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심리학자의 눈으로 본 가상현실과 인간, 그리고 사회
UN의 후원을 받아 예술가 크리스 밀크(Chris Milk)가 만든 360도 가상현실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 〈시드라에게 드리운 구름(Clouds over Sidra)〉은 당신을 북부 요르단의 자타리 난민 캠프의 일상 속으로 데려간다. 그 곳에는 8만 명의 난민이 생활하고 있다. 가상현실을 통해 당신은 그 한가운데에 서서, 12살 어린이 시드라의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들은 매일 빵을 굽고, 축구를 하고, 학교에 간다. 보도를 통해 듣는 8만 명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당신은 캠프의 일상을 옆에서 바라보고, 비로소 8만 명이라는 숫자를 실감한다.
가상현실(VR)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스탠퍼드대학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인 심리학자 제러미 베일렌슨은 가상현실 분야의 선구자이다. 현재 가상인간상호작용연구소(VHIL, Virtual Human Interaction Lab) 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가상현실에서의 경험이 자신과 타인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에 대해 20년간 연구해왔다.
제러미 베일렌슨이 예측하는 미래는 흔한 기술적 동향이나 경제 전망이 아니다. 그는 이 책에서 각종 심리학 실험을 통해, 가상현실이 인간에게 강한 심리적 영향을 이끌어냄을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오랜 연구 경험을 통해, 가상현실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날카롭게 통찰하고 사회에 미칠 영향까지 짚어낸다.
경험을 창조하는 가상현실 - 강력한 공감을 이끌어내다
가상현실은 실제 경험과 다름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경험 창조자이다. 가상현실을 사용할 때, 이용자의 뇌는 실제 경험하는 것과 비슷하게 생리적으로 활성화된다. 가상현실 속의 강도 높은 사건은 인간에게 심리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디어가 행동에 영향을 주는가?” 그는 “가상현실은 그렇다”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가상현실이 기존의 미디어와 현저히 다른 점은 ‘현존감’이다. 현존감은 ‘그곳에 있는’ 느낌이다. 실제 경험하는 것과 거의 다를 바 없다. 가상현실만의 독특한 힘이다. 비디오, 사진, 문자 등 기존 매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 강력한 설득력으로, 가상현실은 전에 없는 방식으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상현실 - 차별과 편견에 맞서다
가상현실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힘이 있다. 공감력을 키우는 최상의 방법은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상상하는 ‘조망 수용’이다. 가상현실은 실제와 비슷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조망 수용의 효과가 크게 나온다. 이 강력한 힘으로, 가상현실은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우는 새로운 기법이 된다.
2003년부터 제러미 베일렌슨은 노인 차별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고 발표했다. 가상현실 속에서는 젊은이가 노인이 될 수 있다. 가상현실을 통해 장애인의 삶을 경험할 수도, 노숙자의 삶을 경험할 수도 있고, 심지어 농장의 가축이 되어 볼 수도 있다.
세계관을 변화시키는 가상현실 - 환경 문제와 싸우다
가상현실 경험은 한 사람의 세계관을 바꾸어, 기후변화와 같은 위기에 대응해 싸울 수도 있다.
제러미 베일렌슨의 제자인 안선주 조지아대학 교수는 환경 분야에서 가상현실의 설득력을 시험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안 교수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가상현실 관련 전문가이다. 삼림 벌목에 대한 자료를 읽은 실험 참가자와 가상 벌목을 체험한 참가자, 양 측의 행동에는 뚜렷하고도 장기적인 변화가 있음을 밝혀냈다.
제러미 베일렌슨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 교육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해양 산성화에 대한 교육을 하는 이스키아섬의 산호초 해역과 상호작용하는 가상현실 시뮬레이션을 만들었고, 스팀(STEM)을 통해 수천 명에게 이 경험을 제공했다.
저널리즘을 뒤바꾸는 새로운 미디어
가상현실은 저널리즘도 뒤바꿔놓을 것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들이닥친 참혹한 현장을 직접 가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제러미 베일렌슨은 NPR 저널리스트 바버라 앨런(Barbara Allen)과 함께 가상현실을 이용한 저널리즘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당신 주변에서 물이 솟구치고 사람들이 떠내려간다.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서 있는 옥상 바닥이 흔들린다. 뉴스 수용자를 이야기의 실체에 더욱 가까이 끌어오는 것은 언제나 저널리스트들의 관심사였다. 이제 가상현실이 그런 이상적인 멀티미디어가 될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냉철한 균형감각으로 짚어내는 가상현실의 두려움
폭력 묘사로 악명 높은 비디오게임《GTA(Grand Theft Auto)》시리즈를 가상현실로 체험하도록 개조한 개발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것을 만들었다니 소름끼친다. 정말 죄책감을 느낀다. 내가 만든《GTA》가상현실 버전에서 처음 누군가를 쏘았을 때, 내 입은 딱 벌어지고 말았다”
제러미 베일렌슨은 가상현실의 위험에도 눈을 떼지 않는, 뛰어난 균형감각을 보여준다. 그는 가상현실의 위험에 관해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가상현실이 우리의 세계관마저 바꿀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다면, 반대로 나쁜 쪽으로도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만일 가상현실로 가짜 뉴스를 양산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감정에 큰 영향을 주는 가상현실이 이성적인 의사결정에 꼭 도움이 될까?
그의 깊이있는 통찰을 통해 독자는 가상현실이 우리 일상 속에 자리잡은 미래를 한층 더 깊이 바라보는 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가상현실의 기발한 가능성 - 트라우마 치유, 의료, 커뮤니케이션, 교육
가상현실은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제러미 베일렌슨은 커뮤니케이션, 저널리즘, 의료, 교육 등에서, 당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가상현실의 가능성을 들려준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입은 환자들은 가상현실을 통해, 자신이 겪은 상황을 다시 경험하면서 재구성하는 ‘실제상황 노출법’으로 치료를 받는다. 실제로 9·11 테러에서 PTSD를 입은 환자를 가상현실로 치료한 사례가 있으며, ‘브레이브마인드(BRAVEMIND)’라는 프로그램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경험한 퇴역 군인 2,000명 이상에게 도움을 주었다.
원인을 알 수도 없고 사라지지도 않는 통증을 치료하는 데에도 가상현실을 이용할 수 있다. 가상현실 속에서 환자는 절단된 팔이 있던 자리에 멀쩡한 팔이 있는 상황 속으로 들어간다. 환상 속에서 손을 이완시키며 고통스러운 감각 없이 끊긴 신경이 재연결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가상현실은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의 교감에도 활용될 수 있다. 촉감을 전하는 햅틱 기술을 접목하면, 가상 공간에서 악수를 나눌 수도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현장학습을 대체할 학습 콘텐츠를 제공할 수도 있다. 제대로 만들기는 어렵지만, 일단 만들어지면 대량 배포되어 누구나 교육 기회를 공유할 수 있다.
더 매력적인 가상현실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좋은 가상현실 콘텐츠를 만들까?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가상현실 체험은 무엇인가? 또 그걸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나가야 하나? 제러미 베일렌슨은 ‘좋은’ 가상현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첫째, 이것이 가상현실에 있을 필요가 있나 자문해보라. 둘째, 사람들을 아프게 하지 말라. 셋째, 안전하게 하라.
이 책으로 독자는 인간의 변화를 들여다보는 제러미 베일렌슨의 눈을 통해, 가상현실을 어떻게 대비할지에 관한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고 가상현실과 다가올 변화의 잠재력을 더 잘 이해하고, 가상현실이 좋은 데 쓰이는 힘이 되도록 보장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기를 권한다.”(손영권 삼성전자 사장 추천사 중)
작가 소개
지은이 : 제러미 베일렌슨
스탠퍼드대학 교수이자 가상인간상호작용연구소(VHIL) 소장이다. 1999년,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인지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캘리포니아대학 샌타바버라 캠퍼스(UCSB)에서 박사후연구원 및 조교수로 재직했다.
가상현실의 심리학, 특히 가상 경험이 자신과 타인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에 대해 연구한다. 사람들이 가상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연구하며, 사회적 상호 작용의 본질 변화를 탐구한다. 그의 최근 연구는 가상현실이 교육, 환경 보전, 공감, 건강 분야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 《슬레이트(Slate)》,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San Francisco Chronicle)》 등에 글을 썼다.
옮긴이 : 백우진
번역자이자 저술가, 글쓰기 강사.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1년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에서 대국민 경제정책 홍보 업무를 담당했고, 이후 <중앙일보>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포브스코리아>의 편집장을 지냈다. 또한 한화투자증권에서 리서치센터 분석 자료를 교정·교열 및 편집했다.
이치에 어긋나는 통념 깨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가계부채를 진원으로 한 한국경제 위기론을 2016년부터 반박해왔다. 주식투자에 대해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접근하며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에 대해 갖고 있는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자신만의 주식투자 방법론을 적용해 직접 투자를 한 경험과 이론을 다듬어 정리했다.
인공지능AI의 물리적 기초와 원리부터 AI가 인간과 사회에 던지는 과제, AI와 인류의 미래까지 망라해 설명하고 논의한 책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을 번역했다.
지은 책으로 『백우진의 글쓰기 도구상자』, 『일하는 문장들』이 있다. 우리말 단어의 고유 무늬와 결을 탐구한 『단어의 사연들』도 있다. 『안티 이코노믹스』, 『한국경제 실패학』, 『슈퍼개미가 되기 위한 38가지 제언』, 『나는 달린다, 맨발로』도 썼다.
동아일보,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 등 활자 매체의 기자, 재정경제부 공무원, 한화투자증권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목 차
추천의 글 8
들어가며 13
제1장 실전 경험은 최고의 훈련이다 27
제2장 가상현실 속에서 당신의 뇌는 63
제3장 남의 신발을 신고 걷다 103
제4장 체험이 세계관을 뒤바꾼다 141
제5장 시간여행으로 트라우마를 치유한다 175
제6장 원인 불명의 통증을 치료한다 193
제7장 사람과 사람이 다시 연결된 사회로 223
제8장 뉴스의 현장 속으로 뛰어들다 257
제9장 가상현실로 현장학습을 287
제10장 좋은 가상현실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까 311
감사의 말 328
주 332
찾아보기 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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