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발가벗고 춤추마의 그녀, 살림만 하다 여행과 바람나다
이미 여러 번 여행을 다녀왔든 또 여행을 계획하든 여행기를 많이 읽거나 많이 얽어두어야 하는 이유는 아는 만큼 더 보이고 더 깨닫기 때문이다. 같은 여행지, 같은 풍경이라도 사람마다 느낌과 생각은 다르다. 고정된 풍경을 놔두고 서로 다른 생각을 느껴보는 감흥, 이것이 여행기 독서 맛이 아닐까.
여행기를 많이 읽어둘수록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느낌과 생각 이외, 그들이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여행을 발견하게는 기쁨이 크다.
여행에 설렘이 없다면 단언컨대 그건 앙꼬 없는 찐빵이다. 국내 여행도 마찬가지겠지만 해외여행 가는 마음이 어찌 설레지 않으랴. 저자는 17년 만에 여행 가방을 쌌다. 2001년 아이들이 중학교,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중국 베이징 여행을 다녀온 후로 한 번도 해외로는 나가지 못했다.
‘그동안 왜 한 번도 해외로 나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니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여유가 없었던 탓이기도 하지만 일단은 모든 걸 미루고 또 미뤄둔 이유였다. 살림하느라 정신없던 저자는 남편의 말만 믿고 가고 싶어도 꾹꾹 참았다.
“내가 퇴직하고 나서 시간이 넉넉할 때 당신 가고 싶은데 다 가보자.”
드디어 남편의 이 말을 동유럽 여행부터 실천하게 된 것이다.
악으로 깡으로가 아닌, 약으로 설렘으로
저자 남편의 직장 생활은 춘풍추우(春風秋雨)가 서른세 번이니, 강산이 세 번 바뀌고도 남는,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었다.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가장의 무게는 시시포스가 매일 바위를 언덕 위로 굴려 올리는 것에 비한다 하여도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저자 남편은 작년 연말에 그 형벌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자유의 몸이 되었다. 이제 그 누구에게도 눈치 볼 것도 없고 어디에도 구애될 것 없는 완전한 자유인이 되었으니 무엇이 거리낄까.
오월 농부가 팔월 신선이 아니던가. 개미가 금탑 모으듯 젊어서는 살림 일구느라 꿈도 못 꿨던 일을, 이제 허리띠를 늦추고 쉬엄쉬엄 꽃도 보고 새소리도 들으며 소견세월하려고 떠났다.
저자 부부 여행은 동유럽으로 첫걸음마를 떼게 되었다.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부터 이미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벼르고 별러서 가는 여행에 설렘과 동시에 장애물이 있었다.
‘장시간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호흡기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여행 중에 와병이라도 하면 어쩌지?’ ‘
패키지여행에서 일행들에게 민폐를 끼치면 어쩌지?’
‘갔다가 영영 못 돌아오면 어쩌지?’
몸이 약한 저자는 여행 가방에 꾸려야 할 약도 많았다. ‘악으로 깡으로’의 해병대 구호가 아니라 ‘약으로 설렘으로’ 장애물을 극복해 나가야 했다.
집 나서면 개고생이라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수필가인 저자는 자신이 다녀온 곳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기는 게, 머리로 기억하는 것보다 백배는 낫다고 생각하였다. 총명이 둔필만 못하다고 하는데 아무리 일람첩기(一覽輒記)한다 해도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으니 기록만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소풍 가는 아이처럼 가방을 꾸려 놓고 저자는 늦은 밤 두 아이에게 카톡을 보냈다.
“엄마가 내일 여행을 떠나는데 잘 다녀올 수 있을까? 그래도 엄마 열심히 살았는 거 절대로 잊지 마라.”
“엄마 여행 떠나면서 죽으러 가는 사람처럼 왜 그러세요? 많이 많이 즐기고 오세요. 나는 다시 태어나도 엄마 아들로 태어나고 싶어요. 엄마는 나에게 최고의 엄마예요.”
부모가 자식에게 들을 수 있는 상찬이 이보다 더한 게 있을까. 저자는 갑자기 힘이 불끈불끈 솟았다.
‘그래, 내 건강이 어때서! 여행 떠나기 딱 좋은데…….’
“산꼭대기에서 두 팔을 번쩍 들고 희열하는 남편의 환한 얼굴을 보니, 언제 저런 표정을 지어보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1년 앞당겨 퇴직하기를 정말 잘했구나. 탁월한 선택이었어!’
남편의 얼굴을 보니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들게 했다.
나는 짤쯔캄머굿 정상에서, 처음으로 남편의 퇴직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있었다. 그토록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 퇴직을 기꺼워하지 않으랴.
오스트리아 짤쯔캄머굿 정상에서 나는 행복이 추상 명사가 아님을 알았다. 보이기도 하고 느껴지기도 하고 만져지기도 하는 또렷한 물체 같다는 생각을, 난생처음 체험해 봤다.“
패키지여행이 다 그렇듯 주마간산으로 또는 수박 겉핥기로 스쳐 간 것에 불과할지라도 저자는 최대한 눈을 크게 뜨고 두 귀를 쫑긋 세워 보고 듣고 적어 둔 메모를 여행기에 담았다.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체험하고 무엇을 느끼느냐에 따라 여행의 기억은 저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생각과 느낌은 오롯이 각자의 몫이다.
동유럽에서 만났던 사람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세상사는 이치는 같고 사람 사는 세상 또한 매한가지였다. 흑인이든 백인이든 황인이든 똑같이 희로애락을 가진 사람들임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누가 그랬던가? 집 나서면 개고생이라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경치 좋은 곳을 보니 눈 호강, 공기 좋으니까 코 호강, 맛있는 거 먹고 다니니까 입 호강, 듣고 배우는 거 많으니까 귀 호강, 집 나서면 개고생이 아니라 호강만 줄줄이 사탕이더구먼 뭐!’
작가 소개
* 경북 포항 출생
* 문학저널 20회 신인문학상 수상(2005년)
* 한국문인협회 회원
* 편지마을 회원
* 테마수필 필진
* 국제 환경박람회 백일장 환경부 장관상 수상(1999년)
* 수필집 <발가벗고 춤추마> 2007년
<엿을 사는 재미> 2012년
* 공저 <아직도 편지를 씁니다> 외 다수
목 차
프롤로그 … 여행 준비물 1호는 설렘이다
동유럽
Germany 1 독일
해가 지지 않은 하루 17
21세기에 중세 도시를 걷다 22
뮌헨의 노란 민들레 27
동유럽
Austria 2 오스트리아
소금의 성 잘츠부르크 33
산 위에서 지상낙원을 보다 39
쉔부른궁전의 여걸 46
비엔나 거리에서 산 명품안경 49
동유럽
Hungary 3 헝가리
두려움과 설렘으로 54
해 저무는 영웅광장에서 57
부다페스트는 밤이 좋아! 63
부다페스트의 밤은 화장발? 66
잊을 수 없는 부다페스트여 안녕! 70
동유럽
Czech 4 체코
프라하 가는 길 74
프라하는 비에 젖어 79
알짜배기로만 채워진 프라하 86
프라하의 밤은 화려했다 90
체코의 끝머리 카를로비 바리 93
동유럽
Germany 5 다시, 독일
목걸이 여행 97
프랑크푸르트를 향하여 101
뢰머 광장에서 독일을 생각하며 106
여행의 마지막 선물 111
발칸 유럽
Serbia 6 세르비아
두근두근 발칸 여행을 기다리며 118
세르비아 땅을 밟다 122
백색인지 회색인지 헷갈려! 129
베오그라드를 떠나오며 133
발칸 유럽
Bosnia and Herzegovina
7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가는 길 138
예쁜 도시 사라예보 141
터키식 커피는 어떤 맛일까 146
모스타르의 올드 브릿지 152
어찌 잊을 수 있으랴 156
어떤 복불복 160
발칸 유럽
Croatia 8 크로아티아
아, 두브로브니크! 165
바다가 불러 주는 노래 172
살아보고 싶은 나라 크로아티아! 178
휴식이란 바로 이런 것, 이런 곳! 184
발칸 유럽
Slovenia 9 슬로베니아
상상 그 이상의 슬로베니아 189
호수와 성, 그리고 섬 194
사랑스러운 도시 류블랴나 203
작지만 강한 나라 208
발칸 유럽
Croatia 10 다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로 Go Go! 211
넥타이의 나라를 아십니까? 213
자그레브를 등 뒤에 두고 221
에필로그 … 그 봄날의 여행은 나에게 단물곤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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