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같은 서정시 - 3.1운동 백주년에 다시 읽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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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송희복
출판사항글과마음, 발행일:2019/02/28
형태사항p.247 국판:23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96477226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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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은 3.1운동 백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하여 만든 시 해설집이다. 김억의 「봄은 간다」(1918)에서부터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1942)에 이르기까지 일제강점기의 24년 동안에 걸쳐 있는 좋은 시를 정선해 해설을 붙였다. 이 책에 실린 시를 쓴 시인들 대부분은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간에 3.1운동을 경험했다.

이 책에 선정된 서정시들은 모두 52편이다. 지은이 송희복은 이미 오래 전에 『한국 서정시의 이해』(1993)를 간행한 바 있거니와, 그 동안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시 작품을 최근에 다시 새롭게 해설함으로써 비평적인 가치를 스스로 재발견하려고 하였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선정하기 위해 고심했던 적잖은 시를 해설하면서 숱한 생각에 잠기었다. 그 시대의 감성을 반영하고, 또 이 시대에 공명할 수 있는 서정시를 선별하고 해설하는 데 노력하는 데서 오는 감회랄까? 특히 이 책의 서문 「독자를 위하여」에 보면, 이 책을 간행하는 감회를 다음과 같이 집약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를 선정하고 보니, 선정된 시는 어떤가? 극소량의 수분과 소금기를 머금은 한 방울의 눈물 속에도 기쁨과 슬픔, 감격과 서러움이라는 엄청난 감정의 세계가 들어앉아 있는 것 처럼, 하물며 그 시대를 울렸고 지금도 공명하고 있는 서정시의 주옥과도 같은 명편은 오 죽이나 하겠는가 싶다. 또한 시를 선정하고 보니, 시인들도 이전과 같이 보이지 않았다. 종요롭고도 풍요로운 감수성, 결이 고운 우리말의 아름다움, 현실에 대한 결기 어린 삶의 태도 등을 보여준 그때 그 시절의 시인들에게, 나는 옷깃을 여미면서 경의를 표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시인 가운데 친일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들의 삶에 친일의 오점이 있지만, 지은이는 작가보다는 작품을 우선적으로 판단해 선정했다. 즉, 삶의 오점보다는 시의 우점(優點)을 먼저 생각해서다. 이에 관해, 지은이는 이제 21세기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친일의 오점을 남긴 분들의 좋은 시 작품도 끌어안아서 진일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의 주제는 '사랑과 이별과 그리움'에 관한 부분이다. 사랑은 인간사의 영원한 주제이다. 낡지도 닳지도 아닌 것. 사랑이 유지하지 못하면 이별이 있게 되고, 이별에는 긴 그리움이 따른다. 제1부에서는 그 동안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서정시의 고전인 「님의 침묵」(한용운)과 「진달래꽃」(김소월)과 「초혼」(김소월) 등이 해설에 붙여졌고, 비교적 덜 알려진 「이별을 하느니」(이상화)와 「동경」(이장희)과 「꽃가루 속에」(이용악) 등이 새롭게 소개되어 있다. 그밖에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백석)와 「사랑의 전당」(윤동주)은 시인의 전기적인 삶과 관련해서 상당히 주목될 수 있는 사랑의 시편이다.

제2부는 '한국어의 발견과 가능성'에 관한 부분이다. 일제강점기의 근대시가 이룩한 큰 성과는 나라 잃은 시대의 시적 모국어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애착이라고 할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1910년대의 「봄은 간다」(김억)와 1920년대의 「접동새」(김소월)에 이어서 1930년대에 이르러 꽃을 활짝 피웠다. 이 시기의 정지용과 김영랑과 백석과 이용악과 서정주는 우리말이 지닌 시적인 가능성의 폭을 최대한으로 넓혔다. 1940년대에 우리말 말살을 기도한 암흑기에 「별 헤는 밤」(윤동주)는 가장 아름다운 말로 이룩된 순정(純正)함의 세계를 창조해 마지않았다.

제3부는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다'에 관한 부분이다. 여기에서는 일제강점기의 시대적인 현실을 반영한 서정시를 모았다. 3.1운동을 앞두고 독립선언문을 몰래 영문으로 작성해 해외로 유포한 변영로가 쓴 애국주의적인 서정시인 「논개」에서부터 일본 동경에서 유학을 하고 있던 윤동주가 새벽의 육첩방에서 쓴 「쉽게 씌어진 시」에 이르기까지 12편의 시와 해설이 실려 있다. 이 중에는 조선총독부가 항일시(저항시)로 규정한 「이 몸도 같이」와 「나는 피리를 부는 사람」은 지은이 미상의 시로 사실상 처음으로 소개된 것이다. 김소월의 수고본 미발표 시인「인종(忍從)」은 처음 소개된 것이 아니지만, 이 책의 지은이(해설자)는 이 작품을 매우 정치하게 분석, 평가하고 있다. 잘 알려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의 편에 보면, 이 책의 표제와 관련되는 해설의 내용이 있다. 본문의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이상화는 『개벽』(1926. 6) 지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발표함으로써 어두 운 식민지 시대에 한국저항시의 횃불잡이가 되었고, 상화(尙火)라는 그의 필명에서도 명시 되어 있는 것처럼, 그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뜨거운 불과 같은 정신을 숭상한 시인으로 우 리에게 깊이 각인되어 왔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이 시는 한 시대에 불을 숭상한 시인이 쓴, 불꽃과 같은 서정시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 시대감각도 모르고 끝도 없이 이 리저리 내달으면서 동요하는 내 영혼아……이 영혼은 물론 한심한 영혼이겠죠. 무엇을 찾 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습다, 응답을 하려무나. 시인의 이 외침에는 자신에게로 향한 시대 의 응답이 담겨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에 관해 응답 없는 현실을 답답해하며 자신을 비 웃적거리는 화자는, 스스로 시대의 동향도 모르며 끝없이 방황하는 외로운 영혼임을 깨닫 습니다. 다만, 모든 민족이 동참할 수 없는 시대 현실이기에, 잃어버린 조국 강토를 혼자라 도 숨 가쁘게 걷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온몸에 풋내를 띠고 봄의 푸름에 흠신 젖어 있는 화자는 지식인의 정신적 불구 의식을 상징하는 다리를 절면서, 웃음과 설움이 푸르게 어우 러진 보리밭 사이로 넋 없이 하루를 걷는군요.

제4부는 '삶의 관조, 눈부신 명상'에 관한 부분이다. 우리 근대시의 정신적인 높이와 사색의 깊이를 동시에 보여준 한용운의 서정시편 「알 수 없어요」가 이 책에서 가장 자상하게 분석되어 있다. 그의 시 「낙화」는 전문가들에게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는 숨은 꽃 같은 작품이다. 삶의 관조가 반짝 빛나는 시편들, 이를테면 「남으로 창을 내겠소」(김상용)와, 「1930년 상해」(피천득)와, 「낡은 우물이 있는 풍경」(김종한)이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여운과 여백과 여유를 되찾게 해준다. 삶의 무게와 시대적인 억눌림을 강잉한 언어의 표정 속에 감추면서도 행간에 가열찬 인간 정신을 고양하고 있는 시편들인 「독(毒)을 차고」(김영랑), 「바위」(유치환), 「또 다른 고향」(윤동주) 등은 또 다른 정신의 승리이다. 백석의 「여승(女僧)」은 신산한 간난의 시대에 한 여인의 불우한 인생을, 긴축적인 언어의 짧은 서정시 속에 담았다.

제5부는 '몽상, 혹은 환각의 체험'에 관한 부분이다. 식민지 시인들은 대체로 결여의 정서를 노래했다. 이들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환영을 찾거나 깨진 조국의 이미지를 복원하고 있었다. 일종의 백일몽이라고 하겠다.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 (1900)에서 이 용어를 공상이나 환상의 동의어로 사용했다. 밤의 꿈과 마찬가지로 소망을 충족하고 욕망을 실현하는 작업이긴 하지만, 이것은 꿈의 작업에서 꿈의 불합리한 요소인 논리적인 모순 등을 제거하는 2차 가공의 단계를 거친다. 시인들은 이런 유의 환각 체험을 통해 황홀경의 사상을 시의 언어를 빚어냈다.

송희복의 『(3.1운동 백주년에 다시 읽는) 불꽃 같은 서정시』는 우선 시의성을 최대한 살렸다. 올해는 주지하듯이 3.1운동 백주년이 되는 해이다. 백 년 전의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독립 정신, 비폭력의 정신, 평화적인 국제 연대의 정신은 세계사적으로 고귀한 문화재가 되고 있다. 이러한 정신들이 숨어 있는 꽃의 그림자처럼 그 시대의 아름다운 서정시 속에 얼비치고 있다.

이 책에 선정된 일제강점기의 시정시는 모두 52편이다. 김억의 「봄은 간다」(1918)에서부터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1942)에 이르는 정말 주옥같은 시편들이다. 여기에 실린 서정시들은 3.1운동의 정신이 그러하듯이 오늘날의 시대 가치와도 잘 부합된다. 이 책은 일반의 독자들도 알고 있는 익숙한 시들이 있는가 하면, 또 전문가들도 처음으로 접하는 시들도 적지 않다. 지금의 우리 시대에 대중 독자층에서부터 전문적인 식견의 연구자들도 두루 읽을 수 있고, 공명할 수 있는 비평적인 해설을 지향한다.

이 책의 서술적인 특징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는 실증적인 언어 분석에 있어서 음절 하나하나에도 혼신의 객관적인 정신을 쏟아 붓고 있다. 단순한 시 해설을 넘어서서 비평적인 글쓰기로서의 작품성이, 말하자면 완성의 의미를 머금으면서 최대치의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분석의 수준은 때로 철학의 에세이를 연상하게 하고, 해설의 문장은 한없이 미려한 경인구(epigram)와도 같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송희복 
동국대학교 국문과 및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198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입선
199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
1995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 영화평론 당선
200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국제언어문학회 회장 (역임)
한글학회 진주지회장 (역임)
진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1998~현재)
2016년 제9회 청마문학연구상 수상
2017년 조연현문학상 문학평론 부문 수상
저서 : 『윤동주를 위한 강의록』 외 다수

 

목 차

독자를 위하여 ● 4

제1부 _ 사랑과 이별과 그리움

 님의 침묵_한용운 ● 14
이별을 하느니_이상화 ● 21
진달래꽃_김소월 ● 26
초혼_김소월 ● 34
동경_이장희 ● 38
그리움_유치환 ● 43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_백석 ● 46
꽃가루 속에_이용악 ● 53
동심초_김억 ● 56
샘물_설정식 ● 59
사랑의 전당_윤동주 ● 61

제2부 _ 한국어의 발견과 가능성

 봄은 간다_김억 ● 66
접동새_김소월 ● 69
유리창_정지용 ● 74
향수_정지용 ● 77
모란이 피기까지는_김영랑 ● 83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_김영랑 ● 86
고야_백석 ● 90
전라도 가시내_이용악 ● 95
자화상_서정주 ● 101
바다_서정주 ● 106
남사당_노천명 ● 109
별 헤는 밤_윤동주 ● 114

제3부 _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다

 논개_변영로 ● 120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_이상화 ● 125
눈이 내리느니_김동환 ● 132
인종_김소월 ● 136
이한_홍사용 ● 142
네거리의 순이_임화 ● 146
해협의 로맨티시즘_임화 ● 151
이 몸도 같이_지은이 미상 ● 157
나는 피리를 부는 사람_지은이 미상 ● 160
용정의 노래_윤해영 ● 163
종달새_윤동주 ● 166
쉽게 씌어진 시_윤동주 ● 169

제4부 _ 삶의 관조, 눈부신 명상

 알 수 없어요_한용운 ● 176
낙화_한용운 ● 186
독을 차고_김영랑 ● 190
남으로 창을 내겠소_김상용 ● 194
 1930년 상해_피천득 ● 198
바위_유치환 ● 201
여승_백석 ● 205
낡은 우물이 있는 풍경_김종한 ● 209
무서운 밤_함형수 ● 212
또 다른 고향_윤동주 ● 215

제5부 _ 몽상, 혹은 환각의 체험

 삼수갑산_김억 ● 222
청천의 유방_이장희 ● 228
열락_김소월 ● 231
그날이 오면_심훈 ● 235
꽃나무_이상 ● 239
절정_이육사 ● 242
꽃_이육사 ●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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