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작은 풀꽃의 이름은 무얼까?
봄이 되었습니다. 타로는 튤립에 물을 주고 있다가 화분 안에 심은 적 없는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이름이 뭘까? 아마 우리 할아버지라면 알 거야!" 타로는 할아버지에게 물어보기로 했어요. 과연 타로는 어떻게 이 작은 꽃의 모습을 설명할까요? 할아버지는 이야기만 듣고 꽃의 이름을 알아낼 수 있을까요?
친구의 이름을 부르기 위한 관찰의 순간들
어두워지도록 들판에서 초록 친구들을 살피며 놀던 기억이 있나요? 생김새나 향기는 생생하지만, 이름은 알 수 없었던 작은 풀꽃들 말이에요. 등굣길 우연히 스친 발밑의 작은 풀, 거친 돌계단 사이로 피어난 여린 꽃을 보고 이름이 뭘까, 궁금했던 적이 있나요? 어느 날 화분에서 심은 적 없는 작은 풀꽃을 발견한 순간은요? 이 작품은 바로 이런 우연한 순간이 애정 어린 관찰로 이어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름이란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물, 단체, 현상 따위에 붙여서 부르는 말이에요. 이런 사전적 의미를 넘어서, 이름을 알고 그 이름을 부르는 행위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어느 존재의 특별함을 발견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밑바탕으로 새로운 관계가 피어나기 때문이지요.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풀꽃들도 제각각 이름이 있습니다. 마당 뒤편, 눈에 뜨이지 않는 길가, 넓은 운동장 작은 한 켠도 자세히 보고 살피면 남다른 모양을 뽐내며 다가오는 초록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의 주인공 타로처럼 말이지요. 어느 날 만난 작은 꽃의 이름을 찾기 위해 요리조리 살피고 관찰하면서, 타로는 어느새 작은 풀꽃 하나도 소중하게 살피는 마음을 갖게 된답니다. 어떤 것을 눈과 마음에 새기는 일은 어쩌면 이름을 부르는 것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면, 모두의 오늘 하루가 더 행복할 거예요.
주고받는 대화 속에 깃든 할아버지와 아이의 따뜻한 교감
이 작품은 할아버지와 아이의 주고받는 대화가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오직 언어로만 묻고, 대답하고, 묘사하지요. 전화를 매개로 문답을 통해 이어지는 이야기는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통통 튀며 흥미롭게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언어를 통해 이미지를 그려 내는 일에는 세심한 관찰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타로는 아이의 눈으로 호기심을 가득 안고 작은 꽃을 이리저리 살피며 그 모습을 묘사하기 시작합니다. 연둣빛 줄기가 서 있는 모양, 줄기에 달린 잎의 촉감, 조그맣게 핀 꽃의 색깔……. 여기서 주목할 것은 다정하게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고 절대 조급하게 묻지 않는 할아버지의 따뜻한 배려입니다. 할아버지는 한두 번의 문답으로 이름을 알아내지 못하자 실망하는 타로에게 자연스럽게 질문을 이어갑니다. 줄기가 땅 위에 누워 있는지 쭉 뻗어 있는지, 잎이 동그란지 손바닥 모양인지, 그 잎에 털이 있는지 없는지……. 어떤 사물을 입체적으로 관찰하는 일에는 세심한 관찰과 인내가 필요함을 아이가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이지요. 덕분에 타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작은 풀꽃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답니다. 주고받는 대화 속에 깃든 할아버지와 타로의 교감이 세대를 뛰어넘는 따뜻함을 안겨 주는 작품입니다.
아름다운 자수로 피어난 풀꽃을 만날 수 있는 선물 같은 그림책
이 책의 작가 나가오 레이코는 손끝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자수로 다양한 풀꽃을 책 한가득 펼쳐놓았습니다. 실 한 가닥 한 가닥이 촘촘하게 모인 자수 풀꽃은 사진이나 그림 이미지가 전달할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합니다. 페이지마다 생생하게 피어 있는 풀꽃의 잎맥 하나하나, 꽃잎 결 하나하나는 각 식물의 특징적인 생김새를 표현하면서도 아름다운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높여 주지요. 대화하는 할아버지와 아이의 표정 또한 생명이 들어 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칩니다. 어쩌면 재미있는 문답, 그 속에 묻어나는 따스한 애정, 이를 둘러싼 자연과의 교감을 담기에 한 땀 한 땀 이어지는 자수 기법은 가장 자연스러운 그릇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손끝이 뚫고 지나간 자리마다 초록빛, 붉은빛으로 수놓인 풀꽃들은 이제 이름 모를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의 눈과 마음에 새겨진 소중한 존재가 되었으니까요. 이 책을 만나는 독자들도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작은 풀꽃의 이름을 불러 보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손 닿는 곳에 두고 펼쳐 보고 싶은 선물 같은 그림책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나가오 레이코
도쿄 YMCA 디자인 연구소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덴마크 스카루스 수공예학교에서 자수를, 호주국립기술대학교(NMIT)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그림책으로 〈너는 무슨 풀이니?〉 〈산타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작은 크리스마스 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옮긴이 : 강방화
일본 오카야마현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일번역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옮긴 책으로 〈봄이 오면 가께〉 〈지하철 사자선〉 〈나는 달님〉 〈매일 입는 내 옷 탐구 생활〉 등이 있습니다.
감수 : 이이지마 가즈코
슈메이대학교와 NPO법인 자연관찰대학교에서 강의했습니다. 저서로 〈자연을 즐기다, 자연과 놀다〉, 공저로 〈신 잡초 박사 입문〉 〈교정의 잡초〉 〈생태로 알아보는 잡초 도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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