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리우스 행성에서 온 형은 알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혼자서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는지…….
아빠가 할머니 집에 나를 버리고 간 그날,
타박타박 할머니의 걸음 소리에도 내 심장은 쿵쾅쿵쾅 뛰었다.
‘할머니도 나를 버리는 건 아닐까?’
그 뒤로 이유 없이 열이 나고 숨이 헉헉 차올랐다.
그런데 뮤 형을 만나고부터 점점 건강해지기 시작했다.
형이랑 있으면 나도 사랑받는 아이가 된 것만 같았다.
아이들을 저마다 엄마 아빠를 찾아가 품에 안기거나 투정을 부렸다.
자리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의 절실한 외침을 담다
아이를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사랑’입니다. 우리 모두가 답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답을 바르게 실천하는 어른은 그리 많지 않지요. 많은 부모님이 아이에게 돈을 쏟는 일이 곧 사랑을 쏟는 일이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진짜 원하는 사랑은 돈이 아닙니다. 아플 때 이마를 짚어 주고 등을 쓸어 주는 손길, 언제든 너를 믿고 네 편이 되어 줄 거라는 든든한 확신,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늘 곁에 있어 주는 것…….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는 사소하면서도 아주 기본적인 일들이지요. 이러한 일들로 이루어진 일상 속에서 아이는 스스로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낍니다.
사랑에 결핍된 아이는 흙과 물, 햇빛이 모자란 곳에서 자라는 나무와 같습니다. 좋은 집과 좋은 음식, 좋은 옷으로 비료를 아무리 듬뿍 주어도 뿌리와 가지는 좀처럼 뻗어 나가지를 못하지요. 《시리우스 행성에서 형이 찾아왔다》의 주인공 현성이가 바로 그러합니다.
엄마는 얼굴조차 모를 만큼 헤어진 지 오래고, 아빠마저 돈을 벌기 위해 다른 나라로 떠나 버리자, 현성이는 할머니와 단둘이 지내게 됩니다. 부자인 할머니 집에서 물질적으로는 부족함 없이 살지만, 현성이의 마음은 늘 공허합니다. 공부나 운동, 밥 먹는 일을 비롯해 아무런 것에도 의욕이 없지요. 대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반 아이들의 이름도 외지 못할 만큼 사람에게 관심이 없고,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 끝을 간질여도 끝내 되삼키고 맙니다. 게다가 언제 다시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몸마저 약해지지요.
이와 같이 《시리우스 행성에서 형이 찾아왔다》는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 손에 자라는 아이의 마음을 그리고 있어요. 초등학교 5학년인 현성이는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에게조차 마음을 열지 못하고 꽁꽁 얼어붙은 채로 지내다가, 시리우스 행성에서 온 뮤 형을 만나면서 마음의 빗장을 하나하나 풀게 됩니다. 그 후 애써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을 척척 알아주는 뮤 형 덕분에 세상 밖으로 나설 용기를 얻게 되지요.
하루가 다르게 밝아지고, 또 첫사랑의 애틋함까지 경험하는 현성이……. 이 책은 현성이의 변화를 통해 주변 사람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위로가 아이의 성장에 얼마나 빛나는 거름이 되는지 일러 줍니다.
‘우리 현성이 많이 외로웠겠네.’
형의 눈빛과 목소리가 꼭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는 것 같았다.
: 사랑에 결핍된 아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읽고 답하다
어느 날, 현성이의 옆집에 시리우스 행성에서 온 ‘뮤’가 나타납니다. 큰 키에 작은 얼굴, 바닷빛 깊은 눈동자……. 뮤는 우리가 영화에서 종종 만나는 기괴한 모습을 한 외계인과는 사뭇 다른, 사람에 더 가까운 모습을 한 외계인이지요.
뮤는 현성이가 찾아올 때마다, 살뜰히 키운 식물로 따뜻한 차를 우려내 내어 줍니다. 현성이는 정성과 사랑 듬뿍 담긴 건강한 차를 마시며 그동안 마음속에 꽁꽁 담아 두었던 이야기들을 털어놓지요. 아빠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일, 엄마 얼굴도 기억 못 하는 한심한 자신에 대해서도요.
부모님이 크게 다툴 때, 현성이와 같이 생각이 깊어지는 나이가 된 아이들은 자기 원망을 하기도 합니다. 돈 문제처럼 아이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일로 벌어진 싸움이어도, 아이는 자신한테 드는 돈 때문이라고 여기고는 하지요. 아이들의 자기 원망은 사랑에 결핍되었을 때에도 나타나고는 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성이와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말을,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알려 줘야 할 진실을 뮤는 이야기합니다. “그게 왜 너 때문이야? 네 잘못 아니야.”
뮤가 현성이에게 건네는 말과 행동은 특별한 것이 없어서 더욱 특별합니다. 현성이의 외로운 마음에 가만히 귀 기울이고 이해해 주고, 늘 곁에 있으며 속상할 때 언제든 달려가 안길 수 있는 품을 내어 주는 것. 현성이가, 사랑에 결핍된 우리 아이들이 정말로 바라는 순수한 사랑을 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엄만 조금 일찍 돌아가셨을 뿐이야. 하지만 늘 내 곁에 있어.
: 사랑으로 성장해 가는 아이의 마음을 그리다
현성이는 곧 할머니와의 이별이라는 또 다른 시련을 마주하지만, 더는 아빠와 헤어졌을 때처럼 아파하지 않을 자신이 생깁니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으로 그 사람을 그리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걸, 스스로가 혼자로 남는 게 결코 아니라는 걸 뮤의 사랑을 통해 배웠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시련을 마주합니다. 어른은 살아온 햇수만큼 다양한 경험을 하고, 이렇게 다져진 마음으로 시련을 노련하게 이겨 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은 아직 어른만큼 단단하지 못해, 작은 충격에도 큰 상처를 입고는 하지요.
아이들에게 사랑은 시련에 무뎌지게까지는 해 주지 못하여도,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잘 이겨 낼 수 있는 힘을 심어 줍니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사랑과 보살핌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돈으로 포장된 사랑으로는 이러한 힘을 충분히 실어 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뮤’에게서 우리 아이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사소하지만 깊은 사랑,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진실한 사랑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뮤가 전하는 사랑을 통해 현성이와 독자 아이들의 마음은 점점 단단하게 여물고, 앞으로 수없이 마주할 시련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힘을 키워 가지요.
이 세상의 모든 ‘현성’, 밝은 별들에게 시리우스 행성에서 온 형이 찾아오길 바랍니다. 뮤가 메마른 땅을 싱그럽고 아름다운 풀꽃으로 가득 채워 준 것처럼, 어린이들의 마음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가득 채워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리우스 행성에서 형이 찾아왔다》는 어른도 함께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뮤와 현성이를 통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다시금 짚어 보고, 아이들에게 진실한 사랑을 전하는 ‘뮤’가 되어 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현경
2001년에 문화일보와 광주매일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MBC 창작동화대상, 푸른문학상, 건국대학교 창작동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지은 책으로 《히말라야에서 받은 선물》 《또마의 그네》 《너는 그리고 나는 달린다》 《동생을 데리고 미술관에 갔어요》 《로봇 친구 앤디》 《체리도둑》 《최고의 베프, 최악의 베프 동생》 등이 있어요. 어린 친구들의 혼을 쑥 빼놓을 만큼 재미있는 동화, 마음이 아픈 친구들에게 위로가 되는 동화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림 : 유경화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을 상상하는 걸 좋아해요. 이야기의 첫 독자가 되어 캐릭터를 상상할 때가 가장 반짝이는 순간이랍니다. 그림으로 독자와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늘 소원합니다. 그린 책으로 《하지만…》 《겁쟁이 고도민과 마법의 꿀》 《안읽어 씨 가족과 책 요리점》 《빨간 머리 마녀 미로》 《팬티》 《아이스크림은 어디서 왔을까?》 등이 있습니다.
목 차
시리우스 행성에서 온 형
머리털 나고 처음 겪는 일
매일 조금씩?
반짝이 구슬 같은 아이
그래, 한번 달려 보는 거야!
뭐, 도둑? 말도 안 돼!
불안한 행복
나쁜 일은 연달아 찾아온다
페루에서 날아든 소식
아빠의 한숨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형이 남긴 씨앗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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