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옛날, 옛날 작지만 몸이 단단하고 기운 센 ‘짱돌’이와
목욕탕에서 방금 나온 아이처럼 볼 빨간 ‘짱순’이가 살았어요.
어쩌면 이상하고 아름다운 이 이야기는 슬플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엉엉 울 정도는 아니랍니다.
『정말인데 모른대요』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샛강에서 ‘미끄럽고 길고 통통한 넥타이’처럼 생긴 물고기를 잡아온 짱돌일까요? 아니면 짱돌에게 그 물고기는 뱀장어라고 알려주고, 갑자기 사라진 뱀장어의 행방을 재미있는 상상과 재치 있는 노래로 더듬어가는 짱순일까요? 둘 다 아니면 친구가 없던 짱돌이가 어쩌면 태어나 처음으로 애착을 느끼고, 외로움과 슬픔이라는 감정을 알게 한 뱀장어일까요?
이 물음은 『정말인데 모른대요』를 보고 읽은 사람만이 답할 수 있을 거예요. 또 몰라요. 짱순이가 추리해 안내한 그 상상 속에 나오는 쥐 가족, 고양이, 여우, 호랑이일지도 모른답니다.
어디 한번 『정말인데 모른대요』의 주인공을 찾아볼래요?
‘처음’이란 어쨌든 설렌다, 떨린다
박연준 시인의 첫 ‘동화’
놀랍고 재미있는 어쩌면 슬플지도 모를 그 이야기!
동화인데 때로는 동시인 듯
시골인데 때로는 도시인 듯
짱돌이와 짱순이의 생김새와 성격은 어떨까요? 풍부하면서도 적절한 형용사와 부사들로 묘사한 부분을 읽으면 두 아이의 생생한 모습이 눈앞에 보입니다.
빨랫줄에 널어놨던 뱀장어가 사라지고, 아무것도 믿지 않는 짱돌에게 토라져 가버리는 짱순을 바라보며 짱돌은 외로움과 슬픔을 느낍니다. 바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이내 짱돌은 방으로 들어가 홀로 웁니다. 이 대목에서는 울음소리가 시어로 바뀌면서 시의 리듬에 맞춰 짱돌의 입 모양대로 읊조릴 수도 있습니다.
『정말인데 모른대요』 동화를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오감을 알아차릴 수 있는 동시를 읽는 듯합니다.
빛이 선명하고 우거진 풀숲에는 꽃도 나비도 있습니다. 그 옆에는 푸르고 맑은 샛강이 흐릅니다. 짱돌은 여기서 뱀장어를 잡게 됩니다. 누가 봐도 이 이야기는 시골이 배경입니다.
그런데 누가 가져갔는지 알 수 없는 뱀장어를 찾는 짱순의 상상 속 세상은 도시입니다. 사람들이 여우 털로 여우 목도리를 만든 게 불만이었던 여우는 야무진 양손으로 뱀장어를 낚아채 목에 휘감고 당당하게 걷습니다. 그곳은 어둠이 짙게 내렸지만 가로등과 건물의 화려한 불빛이 비치는 회색 도시입니다.
『정말인데 모른대요』 그림을 보다 보면 시골과 도시, 어제와 오늘이 기발하고 독특하게 섞인 시공간의 초월을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연준
경기도 파주에 살며 일주일에 세 번 발레를 배운다. 기분이, 그리고 기운이 불안정할 때가 많아서 “나는 아직 시간이 많고, 사랑하는 남자와 살고 있으며,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써놓고 안심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다. 이따금 글쓰기 강의를 하고, 매사에 늦장을 부리며, 대부분 쓰고 읽고 멍 때리며 보낸다. 마감이 코앞이더라도 서두르지 않는 성격이다. 느긋하게, 촘촘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물다섯에 등단해 세 권의 시집과 세 권의 산문집을 냈다. 시집 제목은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이고, 산문집 제목은 《소란》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내 아침인 사 대신 읽어보오》임을 ‘굳이’ 알리니, 두루 읽어주시길!
그림 : 유지연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다. 상상하는 이미지와 캐릭터를 완성해 나가는 작업이 즐겁다. 그린 책으로는<방귀쟁이> <황소가 된 돌쇠> 등과 창작그림책 <엄마의 초상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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