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동화작가는 성장의 길목에 놓인 퍼즐을 푼다.
잠시 길을 잃은 어린이와 같은 자리에서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세계에 의문을 품는다.
친구들의 관계는 어렵고 어른들의 권력은 두렵고 그 속의 나는 외롭다.
『숨은 신발 찾기』에 실린 동화들은 그런 아이들의 울고 싶은 마음을 파고든다.
_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동화작가)
제1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숨은 신발 찾기』
새롭고 의미 깊은 작품들을 발굴해 우리 아이들의 고민을 읽어 주고 발밑을 다져 온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이 열아홉 해를 맞았다. 이번 심사위원들이 당대의 어린이 독자에게 건네고자 뜻 모은 작품은 은영의 『숨은 신발 찾기』이다.
- 새로운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낼 강한 신인이 탄생했음을 의심치 않는다._송미경
- 감탄이 나올 정도로 동화적 서술에 능숙하다. 이미지 또한 매우 선명하다._임정자
- 상상 가득한 이미지성을 만들어 내는 솜씨가 일품이다._장주식
- 아이들의 마음을 한 겹 한 겹 헤아릴 줄 아는 작가다. 좀처럼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지점에서 간결하게 끝맺는 이야기는 바느질한 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말끔하다._김지은
- 각각의 단편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고민과 불안정한 심리가 섬세하게 담겨 있다.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소설의 장점과 세상을 따뜻하게 끌어안는 동화의 장점이 두루 담긴
독특한 작품이다._김리리
세상의 모든 사랑은 ‘정확히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사건의 진상, 감정의 세부, 상황의 맥락을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건네는 위로나 공감은 아무런 힘을 가질 수 없다. 작가 은영은 몇 개의 단어나 짧은 문장만으로 인물의 무의식이나 상황, 분위기를 단박에 그려 낼 줄 아는 능력을 가졌다. 지금까지 창작을 위해 쌓아 온 공력의 단단함을 시사한다.
“선생님, 제 신발이 또 숨어 버렸어요.”
『숨은 신발 찾기』에는 다섯 작품이 담겨 있다. 각각의 단편에서 작가의 눈이 향하는 곳은 냉엄한 현실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불안한 심리이다. 또한 진실한 태도로 이 아이들을 묵묵히 지켜 주는 어떤 존재들이다. 천둥번개가 치던 날 창가에 앉아 있던 여우 인형이라든가, 연못에 사는 거북이의 변신이기도 한 이 존재들은 환상의 산물이며 영원히 아이와 함께해 줄 수는 없지만, 그들과 함께 경험한 강렬한 순간들은 주인공 아이에게 내일 또 한 걸음 내딛을 힘을 준다.
이 작가만의 독특한 상상력과 능숙한 솜씨로 창조된 이 존재들은 화가 이지은의 그림을 통해 몸을 입었다. 파란 목도리를 야무지게 두른 여우의 명민한 눈빛(「파란 목도리 여우」), 마리에게 시간을 물어 준 할머니의 부드러운 살빛과 고운 웃음(「시간을 묻는 아이」), 조금 엉뚱하고 웃기지만 자기 일에 열심인 교감 선생님(「숨은 신발 찾기」)의 모습은 추상적인 감정을 구체적인 실체로 아이들 곁에 붙들어 앉힌다. 세련된 색채와 구성을 사용하지만 결코 차갑지 않고, 인물의 감정을 결 그대로 증폭하는 힘이 있는 이지은의 그림은 독서의 기쁨을 배로 늘린다.
성장의 길목에 놓인 퍼즐을 푸는 다섯 개의 요긴한 힌트
잠시 길을 잃은 어린이에게 도톰한 목도리를 둘러 주는 이야기
첫 작품 「파란 목도리 여우」는 그야말로 절대적인 응원이다. 같은 반 친구와의 다툼에서 궁지에 몰린 란이는 자신을 비호해 줄 어른이 없는 아이다. 상대의 등 뒤가 비어 있다는 사실을 알면 비열한 어른들은 더욱 잔인해진다. 설마 오늘도 엄마가 못 오신다고 얘기하려는 건 아니지? 하고 묻는 선생님 앞에 란이의 발끝이 딱 굳어진 순간, 교실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선 것은 어젯밤 란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여우다. 파란색 스카프를 두르고 우아하게 들어선 여우는 우악스런 지수 아빠를 가뿐하게 제압하고 란이의 하루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감싸 안아 준다.
이어지는 「동그라미 그리기의 비밀」은 아이들 사이의 뒤틀린 관계를 추적한다. 근사한 파티를 열어 주는 대신 친구 한 명은 절대로 초대하면 안 된다는 까마귀의 제안은 너무나 달콤하다. 이를 받아들인 시아와 친구들은 빠져나오기 어려운 곤경에 처하지만 결국 자기들의 힘으로 까마귀의 마법을 깨뜨린다. 선명한 이미지와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표제작 「숨은 신발 찾기」는 가족의 해체로 인해 흔들림을 겪는 아이의 마음을 다독인다. 태이의 신발은 자꾸 신발장을 빠져나와 사라지고, 이 일을 통해서 주변의 어른들과 태이 자신 역시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시간을 묻는 아이」는 마음 바닥에 깊이 감추어져 남에게 쉽게 꺼내 보일 수 없는 근원적인 공포를, 「이상하고 괴상하고 발칙한 것」은 부정적인 감정을 서둘러 제거하려 하는 어른들에게 반기를 들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살핀다.
“이 동화집은 열이 난 어린이의 이마를 짚듯이 마음 깊숙한 곳에 손바닥을 댄다. 부드러운 손이다.” 평론가 김지은이 심사평에서 말했듯 다섯 편의 이야기는 잠시 길을 잃은 아이들을 안아 주는 도톰한 온기를 품고 있다. 동시에 성장의 길목에 놓인 퍼즐을 스스로 풀기에 요긴한 힌트가 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은영
울산에서 태어났으며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숨은 신발 찾기』로 제1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았다.
그림 : 이지은
한국과 영국에서 디자인과 그림을 공부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빨간 열매』 『할머니 엄마』 『종이 아빠』가 있고 그림책 『난쟁이 범 사냥』 『이닦기 대장이야!』 『감기책』과 동화책 『최악의 모둠? 협동으로 바꿔 바꿔』 『왕십리벌 달둥이』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 차
동그라미 그리기의 비밀---25
숨은 신발 찾기---49
시간을 묻는 아이---71
이상하고 괴상하고 발칙한 것---91
심사평---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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