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나는 트왕 행성의 앨런!
우주의 평화를 지키는 전사다.
이제는 지루하다, 너희의 거짓말.
절대 믿지 않는다, 너희의 약속.
그러나 꼭 먹고 싶다, 너희의 두뇌!
오늘 밤 10시, 우리가 쳐들어간다.
지구는 곧 끝이다!
만약 지구를 호시탐탐 노리는 외계인이 있다면?
우주 탐사나 외계인에 관한 이야기는 더 이상 SF 소설의 범주에만 가두어 두기에는 애매한 면이 있다. 비록 맛보기라 할지라도 돈만 많이 내면 우주여행도 할 수 있는 세상인 데다, 실제로 엄청난 자금을 기반으로 화성 이주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화성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이기에 천문학자들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아 왔고, SF 작가들 역시 열정적으로 주목해 왔다. 만약 인류가 우주에 진출한다면, 그 첫 번째 목적지가 달이나 화성이 될 확률이 아주 높다. 그것을 방증이라도 하듯,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레드 플래닛', '미션 투 마스', '화성의 유령'처럼 화성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연이어 나오기도 했다. '테라포밍 마스' 같은 게임 역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는 정말로 화성으로 이주해 개척지를 건설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가설을 뒤집어 (우리가 아직 밝혀내지 못했을 뿐) 저 드넓은 우주의 한켠에서 인류보다 발달한 과학 기술 문명을 가진 외계인이 지구를 집어삼키려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면? 《외계인이 나타났다!》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지구를 한 방에 집어삼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고서 우주 사냥을 즐기던 눈 세 개 달린 초록색 외계인이 앞으로 딱 10시간 뒤에 지구를 침공하겠다고 선포한 뒤에 벌어지는 해프닝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내고 있다.
제 잘난 맛에 취해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살아가던 지구인들이 하루아침에 멸망의 위기에 봉착하면서 펼치게 되는 갖가지 이야기들은 현실에 안주한 채 안일하게 살아가던 우리의 삶을 곰곰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위기 앞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인간의 본심
올해 열두 살인 프레디와 잭은 알루미늄 포일로 위성 안테나를 만든 뒤, 옆집의 위성 방송 신호로 미국의 프로 레슬링 중계를 훔쳐보려다 트왕 행성에 사는 외계인 앨런과 우연히 통신을 하게 된다. 앨런은 밤 10시에 지구를 침공할 것을 예고하고, 지구인의 요리법과 유머 감각을 얻기 위해 사람들의 뇌를 먹겠다고 선포한다.
프레디와 잭은 이 위급한 소식을 어른들에게 알리기 위해 잭의 삼촌인 웨스트 경사가 일하는 경찰서로 달려간다. 처음에는 프레디의 말을 믿지 않던 웨스트 경사는 앨런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추락시키자, 곧바로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상관인 맥길 경찰서장에게 보고한다.
맥길 서장은 추락한 인공위성에 붙어 있는 연락처를 보고 미국의 나사에 연락을 취하고, 나사는 외계 우주선의 존재를 감지하고서 프레디와 미국 대통령이 통화할 수 있도록 연결해 준다. 지구의 위기를 직감한 미국 대통령은 헬리콥터를 타고 영국에 있는 프레디의 집으로 곧장 날아온다.
미국 대통령은 프레디에게 혼란과 불안을 막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는 외계인에 관한 얘기를 비밀로 해 달라고 당부하지만,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잭은 SNS에 외계인의 침공 소식을 의기양양하게 올린다. 오래지 않아 잭의 SNS에 구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외계인 침공 소식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얼마 뒤, 미국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하기로 약속되어 있던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프레디네 집으로 하나둘 들이닥친다. 특히 미국과 앙숙 관계인 러시아 대통령은 혼자서 외계인을 만나려 한 미국 대통령의 이기심에 독설을 퍼부으며 분통을 터뜨린다. 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싸움을 일삼는 인간들을 텔레비전으로 본 앨런은, 언제나 잘난 체하고 이기적이며 싸우기 좋아하는 인간들은 아예 사라지는 것이 우주의 평화에 도움이 된다며 계획대로 지구 침공을 결행하겠다고 경고한다.
이제 지구의 멸망만을 기다리게 된 인류……. 세계 곳곳에서 약탈과 방화, 절도가 일어나고, 세계 지도자들이 모여 있는 프레디네 집에서도 시답잖은 이유로 각국의 지도자들 사이에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이윽고 밤 10시, 창밖으로 엄청난 밝기의 빛줄기가 비치며 트왕 행성의 우주선이 내려앉는다. 앨런의 호출을 받고 죽음을 직시한 프레디는 두려움을 애써 뒤로 밀어내며 우주선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데…….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어른들을 향한 열두 살 소년의 입바른 경고
이와 같이 《외계인이 나타났다!》는 우연찮게 외계인 침공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 죽음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한없이 이기적인 모습을 내보이다가 점차 자기 본연의 모습을 되찾으면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반추해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크나큰 위기를 맞닥뜨리고서야 비로소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진짜로 옳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 가는 과정을 재치 있으면서도 가슴 찡하게 그려내 보인다.
시종일관 밝고 경쾌한 필치 때문에 자칫 어른들의 세계를 가볍게 비판하는 정도로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행간마다 의미심장한 메시지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외계인 앨런이 지구 침공의 이유로 조목조목 내세운 갖가지 항목에 반발할 자격이 과연 우리에게 있는지 스스로 반성해 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할 뿐 아니라, 마지막에서 보이는 대반전을 통해 실체를 모르는 대상이 불러일으키는 막연한 공포가 인간을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어처구니없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무엇보다 고작 열두 살인 프레디가 이기심에 둘러싸인 어른들―각국의 지도자들로 대표되는―이 여지없이 드러내는 추악한 모습을 보다 못해 절규하듯 토해 놓는 열변은 두고두고 긴 여운을 남긴다.
“앨런이 이런 행성 따위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했던 게 이해가 가네요! 늘상 싸움이나 하는 나쁜 종족이라고 했죠? 자신들을 좀 냉정하게 돌아보시라고요! 지금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르는데, 이 상황에서 다들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싸우거나 서로를 이용하려는 생각뿐이잖아요. 인류가 지구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간은 정말 창피스러울 것 같아요. 앨런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우리가 없어야 우주가 더 좋아질지도 모른다고요. 앨런이 우리를 멸망시키려 한다고 화를 낼 것도 없겠어요. 그냥 내버려 둬도 우리끼리 알아서 멸망하고도 남겠는걸요.” -88쪽에서
프레디는 걸핏하면 싸우려 드는 어른들을 향해, 우주의 평화에 인간이 쓸모없다는 앨런의 말이 맞는 것 아니냐며, “그냥 내버려 둬도 우리끼리 알아서 멸망”할 것 같다는 가시 돋친 말을 던진다. 마침내 프레디의 말에 공감한 미국 대통령은 각국의 지도자들을 진정시킨 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긍지를 잃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대목이 바로 작가가 우리 모두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아닐는지……. 오늘 하루도 학교에서, 학원에서, 집에서, 혹은 거리에서 나의 이익을 챙기는 데만 눈이 어두워 남들에게 이기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었던 건 아닌지, 잠깐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외계인이 나타났다!》를 읽으면서, 다 같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 발짝씩 양보하고 이해하는 미덕이 발현되기를…….
그리고 책을 찬찬히 읽다 보면 각국의 지도자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세계사의 한 토막이나, 현재의 이해관계가 깨알같이 반영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시시때때로 말다툼을 벌이는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그렇고, 영국과 중국이 그렇다. 또한 각국의 지도자들이 버젓이 있는데도 미국 대통령이 이 모든 일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에서도 힘(국력)의 역학을 엿볼 수 있다.
아, 책 말미에 붙어 있는 재치 만점 액티비티도 놓치지 마시라!
작가 소개
지은이 : 톰 맥로힌
영국 팔머스 대학교에서 그림을 공부하고, 어린이 책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웨스턴 모닝 뉴스'에서 9년 동안 정치인들을 풍자한 카툰을 그렸으며, ‘디즈니’와 ‘카툰네트워크’의 TV 애니메이션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으로 《영국 총리는 열두 살》이 있다.
옮긴이 : 김선영
동덕여자대학교에서 식품 영양학과 실용 영어를 공부했으며, 지금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형, 내 일기 읽고 있어?》 《휴대폰의 눈물》 《오, 나의 푸드 트럭》 《내 로봇은 Doll-E 1.0》 《평화는 힘이 세다 : 전쟁》 《관심이 제일 중요해 : 난민》 외 여러 권이 있다.
목 차
개성 끝판 왕 등장인물
불량 위성 안테나
뇌를 먹는 외계인
나사에 접속하라!
일급 비밀
앗, 지구가 위험해!
레이저 건을 손에 쥔 악당
지구 멸망 세 시간 전
세상의 종말
외계인이 나타났다!
연극 같은 하루
성질 고약한 외계인 그리는 법
뒤죽박죽 앨런 언어 따라잡기
앨런의 행성 침공 팁 대방출 - 준비물 편
우둘투둘 브레인 푸딩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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