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근대 사회의 기초가 된 루터의 사상을 들여다보다
이 책은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루터의 종교개혁의 의미를 되짚어보며 그의 개혁 사상이 근대 사회 형성에 미친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 연구서이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점에 종교에서 시작된 엄청난 변화는 서양의 인간관과 국가관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는데, 이 변화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 바로 마르틴 루터이다. 루터는 인간의 본질을 자유에서 찾았고, 교회와 목회자는 더 이상 진리의 독점자가 아니며 평신도들은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진리 인식과 행위의 주체라고 여겼다. 누구나 성서를 통해 직접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루터가 추구한 자유와 평등은 종교적으로는 평신도의 시대를, 정치적으로는 보통사람들의 시대를 열었다.
이 책에서는 자율적 개인의 등장,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근대 민주주의 초기 역사의 바탕이 된 루터의 사상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또한 루터의 신학이 칸트와 헤겔, 하이데거 같은 철학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으며, 근대 자유주의 및 사회계약론과 법실증주의 등 근대 사회사상과 정치사상에 끼친 영향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고찰한다. 이와 더불어 정치 공동체인 국가와 구분되는 유기체적 사회를 지향한 그의 직업소명설이 현대의 복지국가를 예비한 측면도 중요하게 다루었다.
그동안 정치학계에서는 서양의 사상을 다룰 때 신학적 뒷받침이 없어서 서양의 정치철학을 온전히 파악하는 데 근본적인 공백이 있었다. 신학계 역시 서양 신학을 신학의 내부적 관점에서 파악하는 데 그쳤고 철학과 정치사상에 준 영향을 분석하는 데까지 미치지 못했다. 자유주의와 탈권위주의 등 근대적 민주 사회의 형성에 그리스도교 신학이 미친 영향에 대한 본격적 연구는 그동안 국내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던 상황에서 이 책의 내용은 정치학계와 신학계에 공헌할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루터와 칸트 그리고 루터와 헤겔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텍스트 비교를 통해 연구한 부분도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주요한 특성 중 하나이다. 루터의 신학과 근대 정치사상의 연결고리를 분석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한국 사회에 필요한 인간관과 정치철학에 대해 새로운 안목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교회 개혁의 원리: 누구나 사제이다’에서는 루터의 두 왕국론의 의미를 분석하고 교회 개혁의 세 가지 원리를 살펴보았다. 두 왕국론은 근대적 정교 분리의 기초가 되는 이론으로서, 교회가 세상적인 권력과 부를 넘보지 말아야 하고 국가의 권력은 개인의 양심에 개입할 수 없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루터는 종교의 본질을 되찾고 교회를 개혁하기 위해 종교 내의 위계질서를 없애고 만인사제설을 주장했으며 국가가 교회에 개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장 ‘내면성의 원리와 개인의 등장’에서는 루터의 개혁 신학이 근대적 개인과 주체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내용을 분석했다. 루터는 진리 계시의 자리를 교회가 아닌 개인의 내면에서 찾았고, 개인이 해석학적 주체이며 하나님의 나라는 미래가 아닌 현재에 개인의 내면에서 이루어진다고 여겼다. 루터는 신앙이 하나님을 만든다고 말할 정도로 개인의 주관을 거치지 않은 진리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 장에서는 개인에 대한 루터의 이러한 생각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3장 ‘자유주의자 루터’에서는 근대의 정치적 자유주의의 기원에 루터의 종교적 자유주의가 있었음을 살펴보았다. 아무도 내게 명령할 수 없고 나 역시 그 누구에게도 진리를 강요할 수 없다는 자유주의자의 태도를 루터는 끝까지 유지했다. 루터가 주장한 개인의 양심의 자유는 모든 근대 인권의 기초가 되었다. 한편 근대의 자율적 주체와 자유주의 철학을 정립한 칸트의 사상은 루터의 종교적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의 유산임을 텍스트 비교를 통해 분석했다.
4장 ‘국가란 무엇인가’에서는 루터의 국가관을 중심으로 정치의 의미와 한계를 다루었다. 루터가 교회의 법적 지위를 박탈함으로써 역사적으로 정교 분리가 이루어지고 주권 국가가 출현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루터의 정치 신학을 분석했다. 국가와 정치는 진리의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에서 질서 유지를 통해 개인의 영혼 구원에 간접적으로 이바지한다고 생각한 루터의 신학적 정치관은 국가가 개인을 위해서 있다고 보는 사회계약론의 기초를 마련했다.
5장 ‘순종과 저항’에서는 개인의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국가 극복의 문제를 다루고 동시에 루터의 사상이 어떻게 근대 법실증주의로 연결되는지 분석했다. 부당한 공권력에 대한 무력 저항을 꺼려했던 루터의 신학적 논리를 점검했고, 반면에 루터파 법학자들이 저항권 문제를 법적으로 다루면서 근대적 저항권 개념에 영향을 준 측면을 살펴보았다.
6장 ‘자연법과 사랑의 공동체’에서는 루터의 자연법 사상을 정리하고 그의 직업소명설에 들어 있는 정치 사회적인 의미를 복지 제도와 관련하여 분석했다. 개인의 직업 활동을 통해 국가와 구분되는 유기체적 사회를 추구한 루터의 사상을 살펴보고, 그의 유기체적 사랑의 공동체가 근대적 개인주의를 극복하고자 한 헤겔의 유기체적 국가론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도 고찰했다.
7장 ‘결론: 한국 사회와 그리스도교의 미래’에서는 루터의 정치사상이 한국 사회에 주는 의미를 정리해보고, 유럽 학자들이 중요하게 다루는 반유대주의와 루터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양명수
서울대학교 법대 졸업, 감리교신학대학교 대학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교 신학박사.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및 신학대학원 교수.
저서로, 『퇴계사상의 신학적 이해』(2016),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읽기』(2014), 『한국교회, 인문주의에서 배운다』(2014), 『성명에서 생명으로, 서구의 기독교적 인문주의와 동아시아의 자연주의적 인문주의』(2012), 『욥이 말하다, 고난의 신비와 신학 이야기』(2003), 『근대성과 종교』(2001), 『어거스틴의 인식론』(1999), 『녹색 윤리』(1997), 『기독교 사회정의론』(1997), 『호모 테크니쿠스』(1995)가 있다. 폴 리쾨르의 『악의 상징』(1995)과 『해석의 갈등』(2001, 2012)을 번역했고,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윤리와 무한』, 테야르 드 샤르댕의 『인간현상』, 자크 엘룰의 『원함과 행함』(1990)과 『하나님이냐 돈이냐』(1991), 그리고 가브리엘 바하니안의 『하나님과 유토피아』를 번역했다.
목 차
서문
1장 교회 개혁의 원리: 누구나 사제이다
1. 교회의 권세를 없애라
2.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사제요 주교요 교황이다
3. 국가 권력이 교회에 개입하라
2장 내면성의 원리와 개인의 등장
1. 개인의 내면, 진리 계시의 자리
2. 노예의지론과 개인의 출현
3. 십자가신학과 해석학적 주체의 탄생
3장 자유주의자 루터
1. 아무도 내게 명령할 수 없다
2. 자유가 선에 앞선다: 루터의 형식 윤리
3. 루터와 칸트
4. 평가
4장 국가란 무엇인가
1. 루터의 정교 분리
2. 정치의 의미와 한계
3. 국가의 기원: 국가는 창조 질서인가
5장 순종과 저항
1. 국가의 극복과 순종
2. 공권력 강화와 법실증주의
3. 저항권 문제와 수동적 저항
6장 자연법과 사랑의 공동체
1. 두 가지 자연법과 성서
2. 사랑과 정의, 루터와 헤겔
3. 직업소명설과 사랑의 공동체
7장 결론: 한국 사회와 그리스도교의 미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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