한갓 인간에 지나지 않는 조제프씨이기에 그 역시 나이가 들어 숨을 거두는것을 피할수는 없었다. 조제프씨의 죽음과 함께 폴란드의 풍차는 다시 예전의 버려진 영지로 전락해버리고 코스트 가문의 마지막 후손인 레옹스는 창녀와 함께 달아나 버린다.
5대에 걸친 코스트 가문의 죽음을 다룬 이 작품은 뚜렷하게 비극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인간의 초월적인 힘에 의해 운명지어진 영웅들이 그로부터 벗어나고자하는 처절한 싸움이 그리스 비극의 골격이라면 가문에 내려진 저주의 희생물이 되는 코스트가의 싸움 속에서 우리는 운명에 도전하는 영웅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장 지오노는 작품 속에서 운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내리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당하는것 같지만 사실은 도발하고 호소하고 유혹하는 사람의 은밀한 욕망 앞에서 몸을 기울이는 사물들의 지능'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지오노에게는 세계와 삶의 의미는 운명에 도전하거나 운명을 자기 앞에 끌어들이는 사람들에게만 열려있다. 그는 작품 속에서 그러한 싸움에 동참하는 이들에게만 이름을 부여하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장 지오노
20세기 프랑스 소설사에서 전원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1895년 남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작은 도시 마노스크에서 구두를 수선하는 사람의 아들로 태어나 그곳에서 자라고 그곳에서 작품 활동을 한 프랑스의 저명한 작가다. 가난하여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16살 때부터 은행에 들어가 일했다. 17살 때는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5년 동안 전쟁터에 나가 싸웠으며, 전쟁의 참상을 몸소 겪은 뒤엔 평화주의자가 되었다.
그는 혼자 독학으로 많은 고전을 읽고 습작을 하면서 작가가 되었다. 1929년 34살 때 첫 작품 『언덕(Colline)』을 발표하면서 기대를 모아 특히 앙드레 지드로부터 큰 촉망을 받았다고 한다. 그 후 1970년에 세상을 뜨기까지 약 30편의 소설과 에세이 및 시나리오를 써서 20세기 프랑스의 가장 뛰어난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1953년에 모나코 상을 받았고 1954년 아카데미 공쿠르의 회원으로 선출되었으며 한 때 노벨문학상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 것으로 보아 그가 프랑스 문학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알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은 전쟁반대, 무절제한 도시문명에 대한 비판, 참된 행복의 추구, 자연과의 조화 등을 주제로 삼고 있다. 그의 글엔 뚜렷한 도덕적인 목표가 있는데 그것은 참된 삶의 목표를 찾는 것이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지붕 위의 경비병』을 비롯 『세계의 노래』, 『광적인 행복』, 『앙젤로』, 『소설연대기』 등이 있다.
옮긴이 : 박인철
연세대학교 불어불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파리8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불문과 교수로 있다. 지은책으로 <프랑스 언어학의 방법과 실제>(함께지음), <현대 기호학의 발전>(함께지음) 등이 있고, 옮긴책으로 <조형기호학>, <위험한 관계>, <변화>, <기호학의 역사> 등이 있다.
목 차
- 2장
- 3장
- 4잗
- 5장
- 6장
- 7장
- 작품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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