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베리아,
유럽 곳곳의 도시들에 이르기까지……
도스토옙스키가 실제로 머물렀던 공간을
직접 탐방하며 들여다보는, 대문호의 인생과 문학
노문학자 석영중 교수의 저서 『매핑 도스토옙스키: 대문호의 공간을 다시 여행하다』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서 오랜 세월 학생들에게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을 가르쳐 온 저자는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세계 곳곳에 남긴 흔적들을 두 발로 직접 탐방했던 경험을 토대로, 그의 삶과 문학 세계를 독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소개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베리아, 유럽 곳곳의 도시들에 이르기까지, 대문호가 실제로 머물렀던 지역과 장소들을 직접 보고 거닐면서 그의 정신적인 궤적을 따라가는 이 책은, 전문 연구자의 생생한 <도스토옙스키 기행>의 기록이자 그의 문학 세계로 흥미롭게 독자들을 초대하는 충실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석영중 교수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세계 곳곳에 남아 있는 도스토옙스키의 흔적을 찾아서 러시아는 물론 카자흐스탄과 체코, 프랑스, 독일,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등지를 아홉 차례 오가는 대장정에 올랐다. <계산해 보지 않았지만 아마 지구를 몇 바퀴 돌았을 것>이라는 저자의 술회만큼, 이처럼 한 연구자가 그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들을 전부 직접 찾아가 본 일은 전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이후 저자는 이 여정의 기록을 토대로 2018년 1월 첫 주부터 12월 마지막 주까지 1년의 시간에 걸쳐 잡지 『중앙SUNDAY』에 총 48회의 칼럼을 연재했다. 이를 모아 6개의 부와 48개의 장으로 구성한 이 책은 각 장마다 하나의 도시와 관련된 하나의 주제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하여 마치 각각의 조각들이 하나의 장엄한 형상을 이루는 모자이크화처럼, 도스토옙스키의 생애와 문학과 관련된 거의 모든 주제를 전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임종의 순간까지 대문호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죄와 벌』,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악령』, 『백치』, 『미성년』 등 5대 대표 장편소설을 비롯한 그의 주요 작품들을 그 작품과 관련 깊은 장소와 연관하여 쉽고 재미있게 해설해 주고 있다. 자칫 어렵고 심오할 수 있는 내용까지도 이해가 쉽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평소 도스토옙스키를 사랑해 온 독자들뿐 아니라 아직 그의 작품을 읽어 보지 못했거나 처음 그의 문학 세계에 접근하려는 독자들에게도,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이 책이 좋은 입문서가 되어 줄 것이다.
또한 여행지에서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과 이미지 자료들, 도스토옙스키의 주요 이동 경로를 나타낸 지도 등을 함께 수록하여, 이 책을 통해 떠나는 <도스토옙스키 여행>에 독자들이 더욱 생생하게 빠져들 수 있도록 했다. 이중에는 전문가들도 쉽게 찾아가서 보기 힘든 희귀한 사진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러시아 곳곳과 카자흐스탄에 흩어져 있는 총 일곱 개의 도스토옙스키 기념관은 물론, 도스토옙스키가 이곳저곳을 떠돌며 머물렀던 셋집과 현판들, 그가 걷고 지나쳤던 유럽의 거리와 상점들, 삶의 나락에서 좌절하고 다시 태어났던 감옥과 수도원들, 그의 작품 속에서 영원의 공간으로 재창조된 도시의 골목길들, 그리고 그와 그가 사랑했던 이들이 잠든 무덤 등…… 그의 삶과 작품에 각인된 공간들을 저자와 함께 더듬는 여정은, 단순히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그의 공간을 다시 여행하며> 그가 보고 듣고 숨 쉬던 삶의 순간들 속으로 흠뻑 젖어 들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역마살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
그의 파란만장한 여정과 정신의 궤적을 함께 추적하다
러시아 문학사를 통틀어서 도스토옙스키만큼 여러 곳을 떠돌아다닌 작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60여 년의 생애 동안 도스토옙스키는 삶의 여러 운명과 부침의 길목마다 러시아와 유럽 곳곳의 다양한 지역들을 전전하면서 살아갔다. 그의 고향인 모스크바, 그의 문학적 영감의 원천이 된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감옥의 막사 안에서 30대의 대부분을 보내야 했던 시베리아 유형지, 유럽 정신에 깃든 획일화와 전체주의의 악몽을 읽어 냈던 런던 만국 박람회장, 도박 중독에 걸려 배회했던 독일의 카지노들, 버거운 친척들과 빚쟁이들을 피해 도망쳤던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들, 생의 마지막 몇 년 동안 머물며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작품 집필에 몰두했던 작은 온천 마을 스타라야 루사 등에 이르기까지……. <역마살> 가득한 그의 생애는 그 바빴던 여정만큼이나 고스란히 그의 역동적이고 파란만장했던 삶의 과정을 대변한다. 그만큼 그의 생애는 끝없는 방황과 고뇌, 좌절과 갱생의 드라마틱한 과정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정과 함께 그의 문학과 사상도 무르익어 가며 새로운 국면들을 맞이하곤 했다. 그가 일생 동안 여기저기 떠돌아다닌 것은 대부분 그의 의사와 무관했으나, 이 숙명적인 이동은 예외 없이 그의 작품 속 서사의 일부로 굳어졌다. <시베리아는 『죽음의 집의 기록』과 『죄와 벌』에, 모스크바는 『백치』에,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가난한 사람들』에서 『미성년』에 이르는 수많은 소설에, 유럽은 『지하로부터의 수기』와 『백치』와 『악령』에, 트베리는 『악령』에, 스타라야 루사는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겼다. 실제의 공간과 지명은 그의 문학 속으로 들어와 때로는 이야기의 배경이 되고 때로는 저자의 의도를 전달해 주는 비유이자 상징이 되었다. 지도 위의 랜드마크는 시간 속의 사건으로 전이되었다. 특정 공간을 따라가는 저자의 이동 궤적은 소설 속에서 사상의 움직임으로 복제되면서 놀라운 역동성의 문학을 창출했다.>(「머리말」에서)
때문에 도스토옙스키의 물리적인 이동을 살펴보고 그의 발자취를 직접 따라가 보는 일은, 일생 동안 그의 문학 세계를 넓히고 형성해 온 그의 정신적인 궤적을 살펴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 석영중 교수는 이 책의 중요한 목적이 도스토옙스키의 <물리적인 이동과 함께 정신적인 움직임을 동시에 살펴보>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문호가 실제로 살았던 도시와 머물렀던 장소, 방문했던 나라들을 따라가면서, 국경을 넘고 교차로를 지나가고 다리를 건너, <시간, 공간, 인간>을 축으로 하는 도스토옙스키 <지도>를 그려 보고자 하는 것이다. 책 제목의 <매핑mapping>은 그래서 실질적인 지도와 형이상학적인 지형도 모두를 함축한다. 부제인 <대문호의 공간을 다시 여행하다>는 이 책에 인용된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의 말, <기억하는 것은 같은 공간을 다시 여행하는 것>이라는 문구에서 차용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와 함께 대문호의 발길이 머물렀던 공간을 따라가는 여행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그의 정신과 문학을 아우르는 지형도가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자취를 남긴 것을 독자들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슬라브어문과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부터 현재까지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도스토옙스키 강의를 해왔다.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과 한국슬라브학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인간 만세: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 읽기』, 『자유: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배우다』,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도스토옙스키의 『분신』, 『가난한 사람들』, 『백야 외』(공역),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광인의 수기』(공역), 푸시킨의 『예브게니 오네긴』, 『대위의 딸』, 체호프의 『지루한 이야기』, 자먀틴의 『우리들』, 마야콥스키의 『마야꼬프스끼 선집』,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 등이 있다. 푸시킨 작품집 번역에 대한 공로로 1999년 러시아 정부로부터 푸시킨 메달을, 2000년 한국백상출판문화상 번역상을 받았다. 2018년 고려대학교 교우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목 차
머리말 : 대문호의 역마살
도스토옙스키 이동 경로
1부 야망의 여정,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1장 모스크바 : 〈예언자〉의 탄생
화합에 굶주린 러시아를 울리다
2장 모스크바 : 고통을 보다
연민, 실존의 법칙
3장 모스크바 : 돈을 읽다
극빈자 병원과 거액 기부자, 돈의 두 얼굴
4장 상트페테르부르크 : 도스토옙스키의 도시
신기루가 빚어낸 견고한 문학
5장 상트페테르부르크 : 글 쓰는 인간
가난한 하급 관리의 존엄한 이미지
6장 상트페테르부르크 : 책 읽는 인간
책이 팔려야 입에 풀칠이라도
7장 상트페테르부르크 : 불안에서 분열로
나를 좀 인정해 달라
8장 상트페테르부르크 : 〈하얀 밤〉의 추억
사랑이여, 그 젊은 날의 아스라함이여
2부 시베리아, 다시 태어남
9장 상트페테르부르크 : 두 번째 생
삶은 선물이고 행복이다
10장 옴스크 : 사람들 속으로
시베리아 유형지에서 〈인간〉을 발견하다
11장 옴스크 : 자유!
본능의 극복이 자유다
12장 다로보예 : 아, 불쌍한 아버지!
폭력은 폭력을 부른다
13장 다로보예 : 나는 러시아인이다
민중의 내면을 보다
14장 세메이 : 한숨 돌리기
시베리아에서 만난 젊은 귀인
15장 세메이 : 별이 빛나는 밤
신과 화해하고 신의 의지에 복종하다
16장 노보쿠즈네츠크 : 미친 사랑
가난한 술꾼의 아내와 늙수그레한 로미오
17장 노보쿠즈네츠크 : 비참한 결혼
이 모든 상실에도 불구하고
3부 러시아와 유럽, 나의 〈정신〉과 남의 〈이론〉의 교차로에서
18장 상트페테르부르크 : 저널리즘의 시대
더 빨리! 많이! 재미있게!
19장 유럽 : 최악의 여행기
인간의 물질화를 거부하다
20장 런던 : 디스토피아의 비전
기술이 권력을 넘어 종교가 될 때
21장 상트페테르부르크 : 반역
냄새나는 〈지하실〉은 당신에게도 있다
22장 상트페테르부르크 : 더 미친 사랑
열여덟 살 연하의 〈팜파탈〉
23장 비스바덴 : 중독
그때 돈을 따지 말았어야 했다
24장 비스바덴 : 감각의 지옥
도박장에서 인간 본성을 읽다
25장 상트페테르부르크 : 인생 역전
26일 만에 완성한 소설과 결혼
26장 모스크바 : 범죄 소설의 태동
『죄와 벌』로 살인 사건을 예언하다
27장 상트페테르부르크 : 죄와 벌, 그리고 정의
라스콜니코프는 정의로웠나?
28장 상트페테르부르크 : 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첫 문장
청년은 〈작은 방〉을 〈나왔다〉
29장 상트페테르부르크 : 형사와 매춘부
형사 콜롬보의 모델이 바로 그였다
30장 상트페테르부르크 : 어떻게 살 것인가
성장의 시간, 희망의 시간
4부 문학이 된 유럽
31장 유럽 : 삼십육계
절대적인 사랑의 절대적인 확신
32장 바덴바덴 : 인격 살인
도스토옙스키와 투르게네프
33장 바젤 : 실패한 그리스도
절망의 심연에서 담금질된 기쁨
34장 제네바 : 남자가 통곡할 때
소설을 써야 했기에 그 모든 걸 견뎌 냈다
35장 브베 : 보이지 않는 돈
나스타샤, 10만 루블 줄 테니 같이 떠나자
36장 피렌체 : 여인의 얼굴
보는 것이 아는 것이다
37장 피렌체 : 유한한 삶, 행복한 삶
순간을 1세기처럼 살 수 있다면
38장 드레스덴 : 〈악령〉들의 우두머리
지상 낙원과 절대 권력
39장 드레스덴 : 〈쓸모〉의 문제
쓸모없는 것들은 왜 필요한가
5부 다시 러시아, 영광을 향하여
40장 트베리 : 마음속의 〈변두리〉
당신은 중앙과 그물망에서 소외되어 있는가
41장 상트페테르부르크 : 소설가에서 〈멘토〉로
그는 1인 미디어의 선구자였다
42장 바트엠스 : 인간의 품격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43장 스타라야 루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 명성의 절정
문학의 땅에 한 알의 밀알로 죽다
6부 〈매핑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모든 길은 바다로
44장 매핑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➊ 아버지 죽이기
저 따위 아버지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 걸까
45장 매핑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➋ 열린 문
인생은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다
46장 매핑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➌ 두 가지 사랑
사랑을 실천하라
47장 매핑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➍ 얼어붙은 손가락
무감각한 사회는 결국 무너진다
48장 매핑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➎ 기억의 힘
〈착한 그 시절 서로를 잊지 맙시다〉, 대문호가 꿈꾼 공동체
맺음말 : 끝나지 않은 여행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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