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2018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우수 콘텐츠 제작 지원 선정작
평범한 공간을 이상하게 만들어 버린 괴상한 그림책!
롤러만으로 그린 그림 속에서 그 소리의 범인을 찾아보세요!
제목도 이상하고, 책도 크고, 그림은 이게 뭐야?
다들 그런 경험 있지요? 어느 날 갑자기 선잠에서 깨어났을 때, 온통 진공 상태 같고, 아무도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말도 들리지 않아 여기가 어딘가 하는 느낌! 틀림없이 나는 여기 있는데 이상한 세상에 떨어진 것만 같은 느낌! 이런 느낌과 비슷한 충격 속으로 안내할 반달 그림책이 나왔습니다. 조슬기 작가의 첫 그림책 《호로록 쩝쩝!》
제목부터 뭔가 심상치 않죠? 그림책 제목이 ‘호로록 쩝쩝!’이라니, 마치 성스러운 그림책에다 장난치는 건 아닌가 싶어요. 게다가 그림책 크기 한번 보세요. 가로 길이가 40센티미터에 가깝습니다. 책장을 펼치면 웬만한 포스터 크기죠. 이제 책장을 넘기면 또 한 번 놀랍니다. “아니, 이 그림은 또 뭐야? 그림 맞아? 글자는 왜 이렇게 크고 빨개? 어라, 작은 글자들은 또 뭐라고 써 있는 거야? 뒤집혀서 읽을 수 없는 글자들도 있어!”
맞아요. 이상한 책입니다. 이상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상한 그림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제부터 이런 것들이 여러분을 아주 놀랍고 무섭고 매력 넘치는 세계로 안내해 줄 겁니다.
무서운 괴물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이곳은 어디일까?
어떤 아이, 아니 아이인지 어른인지, 사람인지 괴물인지조차 모를 무언가가 달려갑니다. 자석인지 문인지도 모를 곳으로 달려가더니 곧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합니다. 하지만 그곳은 이상한 소리로 가득한 세상. ‘부스스스, 푸시시시, 너풀너풀, 푸시시푸시시…….’ 그림은 괴물의 몸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기도 하고, 바다 생물이 너풀너풀 춤을 추는 것도 같지요.
다음 장을 넘겨볼까요? 이번에는 무슨 소리가 들릴까요? 차가운 물이 흐르는 것 같은데요? 아니면 물이 아니라 괴물의 침일까요? 아니나 다를까, 다음 장을 넘겨보니 무언가가 팔랑거리면서 다가옵니다. “날 잡아먹으러 오는 소리 같은데…….” 이제 괴물이 확실해 보입니다. 괴물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게 틀림없어요. 손톱도 기다랗고,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수많은 소리를 내지요. 가까이, 더 가까이 내 곁으로 오는 게 틀림없어요. 큰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혓바닥을 날름거립니다. “정말 날 먹을 거야?” 이젠 정말 끝인가 봐요.
“아, 시원해!”
갑자기 무슨 일일까요? 이젠 죽었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다 끝났다는 소리와 함께 시원한 물소리가 들리네요. 그 소리에 무섭던 괴물도 사라져 버렸어요. 이젠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하는군요.
“부스스하던 내 머리가 꿈틀꿈틀 탱글탱글!”
아하, 세상에나, 이제야 알았네요. 여러분도 이제 이곳이 어디인지 잘 알겠죠?
낯설게 보고 낯설게 만들면, 비로소 현실이 보여요
이곳은 한 달에 한 번, 또는 몇 달에 한 번은 꼭 가야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우리한테는 무척 익숙한 곳이기도 하죠. 생각해 보면 날마다 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 익숙한 곳이 아닌데도 말이죠. 어떤 아이들과 어른들한테는 참 가기 싫은 곳이기도 합니다. 내 뒤에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가위가 있고, 이글이글 지지는 불이 있는 곳이니까요. 조슬기 작가의 첫 그림책 《호로록 쩝쩝!》은 이곳, 미용실을 색다른 눈으로 우리에게 보여 줍니다. 일상의 익숙한 그림이 아닌 롤러만으로 그린 그림으로, 읽는 글이 아닌 보는 글자로 평범한 이미지에 구멍을 냈습니다. 우리는 그 구멍으로 평범하기만 했던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지요.
첫 작품을 이렇게 강렬하게 보여준 덕분에, 이 책은 2018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우수 콘텐츠 제작 지원작에 선정되었습니다.
작가 소개
어릴 때 저는 낭만 소녀였어요. 이사 가는 날, 집 벽을 부둥켜안고 펑펑 울면서 벽이랑 작별 인사를 했답니다. 그 뒤로 이런 저런 낭만을 세상에 뿌리며 살다가, 어른이 되자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돼지가 나오는 그림책을 보고서 그 돼지랑 사랑에 푹 빠져 버렸거든요. 《호로록 쩝쩝!》은 시원한 롤러의 맛으로 시작해, 추억을 꺼내고 낭만 양념을 곁들여 만든 첫 그림책입니다. 살면서 누구나 가야 하는 그곳, 저도 어릴 때 귓가에서 들리던 여러 가지 소리가 무서워 뻣뻣하게 앉아 있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이제 이 책을 시작으로, 어른으로 지내는 동안 여기저기 흩어져 버린 낭만을 다시 찾으러 떠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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