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삶을 이끌어 주는 만남과 인연에 대한 이야기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상상의 세계,
그 보리밭에 숨겨진 비밀이 우리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
보리밭에 홀로 남겨진 아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분이와 친구들은 숨바꼭질을 한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분이는 술래가 되어 담벼락으로, 정미소로 친구들을 찾아다니고, 아이들은 키만큼 자라난 보리밭에 숨는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분이는 마침내 아이들을 찾으러 보리밭으로 가지만, 아이들은 분이를 골려줄 생각에 이미 보리밭을 떠나 분이를 혼자 두고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찾을 수 없는 아이들을 찾아 헤매던 분이는 보리밭 한가운데 혼자 남아 보리피리를 불어 본다. 분이의 보리피리 소리는 보리밭에 부는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퍼져 나간다. 보리피리 소리 때문인지, 홀로 남은 분이를 위로하러 찾아온 것인지, 어느새 보리밭은 바다가 되고 보리바다를 가로질러 한 무리의 고래들이 분이에게 다가온다. 분이는 자신을 두고 간 친구들 대신 고래들과 함께 어울려 놀고 고래들을 따라 어느새 마을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때, 멀리서 분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분이를 잊지 않고 찾아주는 친구가 아직 있었던 걸까? 과연 그 아이는 누구일까?
보리바다에 숨겨진 이야기
<보리바다>의 첫 장면은 늙은 어머니가 보리밭 가에 앉아 딸을 기다리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딸을 기다리던 어머니가 잠시 잠이 들어 꿈을 꾸는지, 아니면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고 있는지, 다음 장면은 어머니의 어린 시절이 펼쳐진다. 어머니의 어린 시절 어딘가에서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던 중 친구들의 장난으로 보리밭에 홀로 남겨진다. 보리밭에 홀로 남겨진 분이의 모습은 의지할 곳 없는 삶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나타낸다. 그리고 분이의 보리피리가 불러낸 보리바다와 고래들은 외로움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현실을 피해 만들어낸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이고, 그 세계에 점점 빠져들어 현실로부터 멀어지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그렇게 현실의 삶에서 점점 멀어져 갈 때 분이를 현실로 불러주는 아이가 있었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이라는 대비되는 상황들을 보리밭이라는 공간을 통해 한데 묶어내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을 유도한다.
삶을 이끌어 주는 만남과 인연
보리밭을 두고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마치 담담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는 우리 삶속에서의 만남과 인연이 얼마나 놀랍고 소중한 것인지를 얘기한다. 분이의 외로움이 불러낸 고래들을 따라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 때쯤 분이를 현실의 세계로 이끌어 주고 살아갈 힘을 주었던 건 미래에 자신의 딸이었다. 지금 나의 엄마나 아빠, 혹은 아이, 또는 내 주변에는 현실의 내 삶을 살아가게 하는 소중한 인연들이 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보리바다>에서처럼 아직 만나지 못한 인연이지만 앞으로 만남을 기대하며 외로움과 두려움을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은 인연과 인연의 연속이고 그 인연들이 서로서로를 보듬어 우리의 삶을 완성해내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관계 맺고 또 미래의 인연을 기다린다. 지금도 홀로 보리밭가에 앉아 딸을 기다리는 어머니처럼 말이다.
아빠나무에 이은 두 번째 그림책
<아빠나무>에서 돌아가신 아빠와의 마음속 대화를 통해 여전히 자신과 함께 하고 있는 아빠의 모습을 그린 작가가 이번에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삶의 인연과 관계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낸 상상의 세계는 어느덧 우리에게 있을 법한 현실로 와닿게 만든다. 마치 외로운 삶에 지쳐 자신의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나를 불러주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어쩌면 우리를 꿋꿋이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바로 나의 소중한 인연들이다. 보리밭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지던 작가의 고향, 그리고 아직 그곳에 살고 계신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미영
1973년 경주에서 태어났다. 경북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한 가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아빠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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