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지난해 을유문화사에서 부활한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가 올해 『알렉산더 맥퀸: 광기와 매혹』 으로 첫 시동을 건다.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인 『알렉산더 맥퀸: 광기와 매혹』은 영국이 낳은 천재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삶과 예술 세계를 다룬다. 한국에 최초로 나오는 맥퀸의 평전이자 저자의 철두철미한 자료 조사에 기반을 둔 평전으로서 이 책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
그의 대담한 예술 세계와 굴곡진 인생을 마주하다
부와 명성도 보듬지 못한 천재 디자이너의 고뇌
인간의 옷은 진화를 거듭해 왔다. 몸을 편하게 하고 남보다 돋보이고 싶은 인간의 욕구가 새로운 옷감과 디자인을 거듭 만들어 냈다. 특히 20세기를 지나면서 서양식 의복이 세계화되는 동시에 그 흐름을 주도하는 패션 디자이너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등장한 유수의 디자이너 중 일부는 뛰어난 심미안과 표현력, 더 나아가 예술혼으로 점철한 인생으로 전설로 남았다.
이 책의 주인공 알렉산더 맥퀸 역시 그런 ‘전설’에 속한다. 맥퀸은 불우한 가정에서 성장했지만 타고난 미적 감각과 패션에 대한 열정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기존의 관례를 거부하는 과감한 스타일링과 설치 미술을 방불케 하는 패션쇼로 찬사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스물일곱이라는 어린 나이에 지방시 총괄 디자이너를 맡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시장에 안착시키면서 화려한 성공기를 써 나갔다.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올해의 영국 디자이너’로 네 차례나 뽑히고 2003년에 대영제국 3등 훈장을 받은 사실만 봐도 성공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맥퀸은 더 큰 성공 가능성을 뒤로 하고 불혹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장 큰 원인은 우울증이었다. 여기까지 이어진 맥퀸의 이야기는 세간에 어느 정도 알려진 편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 똬리를 틀고 있던 상상 이상의 고뇌와 극심한 스트레스는 한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실제로 맥퀸은 항상 최고로 인정받기 위해 무리한 작업 일정을 소화했고, 매번 혁신적인 스타일과 남다른 의미를 담은 컬렉션을 선보여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그리고 무명 시절 자신에게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패션계 인사 이사벨라 블로의 자살과 청천벽력과 같은 에이즈 진단에 크게 흔들렸다. 이런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기 위해 그는 무절제한 성생활을 일삼고 약물에 의존하다가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저자의 사명감이 이끌어 낸 완벽에 가까운 평전
이 모든 이야기와 일련의 과정이 『알렉산더 맥퀸: 광기와 매혹』에 자세히 담겨 있다. 이 책은 맥퀸의 출생부터 사망까지 시간의 흐름을 따르면서 그의 개인사와 패션계 행보, 그의 작품에 얽힌 사회 문화적 맥락까지 두루 살핀다. 맥퀸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이야기하려는 저자의 사명감 덕에, 내용의 밀도와 완성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래서 맥퀸이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성소수자로서 어떤 어려움을 겼었는지, 디자인의 영감을 어디서 얻었는지 등 독자가 품을 만한 모든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풀린다.
실제로 유능한 기자 출신인 저자 앤드루 윌슨은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정리했다. 이미 나와 있던 언론 기사, 단행본, 방송 프로그램 등을 참고했을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 맥퀸의 가족은 물론 학창 시절 친구, 패션계 동료, 심지어 동성 연인까지 만나 다양한 증언과 참고 자료를 확보했다. 그 결과 어머니가 직접 조사해 정리한 맥퀸 가문의 계보, 맥퀸이 어린 시절에 당한 성적 학대, 낭만과 갈등으로 점철된 연애사, 각 컬렉션에 얽힌 뒷이야기 등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저자는 맥퀸을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감싸고돌지도 않는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다수의 주관이 빚어 낸 객관성이다. 저자는 중립의 위치에 서서 ‘인간 맥퀸’을 철저하게 파헤친다. 그래서 맥퀸이 까다로운 성격과 폭력적인 성향을 갖고 있었고, 디자이너로서 성공한 후 인간관계에 소홀했으며, 마약에 심하게 중독되어 있었다는 어두운 사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맥퀸의 파격적인 디자인과 패션쇼를 둘러싼 찬사와 비판도 균형을 이룬다. 그 결과 맥퀸은 범접할 수 없는 신화가 아닌 거친 현실 속에서 운신한다. 맥퀸이 기대 이상으로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광기가 완성한 거장의 매혹적인 예술 세계
한편 책 속에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도판 마흔일곱 장이 실렸다. 귀여운 ‘어린이 맥퀸’의 모습부터 그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연인들, 그리고 케이트 모스, 카를라 브루니 등 맥퀸의 런웨이에 선 모델들과 맥퀸이 영면한 스카이섬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그중 패션쇼의 생생한 현장을 담은 컬러 도판 열두 장은 단연 하이라이트다. 맥퀸의 이름을 처음 알린 과감한 형태의 바지 ‘범스터(bumster)’, 여성 혐오 논쟁을 일으킨 '에슈' 패션쇼의 모델, '보스' 패션쇼를 장식한 충격적인 피날레, 가수 레이디 가가를 통해 널리 알려진 아르마딜로 구두 등 맥퀸 패션의 명장면이 한데 모여 있다.
맥퀸은 인간의 어둡고 뒤틀린 부분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곤 했다. 그래서 어린 시절 매형에게 받은 성적 학대를 계기로 강인한 여성을 강조한 옷을 만들었고, 죽음의 의미와 상징성을 독창적인 콘셉트로 재현했다. 사드 후작의 문제작 『소돔의 120일』,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명작 '새', 폴 들라로슈의 명화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처형」 등 그에게 영감을 준 예술 작품들의 면면만 살펴봐도 그의 범상치 않은 패션 세계를 짐작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맥퀸은 자신의 상처와 광기를 밖으로 끌어내 사람들을 매혹했다. “내 작품 속의 분노는 내 사생활에 깃든 고뇌를 반영했어요. 내 작품은 나만의 개성을 다룬 전기와 같아요.” 맥퀸을 다룬 최초의 한국어 평전이자 최고의 평전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맥퀸의 어둠이 빚어 낸 현실과 패션에 투영한 이상향을 완벽하게 아우른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앤드루 윌슨
1967년 영국에서 태어나 작가 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 왔다. 첫 저작인 『아름다운 그림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생애Beautiful Shadow: A Life of Patricia Highsmith』로 2003년 램더 문학상, 2004년 에드거 상을 받았고, 이후 『해럴드 로빈스: 섹스를 발명한 남자Harold Robbins: The Man Who Invented Sex』, 『타이타닉의 그림자: 살아남은 이들의 믿지 못할 이야기Shadow of the Titanic: The Extraordinary Stories of Those Who Survived』, 『미친 여자의 사랑 노래: 실비아 플래스와 테드를 만나기 이전의 삶Mad Girl’s Love Song: Sylvia Plath and Life Before Ted』, 소설 『거짓말하는 혀The Lying Tongue』 등 다수의 저작을 남겼다. 저널리스트로서 「가디언」, 「데일리 메일」, 「데일리 텔레그래프」, 『옵서버』 등에도 글을 기고했다.
옮긴이 : 성소희
서울대학교에서 미학과 서어서문학을 공부했다. 글밥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철학 잡지 『뉴 필로소퍼』 번역진에 참여하고 있다.
목 차
이 책에 대한 찬사
서문
1 아물지 않는 상처
2 수습의 긴 터널에서
3 세인트 마틴스 시절
4 이사벨라 블로를 만나다
5 풋내기의 도발
6 정상을 향한 부침
7 지방시 품에 안기다
8 깊어 가는 고통
9 눈부신 고뇌, 끝없는 논란
10 지방시·맥퀸·구찌
11 세상은 최고라 하지만
12 고독한 싸움, 지독한 싸움
13 최후의 슬픔
후기
감사의 말
알렉산더 맥퀸 여성복 컬렉션 리스트(1992~2010)
참고 문헌
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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