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천년 도시의 백년 가게에서 아주 오래된 미래와 만나다
오래되었지만 낡지 않은 아름다움과
서두르지 않지만 멈춰 있지 않은 가치를 찾는 당신을 위한 인문학 에세이
일본인에게 있어 교토란 단순히 관광지가 아니다. 아날로그 문화를 사랑하는 일본인들이 가장 아날로그답다고 인정하는 ‘마음의 고향’인 동시에, 옛 문화와 새로운 혁신이 공존하는 ‘오래된 미래’다.
이렇게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 교토에서 대를 거듭하며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가게를 지켜오고 있을까?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 혹은 그 이상으로부터 전해지는 노포의 이야기는 교토의, 일본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이들의 기억 그 자체다. 그런 의미에서 교토에서 대를 거듭하면서 영업해온 여러 업종의 노포가 밟아온 발자취는 살아 있는 교토의 역사와 만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님이 세월을 거쳐 만들어온 전통, 문화, 체험이라는 것은 지금부터 내가 노력해서 만들려고 해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에 소개된 카페 프랑수아의 사장 다테노 하야오 씨는 이렇게 말한다. 전통은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책에서 인터뷰한 다른 가게 주인들 역시, 가업을 잇는다는 것에 대해 의무감과 자부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혹시라도 자신의 대에서 가업이 끊기면 선조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들 것 같아 의무감을 가지면서도 ‘전통을 잇는 것’의 의미가 지니는 무게감에 자부심도 느낀다. 그들은 결코 글로벌 대기업의 CEO처럼 미디어 앞에 화려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교토라고 하는 글로벌 브랜드의 몸통을 형성하는 아주 중요한 조각임에 틀림이 없다.
이런 이들의 증언과 함께 자료로 남아 있는 객관적인 역사를 조합한 이 책에는, 정겨운 건물과 거리로 채워진 오래된 도시의 풍경과 함께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가 교차한다.
관광사진이 미처 담아내지 못한,
교토의 진짜 얼굴을 만나는 여행
교토의 거리를 여행하다 보면 어딘가 독특하고 특색 있는, 무언가 사연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가게들을 종종 만난다. 단순히 여행자를 위한 관광 상품을 파는 가게가 아니라, 대대로 지역민과 함께하며 성장하고 공존해온 가게들이다.
저자는 이러한 교토의 노포들 중 3대 이상에 걸쳐 가업을 이어온 열 곳의 가게를 선정해 인터뷰를 했다. ▲ 7대째 가게를 이어오며 고등어 초밥을 교토의 대표 음식 반열에 올려놓은 고등어 초밥집, 이즈우 ▲ 어릴 적 향수를 자극하는 동네 목욕탕, 니시키유 ▲ 일본의 전통 술 제조와 판매를 14대째 이어온 마쓰이 주조 ▲ 교토 근대화의 상징이자 전통 베이징요리를 계승한 토카사이칸 ▲ 일본 불교의 역사가 오롯이 담긴 전통 게스트하우스, 도나미 츠메쇼 ▲ 근대 일본의 사상·문화·열정이 살아 숨 쉬는 카페, 프랑수아 ▲ 500년 전 전설 속 엄마의 사랑을 보여주는 사탕 가게, 미나토야 ▲ 재미있고 독특한 스탬프로 세계화를 추구해가는 도장 가게, 다마루인보텐 ▲ 전통 소바와 새로운 과자 개발을 병행하는 독특한 소바 가게, 혼케오와리야. 이상 열 곳의 노포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교토의 문화와 전통,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흐드러진 벚꽃 속의 신사와 불각, 하얗게 분칠하고 종종걸음으로 걷는 게이코, 손님을 태우고 골목을 누비는 인력거… 관광사진 속 교토도 물론 아름답다. 하지만 그것만이 교토의 전부는 아니다. 도시의 새로운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색다른 여행을 떠나보자. 『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가 그 첫 번째 여정이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무라야마 도시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고 공부하는 일본인. 1953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1974년 청춘의 고민을 안고 대학을 중퇴한 뒤 공장에 취업했다. 님 웨일즈의 『아리랑』을 읽고 주인공 김산에게 매료되어 한국과 한국인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986년 말 서울로 어학연수를 와 최루탄 연기가 자욱한 고려대, 연세대 캠퍼스에서 한국어 공부에 몰두했다. 안내원, 통역, 어학원 강사 등을 맡으며 일본과 한국을 수없이 오갔다. 저서로는 『광장의 목소리』 『청춘이 아니라도 좋다』 『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을 비롯해 한국어 학습서 등 다수가 있다.
옮긴이 : 이자영
대학에서 광고홍보학과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오사카 ECC국제외어전문학교에서 일본어 과정을 수료했다. 바른번역 아카데미에서 일본어 출판과정을 수료하고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며 글의 무게에 민감한 번역가, 글맛을 아는 번역가가 되고자 노력 중이다. 역서로는 『산속 작은 료칸이 매일 외국인으로 가득 차는 이유는?』 『그들은 책 어디에 밑줄을 긋는가』 『당신의 보통에 맞추어 드립니다』 『사랑이 필요한 시간』 등이 있다.
목 차
교토 노포 지도
추천의 글 천년 도시 백년 가게에서 발견한 아주 오래된 미래
프롤로그 교토의 또 다른 얼굴, ‘노포’를 만나는 여행
CHAPTER1 이즈우
입맛 까다로운 교토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극상품 고등어 초밥집
이즈우 고등어 초밥의 탄생
거래처와 손님, 모두가 이즈우의 재산
“네가 이즈우의 도련님이니?”
가업을 ‘잇는다’는 것
사사키 가의 ‘은혜 갚기’
고등어길, 물류 아닌 문화 전승의 통로
CHAPTER2 니시키유
역사와 문화가 스며 있는 작은 콘서트홀 같은 목욕탕
‘좋은 물’이 니시키유의 경쟁력
목욕탕에서 열리는 다양한 문화 이벤트
옛것을 고수함으로써 추억을 지키다
깊은 산속에서의 귀환
CHAPTER3 마쓰이 주조 주식회사
동서양의 문화가 은밀하게 부딪혀 절묘한 맛을 내는 술도가
신화 속 술의 기원과 역할
데릴사위로 마쓰이 주조의 대를 잇다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주조업의 매력
대를 이어 추구해온 ‘좋은 술’에 대한 의지
가모가와 양조장의 부활
일본 술을 통해 미래에 전하고 싶은 것
CHAPTER4 토카사이칸
중국 황제도 사로잡은 전통 베이징요리를 일본에서 맛보다
교토의 근대화 과정과 토카사이칸의 시작
황제를 매료시킨 베이징요리
어릴 적 꿈은 ‘토카사이칸의 후계자가 되는’ 것
중국과 일본의 관계 교류를 위한 노력
토카사이칸, 교토 풍경의 일부가 되다
CHAPTER5 도나미 츠메쇼
일본 불교의 역사가 오롯이 담긴 전통 게스트하우스
교토에 살아 있는 불교 신앙
격동의 시대 히가시혼간지를 지켜낸 문도들의 힘
전란을 극복하고 새출발을 하다
위기를 극복하고
CHAPTER6 프랑수아 찻집
근대 일본의 사상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카페
후지타 쓰구하루와의 교류
어머니 다테노 루시코를 이야기하다
아버지의 길을 따라 걷다
프랑수아호의 여정
CHAPTER7 미나토야 유레이코소다테아메
500년을 이어온 전설 속 사탕 가게
500년 전설 속 사탕의 맛
유령이 되어서도 아이를 지킨다
생명을 이어주는 사탕 가게
대를 잇는다는 의무감의 무게
CHAPTER8 다마루인보텐
추억을 파는 도장 가게
에마도에 걸린 ‘기온’의 문자
도장, 쇠락의 길을 걷는 창작의 예술
아날로그 세계는 부활할 수 있을까?
30년 후, 도장은 건재할까?
CHAPTER9 마루젠
출판 불황의 시대에도 무너지지 않는 지식인의 보물창고
마루젠, 교토 근대화 물결의 상징이 되다
마루젠의 상징이 된, 화집 위에 놓인 ‘레몬’
현대 출판의 위기와 서점의 고민
서점,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모인 ‘지와 문화’의 저장소
CHAPTER10 혼케오와리야
사진작가가 만드는 소바는 어떤 맛일까
동쪽의 소바, 서쪽의 우동?
어릴 적 봤던 풍경과의 만남
노포를 잇는다는 건, 오랜 친구와 관계를 이어간다는 것
꿈은 아직 계속된다
에필로그 교토가 아름다운 또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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