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학사 - 상고 시대부터 명청 시대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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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장파
출판사항성균관대학교출판부, 발행일:2019/02/28
형태사항p.1051
매장위치예술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79869385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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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장파의 중국 미학사는 어떻게 씌어졌는가
본격적으로 현대를 사유하는 가운데 성취된
중국 심미 역사에 관한 탁월한 통찰

고대 중국을 다룬 수많은 문헌들 가운데 각양각색의 ‘-사(史)’들은 많았지만, 정작 ‘미학사’는 없었음을 증거로 들며 저자 장파 교수는 “고대 중국엔 미학이란 없었다”고 서두를 뗀다. 보건대 “중국 미학사는 중국인이 세계(서구)의 학문 체계에 맞춰 중국의 현대 문화를 수립하라는 요구로부터 생겨난 것”이다. 그의 문제의식이 출발하는 곳이 바로 여기다. 즉, 그에게 중국 미학사 글쓰기는 중국학자들이 현대의 지평선 위에서 자신과 세계의 학술 활동을 새롭게 사유하는 것과 같은 차원이다. 오랜 시간 그는 동양 대 서양이란 대결 의식을 갖지 않으면서 서양에서 시작된 미학에 대응하여 중국 미학과 문화 정신을 이론화하는 작업을 공들여 수행해왔다.

그러나 그 작업이 고대 문화에 내재하는 고유한 존재 방식들에 대한 존중을 잊은 건 아니다. 우선 장파 교수는 아편전쟁이 발발함으로써 중국이 강제로 세계(서구)에 편입되는 1840년을 경계로 중국의 문화를 두 부분으로 나눈다. 1840년 이전은 인류 문명이 출범한 ‘축의 시대’와 그를 바탕으로 개별 문화들이 독자적으로 전개되어갔던 ‘분산된 세계사’의 시절로, 이때의 중국 문화는 ‘자기 법칙’에 따라 움직였었다. 여기엔 체계적으로 생산 · 생장 · 발육 · 진화하는 전체적인 그림이 있었다(장파 교수의 『중국 미학사』는 이렇게 중국 문화의 ‘상대적인 정체성’이 온존하던 1840년 시점까지를 다룬다).

하지만 1840년 이후는 17세기 서양에서 일어난 자본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분산됐던 세계사를 ‘통일된 세계사’로 끌어간 시절이었다. 이때부터 중국 문화는 처음에는 강제적으로 후에는 주체적으로 통일된 세계사에 진입하여 현대성의 시기로 들어선다. 그리고 중국은 서양 문화를 주류 문화로 삼는 세계사의 규칙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중국 문화사는 외세에 의한 갑작스런 고금(古今)의 단절을 겪으면서 중국 현대와 다른 ‘중국 고대’라는 또 하나의 시간 범위를 갖게 된다. 1840년 이후의 미학적 수요가 새로운 모델을 사용해야만 설명될 수 있는 것처럼, 1840년 이전의 중국 미학은 축의 시대에서 세워진 사상적 모델과 그것의 부연과 변화로 설명되어야 한다.

요컨대 장파 교수의 중국 미학사는 무엇에 대한 ‘느낌[感]’을 핵심으로 삼고 이와 관련된 여러 방면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으로서, 중국사의 서로 다른 역사적 단계를 강조할 뿐만 아니라 ‘기축 시대’와 ‘분산된 세계사’의 관념으로 중국 고대 문화의 독특한 취지를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하여 그의 글쓰기는 중국 미학이 생겨난 바탕, 중국 문화에서 다뤄지는 자연과 사회의 생존 방식 그리고 이러한 방식들과 호응하는 우주관과 여기서 생겨난 문화의 이상과 목적을 드러내고, 중국 문화의 특성이 형성되고 발전하면서 내재적 모순을 보이는 지점까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중국적 심미의 독특한 풍모를 밝혀나가는 가운데,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중국적 사유 방식과 그 이론적인 형태들을 면밀하게 정리해내고 있다.

“중국의 예술미학을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드러냈다”
시대별 중국 미학의 요체

장파 교수의 중국 미학사는 왕조의 순서를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고(선진과 진한, 송과 원, 명과 청의 시기가 한 장에 묶여 있는 까닭이다), 인물과 논저를 하나하나씩 열거하면서, 고전 미학의 발전 과정, 서로 다른 시대의 심미와 취향, 그리고 이론들의 차별적인 특색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두고 서사가 진행된다.

1. 원시 미학
원시 시대에서 선진 시대로 진화하면서 중국 미학은 심미 의식과 관련된 중요한 문화 개념들이 어떻게 원시적 사유에서 이성적 사유로 나아가는지 보여준다. 말하자면 그것은 원시 시대의 ‘단순한’ 의식이 ‘조정(朝廷) 미학’의 체계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이었다.

조정 미학 체계는 하나라와 상나라를 거치며 주나라에서 완성되며, 『주례』에 그 체계가 온전히 간직되어 있다. 특히 건축 · 기구 · 복식 · 문물 · 제도 등을 하나의 덩어리로 녹여내는바, 중국 사회 구조의 기초이자 중국적 지혜의 결정이라 불릴 만하다. 이 미학의 특징은 소농 경제를 어떻게 긴밀한 대일통(大一統)의 왕조로 조직해내느냐에 있다. 즉, 어떤 특정 경제 토대라든가 특정 사회 구조나 이데올로기에 매인 단순한 이론을 초월하여, 경제 토대 · 사회 구조 · 정치 제도 · 이데올로기 · 미학 체계 등이 고도로 일체화된 동양 문화의 형태를 보여준다.

2. 선진과 진한의 미학
하 · 상 · 주의 조정 미학 체계는 춘추전국 시대에 이르러 역사를 당대의 언어로 다시 쓰면서 그 전모를 알아차리기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중요한 틀은 진 제국의 ‘대일통(大一統)’으로 인해 이어지게 된다. 그것은 건축과 복식을 핵심으로 하는 정치-심미의 세계, 우러러보고 굽어 살피기를 중심으로 하는 심미 관조의 방식, 그리고 보고 듣고 맛보기가 겹쳐져 정합성을 지니는 심미 감상이다. 이 틀은 진에서 청에 이르는 전 역사에 걸쳐서 영향을 끼쳤으며, 또한 중국 미학의 특징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된다.

선진 시대에는 중국 미학과 상호 관련되는 문화 구조가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미학이 어떻게 철학과 문화 사상의 한 부분이 되고, 또한 그와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보여준다. 환언하자면, 선진의 이성 정신은 미학의 측면에서 볼 때 여러 방면과 관련되어 있다. 먼저 조정미학 체계가 하 · 상 · 주 삼대의 유형에서 진한의 유형으로 넘어가는 전환을 결정지었으며, 사인(士人) 미학을 위한 문화 · 철학 · 사상의 기초를 다졌다. 그리고 이후 중국 미학의 체계적인 전개를 위한 구조를 쌓았다.

양한(兩漢) 시대에는 중국 미학의 3대 유형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중국 우주관의 기본 형식은 모든 존재를 끌어안는 ‘대(大)’의 미학 이상으로 체현되고, 중국 우주관의 기초 위에서 ‘음악 우주(音樂宇宙)’가 보편 미감으로 체현되었으며, 유가 사상은 문화 주체로서 자신의 기본적인 틀을 일구면서 『시경』 ?대아(大雅)?를 핵심으로 하는 미학을 표현해냈다.

3. 위진남북조의 미학
위진 시대는 상대적으로 독립된 형태를 지닌 ‘사인(士人) 미학’의 체계를 탄생시킨다. 이때부터 미학은 본질적으로 정치나 사상과 구별되기 시작했으며, 미를 그 자체로 인식하고 창작하고 감상했다. 바로 이 맥락에서 중국 미학이 비로소 위진 시대에 시작되었다는 주장이 성립될 수 있다.

이렇게 위진 시대부터 자신의 이론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사인 미학은 명청 시대에 이르기까지 장기간에 걸쳐 중국 미학의 중심 역할을 수행한다. 조정 미학도 사인 미학의 출현으로 인해 진한 제국과 다른 새로운 형태를 취하고 그 꼴을 드러냈다. 따라서 사인을 이해할 수 있는 그들의 철학적 분위기, 삶의 태도와 개인적 정감 등이 육조 시대의 미학을 이해하는 배경이자 기초가 되었다. 우리는 위진 시대를 ‘문예(문화)’의 자각 시대로 간주하기도 하고, 또 ‘인간’의 자각 시대라고도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이 곧 사인이고, 문은 곧 사인의 문이다. 미학으로 말하자면, 곧 심미의 자각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서예 · 회화 · 조경(원림) 예술을 계기로 삼아 미와 문화의 관련성은 미학의 이론을 철학의 봉우리로 올라가도록 만들었고, 인체학(人體學)을 기초로 삼는 중국식 심미 대상 이론을 형성시켰다. 또 다른 영역에 대한 미의 독립성은 ‘려(麗)’로 하여금 유미적이면서도 우주적 의미를 지닌 수준에 도달하도록 했으며, 유협의 『문심조룡』과 같은 규모가 크고 사려가 주밀한 미학 전문 저술로 응축되기에 이른다.

4. 당 제국의 미학
당 제국은 사인 미학의 발전기이다. 문화의 대범주로 보면 진 제국에서 형성된 문화 구조는 양한과 육조 시대라는 서로 다른 두 유형의 발전을 거친 뒤에 당 제국에 이르러 새롭게 종합되었다. 당 제국은 중국 고대 문화 중에서도 가장 번성하고 휘황찬란한 시대이며, 미학 저술도 풍부하다.

당대의 미학은 중국 문화 전기의 찬란한 빛을 만들어냈으며, 전기에서 후기로 향하는 전환의 싹을 드러냈다. 이백 · 두보 · 왕유가 각각 대표하는 세 가지 예술 양식들은 육조 시대의 화려함에서 탈바꿈한 세 갈래로서, 서로 다르지만 서로를 비춰주며(어울리며),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미학의 큰 봉우리를 만들어냈다. 미학 이론은 인체 구조의 기초 위에서 ‘격(格)’ 이론과 ‘의경(意境)’ 이론을 낳았고, 중국 미학사에서 전무후무한 이정표가 된 저작인 사공도의 『이십사시품』을 태어나게 했다.

5. 송원의 미학
송나라에서는 문화 전환으로 인해 복잡하고도 새로운 행태가 두드러졌다. 백거이의 ‘중은(中隱)’ 이론이 정형화되어 사대부들에 의해 널리 받아들여지면서, 평담(平淡) · 이취(理趣) · 운미(韻味)의 경지가 강조되었고, 여러 방면에서 수많은 논쟁과 충돌이 벌어졌다. 예컨대 회화에서는 ‘신(神)’과 ‘일(逸)’의 경계 논쟁, 기술과 예술의 이론 논쟁이 있었다. 사(詞)에서는 음률과 사상의 논쟁, 호방(豪放)과 완약(婉弱)의 논쟁이 있었다. 시에서 점철성금(點鐵成金)과 면향생활(面向生活)의 차이가 있었으며, 각 영역마다 모두 아(雅)와 속(俗)의 논쟁이 있었다. 모든 분야에 선종 사상의 거대한 영향이 휩쓸고 지나가 구체적으로 ‘깨달음[悟]’의 이론으로 체현되었다.
송나라가 고대 문화의 전환에 있어서 의미심장한 이정표와 같다면, 원 제국은 고대 역사를 거듭 바라보는 높은 누대와 같다고 할 만하다. 상고 시대 이래로 중국 역사의 변화는 원 제국이라는 높은 누대에서 새로운 의의를 지닌 양상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원 제국의 미학은 문예의 시각에서 보면 시 · 서 · 화 분야의 경우 송나라와 서로 연결되고, 소설과 희곡의 경우 명청 시대와 일체가 된다. 문인화의 이론에서는 소식을 받아들이면서도 조맹부의 그림에서 그 정형(定型)을 찾았다. 원 제국의 4대가, 즉 오진 · 황공망 · 예찬 · 왕몽은 은일(隱逸)의 산수라는 새로운 풍경을 널리 알렸고, 매화 · 난초 · 국화 · 대나무라는 사군자의 출현은 독특한 시대적 의미를 분명하게 담아냈다. 원호문의 시가 이론은 미학의 불균형과 복잡성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이 시기 희곡은 문인들과 다각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고대사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일류로 꼽힐 만한 작가들(관한경 · 왕실보 · 백박 등)과 작품들(『서상기』, 『두아원』, 『한궁추』 등)을 출현시켰다. 이는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 문화 현상이었다. 이때부터 희곡과 소설은 실제로 정점에 올라서게 된다. 이후 원 · 명 · 청의 희곡 소설 미학은 미학의 참신한 국면을 성취한다.

6. 명청의 미학
명청 시기에는 중국 미학의 복잡성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사상의 측면에선 선진 제자(諸子), 한 제국의 경학, 수당 불교, 정주 이학으로부터 이어져온 여러 사조들이 명 말기에 이르러 다채롭게 전개된다. 문예의 측면에선 시 · 사 · 곡 · 화 · 서 · 원림 · 변문 · 소설 등 각 분야마다 개별적인 특징들을 가릴 수 있다. 또한 복희 이후의 오래된 양식에서 출발해 송나라 이후의 새로운 양식에 이르기까지 희곡 · 소설 · 판화 · 연화 등등이 유행하기도 하고 종합적으로 정리되기도 했다. 이렇게 명 제국에 나타난 심미의 새로운 조류는 송나라 이래로 문화와 미학의 전환이 최고조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이를 이어 청 제국의 미학도 ‘총결’의 특징을 드러낸다. 미학으로는 시가에 섭섭과 왕부지의 총결, 회화에 석도의 총결, 문에 동성파의 총결, 사에 상주사파와 왕국유(왕궈웨이)의 총결, 서예에 유희재의 총결, 건축에 계성의 총결, 음악에 서상영의 총결, 소설에 김성탄과 장죽파의 총결이 있었다. 이러한 각 방면의 총결에서 몇몇 체계적인 이론이 나왔는데, 이는 명청 미학의 특장점이 되었다.

새로운 사상 역시 전반적인 문화 전환을 배경으로 삼아 청 제국에 들어서서 크게 탈바꿈했다. 예컨대 이지를 대표로 하는 명의 후기 사상이 이어 · 원매를 대표로 하는 조화론(調和論)으로 변한다. 명에서 청에 이르는 동안 미학 이론 가운데서는 소설과 희곡 이론에 큰 충격이 가해져 새로운 특성이 나타났으며, 이는 향후 중국 미학 이론 전반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장파 교수는 이제 이 장대한 미의 통사를 종합하면서, 중국 미학은 송대를 기점으로 전기와 후기의 충돌 속에 ‘조정과 일치’로 나아갔다고 결론 내린다. 바로 이 조정과 일치의 미학적 항해 과정에서 중국 미학사엔 번뜩이는 이질감과 새로운 역사적 동향이 등장하곤 했던 것이다.

체계를 갖춘 학문으로서의 중국 미학사
미학의 줄기와 심미 감상, 그리고 미학의 근본 범주

이러한 역사적 통찰에 다음과 같이 중국 미학의 구조(정체성)와 그 배경을 분석하는 탄탄한 이론들이 더해짐으로써 장파 교수의 미학사는 안정적인 체계를 갖춘다.
먼저 유가 · 도가 · 굴원 · 선종(불교) · 명청 사조 등 근본적인 사상 유파들로써 ‘중국 미학의 줄기’를 정리하는 가운데 사회 구조 차원에서 중국 미학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네 요소―조정(朝廷) · 사인(士人) · 민간(民間) · 시민(市民)―가 눈에 들어온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하나라에서 한 제국까지는 조정 미학이 성립 · 발전 · 변화 · 정형화되어가던 시기이고, 선진과 양한 시대는 사인 미학의 배양기, 위진 시대는 사인 미학의 발생기, 당송 시대는 사인 미학의 발전 · 성형기, 명청 시대는 사인 미학이 확대 · 발전하는 시기였다. 아울러 송나라는 시민 미학의 배양기였으며, 명 제국은 시민 미학의 발생기, 청 제국은 시민 미학의 전환기다.

이 네 측면에서 핵심이 바로 사인이다. 사는 사대부를 간략히 지칭한 것으로, 관직에 있지 않은 사와 현재 관직에 있는 대부의 두 방면을 포괄한다. 위진 시대가 시작되면서 이 사인이 스스로 문화 속에서 마땅히 어떻게 제자리를 잡아야 하는가를 고려하며 미학을 사유하기 시작한다. 이때가 바로 인간(사인)이 이른바 자각적 기초에서 미를 자각한 시기로서, 저자가 이 책에서 줄곧 강조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또 하나 눈여겨 보이는 지점은 다양한 심미 감상의 범주들을 설정하는 저자만의 방식으로, 이는 ‘살펴보는 관(觀)’ · ‘맛보는 미(味)’ · ‘깨닫는 오(悟)’로 요약된다. 저자는 주요 범주가 출현한 역사적 순서에 따라 선진과 양한의 관, 위진남북조의 미, 당송의 오를 차례로 분석한다.

살펴보는 관은 이를테면 외재적인 눈 돌리기를 중심으로 하면서 겉에서 속으로 이르는 것이다. 이는 밖에서 안으로 향하는 ‘내(內)’에 초점이 있으며, 이때 안의 성질은 실체적인 것이다. 맛보는 미는 심미 대상의 신 · 골 · 육의 구조와 서로 일치한다. 당송 시대에 이르면 심미 대상의 내재적 본질로서 뜻 너머의 뜻, 맛 너머의 맛을 느끼게 된다. 경치 너머의 경치, 형상 너머의 형상, 운치 너머의 정취 등 일련의 새로운 범주가 출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심미 감상의 맛보기도 당연히 더 높은 요구를 받게 되었다. 이때 출현하는 것이 바로 깨닫는 오로서, 이 깨달음은 저 너머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이렇게 관 · 미 · 오는 미학 감상 이론의 통시성이 전개된 것이자 공시성의 구조이기도 했다. 심미 감상 차원에서 살펴보는 관에만 이르면 외형에서 실체적 성격을 띤 내용에 이른다. 맛보는 미에만 이르면 비실체적 내용에 이른다. 깨닫는 오에 이르러야만 비로소 운치 너머의 정취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책을 맺으며 저자는 중국 미학의 5대 근본 범주―기운생동(氣韻生動) · 음양상성(陰陽相成) · 허실상생(虛實相生) · 화(化) · 의경(意境)/경계(境界)―를 정리하는데, 이를 개별적 대범주의 계열들에 사용함으로써 중국 미학의 내재적 통일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동아시아예술미학총서’의 한 매듭을 짓다

이 책은 2013년 “철학 사상 중심의 연구 풍토에 미학과 예술의 관점을 추가해 동아시아 고전들을 재조명한다”는 기획으로 출범한 ‘동아시아예술미학총서(전6권)’의 마지막 권으로, 이제 이 시리즈는 한 매듭을 짓게 된다. 중국 심미 문화의 전반을 시대별로 조명한 통사(『동아시아 미의 문화사』, 2018)와 대표적인 미학자 · 사상가들의 사유와 통찰로써 풀어낸 중국 근현대의 미학(『중국 현대 미학사』, 2013), 그리고 장자(『소요유, 장자의 미학』, 2013) 및 『주역』의 미론(『대역지미, 주역의 미학』, 2013)과 ‘의경’ 등 중국 미학의 핵심 개념에 집중했던 이론서(『의경, 동아시아 미학의 거울』, 2013) 등이 도모한 자리에 마지막으로 장파 교수의 『중국 미학사』를 보태어 그 전체적인 조감을 완성하려는 차이다.

이 시리즈의 목표 가운데 하나가 “동아시아 미학과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혼자서 읽을 수 있는 번역”이었기에 여섯 권 모두는 원서에서 다뤄졌던 인명 · 지명 · 사건 · 서명 · 개념어 등에 대해 거의 편역이나 마찬가지인 수준으로 풍부한 주석을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원서가 인용한 원전들에 대해서는 번역과 함께 한자 원문도 싣고, 그 한글 독음까지 일일이 챙겨 달았다. 처음에는 번역문만 보더라도 나중에 원문을 통해 심화 독서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나아가 역자는 원저자가 간략하게 다룬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필요한 서적들을 일일이 참고문헌으로 정리해 제시했다. 특히 한국어 번역본과 그 연구서적까지 친절히 소개하여 해당 부분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안내했다. 각권의 볼륨이 최소 6백 페이지에서 1천 페이지를 훌쩍 넘기게 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여기에 있었다.

특히나 『중국 미학사』는 출간되기까지 겪어낸 우여곡절이 만만치 않았다. ‘옮긴이의 글’에서 역자가 밝혔듯이, 방대한 작업을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하다보니 한꺼번에 정리되지 못한 이전 파일들을 잃어버리기도 했고, 한국어출판권 유효 기간을 두 차례나 넘겨 재차 계약을 연장해야 했으며, 장파의 『중국 미학사』 ‘1쇄’(2000)가 『장파교수의 중국미학사』(푸른숲, 2012)란 제하로 국내에 소개되는 순간을 목도해야 했다.

그러나 이 책은 장파 교수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말하고 있듯이 『중국 미학사』의 1쇄(2000)가 아니라 이후 5년여의 보완 작업 끝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2쇄(2006)를 대상으로 번역한 것이다. 그 기간 강의와 남다른 연구 과정을 거치며 이 책엔 적지 않은 분량의 증보와 수정이 가해졌다. 책의 원고는 한 장 한 장 각기 다른 정도로 고쳐 씌어졌으며, 특별히 진한 시대의 음악 우주와 관련된 내용이 증보되었다. 『문심조룡』 체계의 새로운 인식, 선종 미학의 영향, 원 제국 미학의 내용, 명청 시대의 체계적 저작의 내용 등등에 대해선 원래 있던 1쇄의 내용이 적지 않게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보아도 1쇄에 비해 약 15만 자가 늘어났다.

그러하여 장파 교수는 비로소 “한 권의 중국 미학사가 기본을 갖춘 형태”를 이루게 되었다고 자평한다. 보통 2쇄는 1쇄의 재고가 소진되어 판매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 두 번째로 찍는 책을 가리키지만, 『중국 미학사』 2쇄는 단순히 같은 책을 다시 찍은 횟수가 아니라 아예 새로운 판을 계획하고 실행한 ‘수정 증보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은이가 2쇄 후기에서 밝혔듯이 2쇄가 1쇄와 어떤 점에서 다른지 확인하면서 읽는다면, 거기서 나름의 흥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장파
예리한 사고와 꾸준한 연구 활동을 바탕으로 20년 가까이 중국 인문학의 기틀을 다시 세우는 작업에 기여해온 중국 학술계의 거장 가운데 한 명이다. 세계 수준의 보편적인 학문관에 맞추어 중국의 학술 체계를 재구축하면서, 동시에 세계적 학문의 체계까지 더욱 풍성하고 완벽하게 만드는 일에 동참해왔다. 그의 이러한 학문적 지향과 실천 속에서 탄생한 노작이 바로 ‘중국 미학사’다.
쓰촨四川대학 중문과를 졸업하고 베이징北京대학 철학과에서 미학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박사학위는 없지만 런민人民대학에서 교수ㆍ박사지도교수ㆍ미학연구소 소장 등을 두루 거치며 중국을 대표하는 미학 전문가로 발돋움했다. 이후 쓰촨외국어대학의 중국외국문화비교연구센터 주임교수와 런민대학 박사지도교수를 겸했다. 런민대학에서 정년을 앞두고 저장浙江사범대학 인문학원 교수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도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하버드대학ㆍ토론토대학 방문학자를 지냈으며, 중화미학학회상무이사회 이사ㆍ중국미학학회 부회장ㆍ중국문예이론학회 상무이사ㆍ중국비교문학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탄탄한 기초와 폭넓은 지식 그리고 최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그는 중국과 서양의 미학사ㆍ미학 원리ㆍ비교 미학ㆍ중국 예술ㆍ중국 현대문학ㆍ영화예술ㆍ문예이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왕성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3년까지만 놓고 보아도 그의 학문적 업적은 단독 저서 18권, 공저 5권, 편집 5권, 논문 200여 편에 이른다. 대표 저서로 우리나라에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1999)으로 번역 소개된 중국과 서양 미학 및 문화정신, 예술의 바다에 배를 띄우다, 미학 입문, 세계화 시대로 나아가는 문예이론, 대표 공저로 중국 예술학, 예술철학, 미학의 역사: 20세기 중국 미학의 학술 진전 등이 있다.


옮긴이 : 신정근 
국민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ㆍ양현재 재감 등을 지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문명이 낳은 철학, 철학이 바꾼 역사 1'을 함께 집필했다. 주요 논문으로 '장재張載와 안원顔元을 통해 본 유가 인성론의 전개에 관한 연구(박사학위논문), 선진 시대 ‘천인관계론’의 양상과 장재張載의 계승에 관한 연구, 안원顔元을 통해 본 ‘복고’와 ‘창신’의 사유: 공자와 안원 교육관의 비교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옮긴이 : 모영환 
국민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ㆍ양현재 재감 등을 지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문명이 낳은 철학, 철학이 바꾼 역사 1'을 함께 집필했다. 주요 논문으로 '장재張載와 안원顔元을 통해 본 유가 인성론의 전개에 관한 연구(박사학위논문), 선진 시대 ‘천인관계론’의 양상과 장재張載의 계승에 관한 연구, 안원顔元을 통해 본 ‘복고’와 ‘창신’의 사유: 공자와 안원 교육관의 비교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옮긴이 : 임종수  

1972년 서울 종로생. 감리교신학대학교 종교철학과를 졸업, 같은 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현 한국고전번역원)을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같은 학교 동아시아학술원에서 동양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연구재단 고전번역과제 『사고전서총목제요(四庫全?"目提要)』 공역 참여.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BK21 박사 후 연구원, 같은 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유교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지냈다.
㈔인문예술연구소 회원, ㈔인문결연구소 학술이사로 있고, 현재 성균관대학교 인성교육센터 초빙교수, 감리교신학대학 외래교수로 강의. 대안연구공동체와 도서관, 복지회관, 문화센터 등에서 동아시아 고전과 인문학을 나누며 강동구 마을독서모임 온지서원(溫知書院)에서 함께 책을 읽고 있다.
논문으로 「임조은(林兆恩)의 도일교삼론(道一敎三論)」, 「임조은의 종교사상 연구: 삼교합일론을 중심으로」, 「『적송자중계경(赤松子中戒經)』에 나타난 조명(造命)의 의미」 등이 있고, 저서로 『종교 속의 철학, 철학 속의 종교』(공저), 『문명이 낳은 철학, 철학이 바꾼 역사 1』(공저), 『충연재 이정배의 한국적 생명신학을 논하다』(공저), 엮은 책으로 『논어쓰기[論語筆寫]』가 있다.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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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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