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발랄 금순씨의 속깊은 이야기

▢ 땅과 시간이 간직한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심고 가꾸는 출판사 ‘이야기의 숲’이 펴낸 ‘내 인생의 선물, 자서전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인 《재기발랄 금순씨의 속깊은 이야기》가 2018년 11월 23일 출간되었다. ‘내 인생의 선물, 자서전 시리즈’는 G-콘텐츠누림터에서 자서전 수업을 수강한 지역민이 직접 집필하는 자서전 시리즈다. 이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경상북도 안동시가 지원,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고 출판사 이야기의 숲이 운영하는 문화·교육 프로그램 사업‘G-콘텐츠누림터’에 참여한 이들의 결과물이다. G-콘텐츠누림터 사업은 지역민을 대상으로 콘텐츠 제작 교육을 시행하고, 만들어진 콘텐츠를 유통하는 시장 형성을 목표로 삼는다. 지역 내 다양한 세대에게 자기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드는 경험을 제공하고, 결과물을 직접 판매하는 지역 독립출판 유통의 선순환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 《재기발랄 금순씨의 속깊은 이야기》의 내용은 총 5부로 구분되어 있다. 이 중에서 1부와 2부는 각각 서울에서 보낸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에 관하여 기록한 내용이고, 3부에서는 돌아가신 친아버지가 못다 했던 이야기와 함께 먹먹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4부에서는 안동에서 생활하면서 남편과 시아버님을 모시는 일상을 그렸으며, 마지막 5부에서는 중증 치매가 온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간병하기 위해 악바리가 되어 고투하였던 일상을 다루고 있다.

▢ 저자는 무심하게 지나칠 수도 있을 일상을 예민하고 섬세한 감각으로 붙든다. 또한 그의 회상 속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는 다시금 반짝이며 따뜻한 감각으로 재구축된다. 책을 읽다 보면 독자는 함께 울음 많은 어린아이가 되었다가, 트윈 폴리오의 윤형주를 사모하는 고등학생이 되기도 한다. 또, 선명한 기쁨뿐만 아니라 삶의 아픔에 대해서도 어느 것 하나 숨기지 않고 고스란히 전달한다. 치매에 걸린 시아버님의 간병 이야기를 읽다 보면 쉼 없이 간병을 수행하는 힘듦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투병 당사자가 겪을 고통까지 함께 짐작하고 느끼며, 존경하는 시아버지와 ‘그놈’을 구분하는 저자의 속 깊은 서술이 돋보인다.

▢ ‘내 인생의 선물, 자서전 시리즈’는 그간 말할 수 없었던 이들이 글쓰기를 익혀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는 덕목을 지니고 있다. 조금순 님 또한 이 프로그램에 참석하여 글쓰기를 배운 일이 얼마나 값진 경험이었는지를 피력한 바 있다.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저마다 이야기를 품은 이들이 언젠가 자기 이야기를 쓸 수 있길 바란다. 세상은 이들로 인해 더욱 의미 있고 따뜻하게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