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신분석 - 라캉과 함께 문화코드로 읽는 이미지의 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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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박규태
출판사항이학사, 발행일:2018/11/30
형태사항p.638 국판:23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61473286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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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일본이라는 정체성의 이면에 자리 잡은 무의식을 파헤치다
"일본이란 무엇인가?" "일본인은 누구인가?" "일본 문화의 특징은 무엇인가?"를 묻는 일본 문화론(혹은 일본인론)은 에도시대의 국학에서 성립된 이래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오고 있다. 일본의 어느 서점에 가든 일본 문화론에 대한 책들이 서가의 한편에 빼곡히 자리 잡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인만큼 자기 자신의 정체성에 천착하는 민족은 없을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일본을 형성하는 정체성의 기반이 다소 불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은 일본정신에 내재하는 이러한 자기 분열적 특징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출발한다.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질서에 대한 강박증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폭력적이거나 관대한 성문화가 공존하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무의식에 대체 무엇이 자리 잡고 있는가라는,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음 직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이 책은 일본을 '정신분석'하면서 현대 일본인의 '정신'세계 심부까지 들여다본다는 대담한 기획을 펼쳐나간다.
이 책이 '일본정신분석'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도구로 삼는 것은 라캉의 관점이다. 라캉은 우리의 삶과 세계에 존재하는 균열과 파열의 틈새를 잘 들여다본 사상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에게 주체는 사유하는 의식의 주체가 아니라 욕망하는 무의식의 주체다. 이 책은 이러한 라캉의 개념을 통해 일본 문화에 나타난 일본의 무의식적 주체의 이면을 들여다봄으로써 일본의 무의식을 의식의 표층으로 끌어올리는 정신분석을 수행해나간다. 이를 위해 이 책에서는 일본의 전통 사회와 현대사회 모두를 반영하는 유용한 거울인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주목한다.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치밀하고 조직적인 사회시스템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억압되어 있는 일본인들의 보이지 않는 틈새를 서사적 이미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대체로 한국 독자에게도 친숙한 것들로, 더욱이 일본의 서브컬처 전반에 대해 높은 이해와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일본정신의 핵심을 찌르는 이 책의 깊이와 일본의 정신과 문화를 아우르는 이 책의 폭넓은 시야에 두루 만족할 것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까지,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드러나는 일본의 정체성과 주체의 문제를 조명하다
 이 책이 특히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것은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 속에 나타난 정체성 위기의 정신적 상황, 일본 특유의 집단주의적 주체성 혹은 부재하는 주체의 집단주의적 문화, '영원의 소년'이나 '구원의 소녀'를 둘러싼 '주체의 성장'이라는 주제, 성적 과잉과 관련된 욕망의 문제 등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현대 일본 사회가 실제로 겪고 있는 난제를 배경으로 한다. 전통과 현대의 불협화음이 점점 커져가는 오늘날, 부재하는 주체의 집단주의가 뿌리 깊게 형성된 이러한 일본의 문화적 풍토에서 '개인의 확립', 즉 주체의 형성과 성장과 관련된 문제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부각되었다. 이 책은 현대 일본 사회에 숨어 있는 이러한 틈새의 조각들을 우리 앞으로 끄집어내어 보여주는 확대경으로서 소노 시온의 영화(<자살클럽>, <노리코의 식탁> 등)와 신카이 마코토(<초속 5센티미터>, <너의 이름은> 등), 안노 히데아키(<신세기 에반게리온>), 미야자키 하야오(<원령공주>,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의 애니메이션을 채택하여 우리에게 일본적 주체가 보이는 분열적 양상을 하나하나 상세히 설명해나간다.
서구에서 형성된 라캉의 사상만으로 일본정신을 들여다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이 책은 일본의 문화코드를 도입하고 설명함으로써 이를 보완한다. 일본인에게 내면화된 문화코드를 이해하는 것은 일본의 정신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일본은 '야마토다마시이'라는 고유한 일본정신을 형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는데, 이러한 고유한 집단적 정체성을 위해서는 집단의 논리가 개인의 주체성에 앞설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일본문화코드에 내재하는 일본정신의 핵심은 각자가 주어진 자리에서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무사(無私)의 마코토(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일본적 집단주의를 구성하는 무사의 마코토라는 중심은 주체의 부재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라캉적 주체와 연결된다. 한국 사회에 비해 훨씬 더 촘촘하고 조밀한 일본의 사회시스템과 일본인의 인간관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라캉 정신분석과 일본 문화론을 조합시킨 이 책의 시도는 매우 참신하면서도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일본이라는 환상 가로지르기
 일본에 대한 정체성을 둘러싼 균열과 진동은 궁극적으로 일본이라는 집단이 마치 양파와 같이 알맹이가 없다는 것을 드러낸다. 실재하지 않는 고유성을 쌓아올리기 위해서 천황제와 같은 상징계적 권력을 강화시키고 집단적 정체성을 엄격하게 강조해온 일본 사회는 '욕망의 끝'이라 할 수 있는 주이상스를 금지하는 '금지 사회'의 속성이 강했다. 하지만 이러한 금지 사회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주체가 사적인 방식으로 주이상스를 추구하도록 하여 불만을 완화할 필요가 있었다. 이로 인해 흔히 아는 것처럼 일본의 영화, 애니메이션, 포르노 등에서 자극적이고 도착적인 욕망이 강하게 발달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이렇듯 일견 상반돼 보이는 것이 공존하는 일본 문화에서 엿보이는 무의식을 추적해가면서 궁극적으로 일본만의 고유한 문화가 존재한다는 일본 문화론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히는 데 성공한다. 이 책은 일본문화코드를 매개로 이러한 일본인의 정신세계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고유성에 집착하는 일본 문화의 환상의 기표들을 드러내고 벗겨내서 일본의 욕망을 구축하고 지탱해온 환상을 가로지른다. 그럼으로써 이 책은 일본인이 과연 누구이며 일본인과 한국인이 역사적으로 어떤 밀접한 관계에 있었는지를 올바르게 알 수 있는 출발점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의 주요 내용
 이 책은 일본 문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서술하기에 앞서 '1부 라캉과 일본 문화'에서 무의식, 충동, 상상계·상징계·실재계, 환상, 응시, 주이상스, 대상a 등의 라캉 정신분석의 핵심 개념에 대해 먼저 살펴본다. 그리고 마코토, 아마에, 장의 윤리, 화의 원리, 모성 원리, 세켄, 다테사회, 기리 등 자주 언급되는 일본문화코드에 대해 기술하면서 그것들과 라캉의 접점을 모색한다. '2부 라캉으로 읽는 소노 시온의 영화'에서는 <자살클럽>, <노리코의 식탁>, <사랑의 죄>, <사랑의 노출>, <기묘한 서커스>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현대 일본인의 아이덴티티와 주체의 문제, 사랑과 도착적 욕망의 문제에 관해 고찰한다. 또한 라캉의 주요 개념을 매개로 포스트 고도성장기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특수한 정신적 위기감이 어떻게 영화에서 표현되는지를 확인하고, 급진적 변형을 겪고 있는 현대 일본 사회의 병리적 증상을 진단한다.
주체의 성장과 욕망을 키워드로 하는 '3부 라캉으로 읽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성장하지 않는 주체, 성장하는 주체, 성장을 꿈꾸는 반(半)주체가 제시된다. ?7장 성장하지 않는 주체?는 '성장하지 않는 아이'라는 '아톰의 명제'를 실마리로 삼아 '세카이계'라 불리는 애니메이션 작품군의 특징을 제시하면서, 특히 신카이 마코토의 <별의 목소리>, <초속 5센티미터>, <구름 저편, 약속의 장소>, <너의 이름은> 등의 작품에 나타난 라캉적 주체의 문제를 주로 일본 문화론적 관점에서 천착한다. 나아가 ?8장 성장하는 주체?는 상상계적 주체, 상징계적 주체, 실재계적 주체 개념에 입각하여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벼랑 위의 포뇨>,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을 분석하는 한편, "살아라!"는 명제가 유독 일본 애니메이션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데 착안하여 그 명제를 칸트적 '정언명령'으로 보면서 이를 특히 <원령공주>와 <바람이 분다>에 적용시켜 해석한다.
7-8장과 변증법적 관계에 있는 ?9장 성장을 꿈꾸는 반(半)주체?는 전적으로 1990년대 후반 이래 '에바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안노 히데아키의 문제작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집중한다. 여기서는 현대 일본 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간과할 수 없는 중요성을 지닌 이 작품에 대해 오이디푸스 이야기, 아마에 이야기, 일본적 자아의 이야기, 반(半)주체의 종교 이야기 등의 관점에서 라캉과 함께 읽는 일본 문화론적 독법을 펼친다. 이어지는 ?10장 욕망의 주체?에서는 가와모토 기하치로의 인형 애니메이션을 비롯하여 미야자키 하야오와 어깨를 견줄 만한 거장 곤 사토시의 작품들 및 근래의 화제작인 <도쿄 구울> 등을 분석 대상으로 삼아 욕망의 문제를 다루면서 최종적으로 욕망과의 화해라는 '불가능한' 주제까지 건드린다. 한편 ?11장 죽음의 주체?는 타나토스·불사(不死)·트랜스휴머니즘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데스노트>와 <불새> 및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들을 다루면서 죽음의 문제에 대한 일본인의 서브컬처적 상상력에 가까이 다가선다.
 '4부 글쓰기의 욕망과 일본'의 ?12장 일본에 대한 정신분석적 글쓰기?에서는 영국 출신의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이 일본의 고전 『침초자(枕草子)』를 소재로 만든 독특한 영화 <필로우북>에 대해 글쓰기의 욕망, 상상계의 글쓰기, 상징계의 글쓰기, 실재계의 글쓰기, 에로스의 글쓰기, 타나토스의 글쓰기, 주이상스의 글쓰기, 모노노아와레의 글쓰기 등을 설정하여 라캉 정신분석적, 일본 문화론적 해석을 감행한다. <필로우북>은 일본 영화는 아니지만, 이 책의 취지와 관련하여 일본 문화를 인상 깊게 다룬 중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고찰 대상으로 삼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규태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신도와 일본인』(2017), 『일본 신사(神社)의 역사와 신앙』(2017), 『포스트-옴 시대 일본 사회의 향방과 '스피리추얼리티'』(2015), 『라프카디오 헌의 일본론』(2015), 『일본정신의 풍경』(2009), 『상대와 절대로서의 일본』(2005), 『일본의 신사』(2005),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일본』(2005), 『아마테라스에서 모노노케 히메까지』(2001) 외 다수가 있으며, 주요 역서로 『일본문화사』(폴 발리, 2011), 『신도, 일본 태생의 종교시스템』(이노우에 노부타카, 2010), 『국화와 칼』(루스 베네딕트, 2008), 『신도』(스콧 리틀턴, 2007), 『황금가지 1?2』(제임스 프레이저, 2005), 『세계종교사상사 3』(미르치아 엘리아데, 2005), 『일본 신도사』(무라오카 쓰네쓰구, 1998), 『현대일본 종교문화의 이해』(시마조노 스스무, 1997) 외 다수가 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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