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고객평점
저자알랭 로브그리예
출판사항민음사, 발행일:2018/06/08
형태사항p.167 국판:23
매장위치문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37460845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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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프랑스 문단에 이슈를 몰고 온 작가

1957년 미뉘 출판사에서 출간된 『질투』는 그해 겨우 746부의 판매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그의 이전 두 작품 『고무지우개』와 『엿보는 사람』이 출간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당시 프랑스 문단에 극명하게 대립되는 두 반응을 이끌어냈다. 전통적인 소설 형식을 지지하던 사람들은 심리 묘사나 주관적 판단을 철저하게 배제한 실험적이고 낯선 작품에 노골적으로 혐오감을 드러냈으며, 작가에 대한 조롱과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장폴 사르트르, 알베르 카뮈, 롤랑 바르트, 모리스 블랑쇼, 조르주 바타이유, 앙드레 말로 등 이른바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지성들은 새로운 작가의 탄생에 주목하고, 작가의 편에 확고하게 서서 그의 문학적 실험을 독려했다. 그에게 반대하는 평자들의 혹평과 비난에도 로브그리예는 꾸준히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여 누보로망의 지평을 열었으며, 평론가 브루스 모리싯에 의해 미국에도 소개되어 1960년대에는 미국 문학계에 스타로 부상하기도 했다.

의심의 시선으로 쓰인 고통스러운 관찰의 기록

이 작품은 한 남자의 시선으로 구축된 세계를 그린다. 다시 말하면 한 남자가 보고 듣고 겪은 것, 그리고 그것을 다시 반추하고 따져보고 비교하고 의심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상상력에 의해 조금씩 변형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질투’라는 불안한 감정은 정점을 향해 차오르고, 명확하지 않은 계기로 의심스러운 소강상태에 접어든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프랑스 식민지로 보이는 아프리카의 어느 지역에 바나나 농장을 경영하는 화자와 아내 A…가 살고 있고 조금 떨어진 이웃에 프랑크가 그의 아내와 살고 있다. 그런데 프랑크는 종종 찾아와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며 A…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가 하면 A…와 함께 차를 타고 시내에 가서 차가 고장 났다는 핑계로 하룻밤을 자고 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화자인 남편은 의심의 눈초리로 둘을 지켜보고, 바로 그 의심의 시선이 이 작품을 이룬다. 심증만이 가득한 아내의 부정을 바라보는 남편의 자폐적인 중얼거림과 고통스러운 관찰의 기록, 그것이 『질투』이다.

극히 짧은 음절의 말소리는 그 사이를 점점 길게 메우는 어둠 때문에 마침내는 끊어져 버리고, 두 사람은 완전히 밤에 섞여들고 만다. 어둠 속에서 색이 바랜 셔츠와 드레스의 흐릿한 형체로만 두 사람의 존재가 드러난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상체를 등받이에 기대고 두 팔은 팔걸이 위에 얹고 있다. 팔걸이 주위에 이따금 두 사람의 불분명한 움직임이 일어난다. 아주 작은 폭의 움직임이어서, 시작했는가 하면 어느새 원래 상태로 돌아가 있다. 어쩌면 상상일지도 모른다. (67쪽)

소설 속에 들어온 영화의 카메라

영화감독과 제작자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작가 로브그리예는 작품 속에 영화의 ‘카메라’를 연상시키는 무소불위의 시선을 도입한다. 이 소설의 서술자는 소설 전편을 통해 어떤 대명사로도 지칭되지 않는다. 다만 카메라가 돌아가듯 그의 눈에 비친 사물을 보여줌으로써 그의 존재나 위치를 드러낼 뿐이다. 비교하거나 판단하는 법이 없고, 상징 혹은 은유를 쓰지도 않는다. 소설 전편을 통하여 질투하는 남편, 즉 화자 자신의 심리적인 상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그 대신 아주 독특한 방법으로 주인공의 심리를 보여주는데, 그것은 바로 세계 문학사를 통해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정교하고 지독한 묘사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는 듯 엄격하게 객관화된 사물 묘사와 반복되는 이미지 사이에는 그 어떤 문학적 표현으로도 담아내기 힘든 화자의 심리 상태가 충실히 반영되어 있다.

식당의 첫 번째 창문, 젖힌 왼쪽 날개의 가운데 유리 중앙에 푸른색 자동차가 안뜰 한복판에 와 서는 모습이 비친다. A…와 프랑크가 동시에 각각 차의 양쪽 앞문에서 내린다. A…는 한쪽 손에 형태가 불분명한 아주 작은 꾸러미를 하나 들고 있다. 그러나 꾸러미는 거친 유리의 결 때문에 곧 보이지 않게 된다.

두 인물은 자동차의 보닛 앞에서 서로에게 다가간다. 덩치가 큰 프랑크의 실루엣이 같은 선상의 뒤쪽에 있는 A…의 실루엣을 완전히 가린다. 프랑크의 고개가 앞으로 숙여진다. 유리가 고르지 못해서 자세한 동작은 알 수 없다. 응접실 창문에서 보면 이 광경을 보다 편안한 각도에서 똑똑히 볼 수 있을 것이다. (135쪽)

편집증적인 치밀한 묘사로 표현되는 작품의 세계에서 독자는 그 객관적인 세계를 뚫고 비어져 나오는 불안의 징후와 고통받는 한 인간의 정념을 엿보게 되며, 거기에서 로브그리예의 소설을 읽는 독특한 재미를 발견하게 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알랭 로브그리예
1922년 브레스트에서 태어났다. 우수한 학생이었던 그는 1945년 국립 농업 학교를 졸업한 뒤 국립 통계 경제 연구소, 식민지 유실수 연구소 등의 연구원으로 모로코, 기니, 마르티니크 등에도 근무했다.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소설 습작을 하다가, 1953년 소설 『고무 지우개』로 데뷔하면서 주목할 만한 신인 작가로 떠올랐다. 이 소설로 로브그리예는 페네옹상을 받았고, 미뉘 출판사 제롬 랭동의 문학 담당 고문이 되었다. 1954년에는 직장도 그만두고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두 번째로 발표한 소설 『엿보는 자』(1955)는 프랑스 비평계를 양분시키며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모리스 블랑쇼, 조르주 바타유 등의 지지를 받으며 그해 비평가상을 거머쥔 『엿보는 자』는 롤랑 바르트와 제라르 주네트 등 많은 비평가들의 주목을 끌었고, 이후 로브그리예의 소설 중 가장 유명하고 또 가장 비중 있는 작품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소설은 거의 수학적일 정도로 차갑고 정밀한 묘사가 기이한 비현실성과 환상을 산출해 내는 범죄 소설이다.

로브그리예의 다른 소설로는 『질투』(1957), 『미로에서』(1959), 『뉴욕에서의 혁명 계획』(1970),『시역』(1978) 등이 있다.

로브그리예는 소설가이자 누보로망의 이론가로서뿐 아니라 영화인으로서도 큰 업적을 남겼다. 알랭 레네를 위해 「지난해 마리엔바트에서」(1961)의 시나리오를 쓴 것을 필두로, 영화감독으로서 「불멸의 여인」(1963),「유럽 횡단 급행열차」(1966), 「쾌락의 점진적 변화」(1973), 「포로가 된 미녀」(1982) 등을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로브그리예는 1978년과 1997년 강연차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2004년, 82세의 나이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에 선출된 그는 2008년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었다.


옮긴이 : 박이문 
박이문 선생은 1930년 충남 아산의 시골 마을의 유학자 집안에서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시골의 아름다운 자연의 변화를 만끽하며 부모와 조부모의 따듯한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유학 중 귀국한 형의 영향으로 시인이며 작가이자 사상가를 꿈꾸었고, 재수 끝에 경복중학교에 진학하였으며, 청년기의 들목에서 전쟁의 참화 가운데 입대했으나 훈련 도중 병을 얻어 의병제대한다. 피난 시절 부산에서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의 불문학과에 입학하여 본격적으로 문학에 매진한다. 대학원 석사논문을 프랑스어로 쓸 정도로 탁월한 실력을 보였으며, 석사학위를 받고 곧바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전임교수로 발탁될 만큼 뛰어났다. 그러나 안정된 직업인 교수의 생활을 버리고 다시 프랑스로 떠나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에 그치지 않고 미국으로 건너가 철학 박사학위를 받는 인문학을 향한 구도의 길을 걸었다. 그후 시몬스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울대학교 등 세계 각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많은 글들을 발표하고, 예술과 과학과 동양사상 등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선구자적인 인문학자로 살았으며, 시를 쓰는 창작도 일생 동안 지속하여 어린 시절의 꿈대로 시인이자 작가이며 철학자인 인문학자로서 아름다운 ‘사유의 둥지’를 완성하였다. 2017년 3월 26일 별세하였다.

목 차

질투

잔혹한 치밀성의 미학|하일지
사물 세계를 뚫고 나오는 한줄기 의심의 시선|박희원
작가 연보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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