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책은 인생의 마지막 챕터를 쓰는 한 시인이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낀 소회를 자신이 어떻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고, 도대체 한치 앞을 알지 못하는 삶과 평생 그림자놀이 하듯 살아왔는지 자신의 일생을 반추해 보는 책이다. 기쁨과 사랑, 슬픔과 외로움을 깊게 가르쳐주고 가신 남편에게 바치는 글이기도 한데, 그런 의미에서 남편이 병환 중에 그린 그림을 책 표지에 담았다.
황혼의 길목에서 자신의 길에 뿌리내리고 자란 한 그루 나무 자신을 흔들어 보며 저자는 자신이 걸어온 여러 길을 만나게 된다. 영웅적이고 사랑스러운 소설의 주인공 Dorothy Gail 소녀가 캔사스 초원을 춤추며 지나가는 <Wizard of Oz>에서 보았던 길, <Alice in Wonderland>에서 Alice가 지나가던 비밀이 가득 찬 길도 보지만, 결국 저자는 그런 길 말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보통 사람으로 살아온 자신의 길에 서게 된다.
철없고 가난한 생각을 가냘픈 숨결로 잔잔한 ‘세월의 천 한 자락’에 한 뜸 두 뜸 담담히 수놓다보니 어느덧 천은 온통 슬픈 빛으로 물들어 버렸다는 저자, 그래도 저자는 자신의 인생길에 빨간 인주 묻혀 도장 찍듯 ‘이 세상 왔다가는 증표’를 남기고자 펜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서서히, 조금씩, 어렴풋이 그리고 마침내는 통 채 보이기 시작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앞으로 가기보다 뒤로 가는 생각이 점점 많아지는 한 생명이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그 안에 숨겨진 슬픔과 눈물을 지금은 더욱 투명하게 알게 된다. 마음속에 불던 바람도 이상할 만큼 점점 잠잠해가고 작은 가슴에 화평을 받아들이는 관대함이 자리 잡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며, 때론 넘치게 행복하고 때론 넘치게 힘들었지만 그래도 자신은 순탄한 길 따라 살아온 길이었다고 긍정하기에 이른다. 이 시간은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 차는 시간’이라는 저자, 감수성 넘치는 아픔다운 시와 깊은 생각에서 우려낸 철학이 담긴 수려한 문체의 수필로 자신의 삶을 올곧게 인정하는 저자의 깊은 글은, 독자로 하여금 저자와 함께 사색의 창가에서 인생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깊게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마련이다. 하물며 인생의 종착역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지금껏 살아있다는 것은 그리고 죽는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 고민의 태도나 방법 등은 사람마다 다양하고 강도도 다를 테지만, 누구보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인이 바라보는 세상은 보통사람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시인 박신애는 80의 나이에 정신병동에서 일해 온 경험을 일일이 노트에 기록하였다가 2017년『보랏빛 눈물』이라는 소설을 발간해 독자들에게 온전하다는 것과 돌았다는 것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게 하며 충격을 안겨주었다. 저자가 그 소설로 정신이 약한 환자들과 생활하며 느끼는 현대정신의학 및 삶에 대한 일반적 불안에 대한 의문들을 애잔한 소설로 꽃 피워냈다면, 낙엽 진 길 따라 살아온 자신의 길을 돌아보는 시인의 철학적 사유는 깊고도 넓다.
저자는 세상과 삶에 대한 관찰과 호기심을 끝까지 놓지 않으며, 삶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내면의 순수한 감정으로 그려내며 안개 같은 삶을 조금은 거둬보려 한다. 그 중심부에 있는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사람의 생명과 인간의 실존을 순수하고도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며, 결국 오묘하기 짝이 없는 삶에서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과 인간답게 죽는 것에 대한 사색에 이른다. 작고 연약한 것에 마음이 가는 저자의 삶에서 우러난 단상들이 맑은 시와 따스한 수필로 어우러져 깊은 에세이집으로 탄생했다.
인생의 마지막 챕터를 쓰는 저자의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저자가 어떻게 ‘넘어질듯 비틀거리는 작은 생명’을 주도하고 살아왔는지 깊은 울림을 준다. 저자는 자신이 선 자리를 지키며, 자신이 누구인지 묻고 또 묻는 그림자놀이 같은 게임을 계속해 같은 질문을 안고 사는 독자들을 사색의 숲으로 초대한다. 8권의 책을 출간하고 평생 일기를 써온 저자가 걷는 낙엽 진 길은 바로 ‘사색으로 가는 길’이다. 그 길을 따라 그와 함께 걷다보면, 삶의 혹독한 훈련 중에도 인간이 일어설 수 있는 힘은 오직 ‘청정한 마음’과 ‘올바름의 실행’이라는 저자의 인생을 대하는 깊은 태도를 배우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 번 더 사랑한다고 말해줘야겠다는 저자는, 아침마다 기쁨으로 세상을 마주하고 어김없이 축복처럼 찾아와 주시는 하나님을 통해 ‘감사’라는 열매를 선물로 받는다. 독자들 또한 이 책을 통해 똑같은 선물을 받으면 좋겠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신애
박목월 시인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등단한 시인이다. 간호사로 도미하여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인류학을 전공하였다. 10년간 정신병동에서 근무하며 겪은 특별한 경험과 현대인의 정신질환에 대한 연민을 담아 첫 정신병동 소설『보랏빛 눈물』을 집필하였다.
시인의 눈으로 환자들을 바라보고 돌보는 일이 남보다 더욱 쓰리고 아파야 했던 순간들을 시인은 시로서 애틋함을 드러냈고, 소설을 쓰는 내내 다시 앓아야 했다. 저자는 그동안 미주 한인 신문에 기고하고『고향에서 타향에서』,『찬란한 슬픔』,『언덕은 더 오르지 않으리』,『엄마는 요즘 그래』,『지평선』,『너무 멀리 와서』,『그리움의 그림자 따라』등 시집과 수필집 6권, 소설집 1권을 출간하여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왔다.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 근교에 거주하는 저자는 현재 재미 시인협회 회원으로 집필 활동에 몰두하며 일주일에 두 번 병원과 자원봉사 단체 등에서 왕성한 봉사활동으로 여생을 보내고 있다.
목 차
1장 하나님의 텃밭 13
하나님의 텃밭 14
내 안에 누가 살고 있는가? 17
나와 나의 그림자놀이 20
새벽 별 23
그림자와 빛살들의 휘황찬란한 쇼 27
세월의 걸음걸이 29
바람 32
내 자리 지키기 33
인의예지(仁義禮智) 38
2장 꽃이 피었네. 웃겨 41
겨울 가로수 42
서재 책장에서 고이 잠든 사상들 45
꽃이 피었네, 웃겨 47
손목시계 50
세상 모두 한 판 도박장 52
빈자리 54
내 것은 내 것, 네 것도 내 것 57
천지를 가득 채우는 소리 59
나는 내가 아닌 것 같아 61
3장 같은 하늘 아래, 이름 다른 곳에서 65
2월엔 아직 66
끝나지 않는 이야기 68
긴-긴- 꿈(A longest dream) 70
언제 철들래? 74
같은 하늘 아래 이름 다른 곳에서 76
‘눈’이 울 때와 ‘마음’이 울 때 79
일본 여행과 어머님 생각 81
올림표 내림표 찍힌 가계부 85
4장 마지막 챕터(Chapter) 89
내 사랑 내 딸들 90
내 이름 붙은 간판 93
기다릴 줄 아는 지혜 97
마지막 챕터 99
하늘이시여 절 보고 계십니까? 104
은퇴와 봉사일 108
아침 산책 112
작고도 큰 손 116
삶의 무늬 117
5장 길 121
한 장의 지도 같은 길 122
살점 뛰고 있는 삶의 길 125
가시밭 길 129
내가 택한 길 131
이어지는 길 134
하얀 길 135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길 138
6장 여성의 창 141
돌아오지 않는 강 142
슬픔에 핀 꽃 143
시인(詩人) 145
무엇을 더 말해볼까? 146
수시로 찾아가 보는 고향 148
시아버님의 미수식(米壽式) 150
가을과 어머님 생각 152
부를 때와 대답할 때 153
꽃술이 보여주는 끈질긴 생명 이야기 155
차렷! 156
정(精)이란 158
‘정’이란 참으로 무엇일까요? 159
사랑 밭 159
7장 금문교(金門橋) 163
새해와 고마움에 대한 반성 164
내게 소중한 것 한 가지 167
한 이민자 어머니로서의 고백 169
아침의 눈부심 173
흙이 갑자기 많은 얘기를 한다 175
어떤 노인과 그의 애견 177
뜨내기 고양이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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