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미국 최초의 페미니스트 작가 케이트 쇼팽의 단편집
케이트 쇼팽은 19세기 미국의 소설가로서 여성 주체의 내면과 남부 사회의 다양한 양상을 다룬 도전적이고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들을 발표했다. 대표작 『각성』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이 강력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팽배했던 출판 당시에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오늘날에는 페미니즘 초기 소설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후 10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재평가가 이뤄진 이 작가에 대해서 최근 한국의 평단과 독자들도 주목하고 있다.
표제작 「셀레스틴 부인의 이혼」은 생활비도 주지 않고 집에도 들어오지 않는 무책임한 남편을 둔 셀레스틴 부인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법률가 팩스턴의 조언을 받으며 남편과 이혼을 하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반대한다. 강력한 가부장적 이념이 지배하던 시대를 살아간 여성의 내면적 갈등을 다룬 이 작품에서 이혼에 대한 그녀의 선택은 단순히 개인의 입장에 따른 판단이라고 할 수 없으며 당시 기혼 여성들의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결정의 과정임을 작가는 보여주고 있다.
쇼팽의 단편소설들은 여성 주체의 정체성, 관습과 욕망 사이의 갈등, 사랑뿐만 아니라 남부 사회의 인종적·계층적 차별과 전쟁, 삶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과 사회적 양상을 다뤘다. 이 단편집은 페미니스트 작가 또는 지역주의 작가라고만 단정할 수 없는 그녀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품 해설’ 중에서
케이트 쇼팽은 19세기 후반 미국 남부 사회를 살아낸 여성 주체들의 삶과 그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겪어내야 했던 지속적인 내면적 갈등을 남부 방언을 포함한 특유의 문체로 기록함으로써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쇼팽 자신은 여권 운동가나 직접적인 여성 참정권 운동가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 속 여성 인물들은 그 당시 여성 주체들의 내밀한 갈등을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대담하게 드러내면서 대농장제에 기반한 미국 남부의 가부장 사회에서 침묵하는 존재로 여겨지던 여성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한 인간이자 사회적 주체로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는 점에서 그 어떤 페미니스트 운동 못지않은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쇼팽은 여성 주체를 대단히 진지하게 인식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여성이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결코 의심하지 않았다. 케이트 쇼팽은 작품 속 개개의 인물들이 처한 사회적, 사적 삶의 현실에 폭넓게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이러한 태도와 인식은 쇼팽 자신의 개인적, 사회적 경험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녀의 삶은 남북전쟁 이전의 노예제 철폐 운동과 남북전쟁 후 자유와 인권 교육, 그리고 참정권 운동을 포함한 페미니즘의 등장이라는 역사적 흐름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쇼팽은 타자인 여성에게 개별적 정체성과 자아 인식, 즉 그녀가 남긴 기록들이 목소리를 갖게 해준 자아 인식을 부여함으로써 가부장적 체계를 뒤흔든다. 그녀 삶의 ‘공식적’ 모습, 즉 주변의 남성들에 의해 형성된 그녀의 삶은 그 이야기 속의 여성들에 의해 도전받고 전복된다.
그녀가 그려낸 수많은 인물들-크리올, 아카디안, 백인, 물라토 혹은 흑인-은 성격도 외모도 직업도 신분도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그 시대를 살던 ‘아메리칸’이었으며, 그들의 삶은 단순히 미국 남부에 국한된 삶이 아니라 19세기 후반을 관통하는 미국의 삶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쇼팽은 한 지역, 혹은 단순히 여성만이 아니라 인간성 일반의 삶을 그려볼 수 있게 해주었다.
쇼팽의 작품은 위대한 소설의 경지에 이르렀다. 쇼팽의 작품 속에서 진실한 주제는 인종적 관습적 기준이 드리운 관점을 제거하더라도 남는, 모호하고 복잡하면서도 진실한 의미를 지닌 인간 존재에 대한 것이다. 이번에 번역된 작품들과 이어 나올 번역 작품들을 통해 케이트 쇼팽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평가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케이트 쇼팽
19세기 후반에 활동한 미국의 단편소설작가로,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페미니스트 소설의 선구자로 재평가받았다.
아일랜드계와 프랑스계 혈통을 이어받은 집안에서 태어나 여자들의 손에 양육되었고, 결혼 후 루이지애나로 이주한 뒤에는 케이준 문화와 크레올 문화를 경험하였다.
쇼팽은 1892년부터 여러 잡지에 어른과 아이들 모두 읽을 수 있는 단편동화, 단편소설, 칼럼, 번역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대표 작품을 통해 남성 중심적인 미국 사회에서의 억압된 여성의 삶을 드러내면서 여성주의 작가로 잘 알려지게 되었다.
그녀의 주요 관심사는 19세기 후반 미국 남부에 살던 여성들의 삶과 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는 모습이었다.
19세기 중·후반 작가들은 대부분 쇼팽처럼 이러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대담하지 못했다. 쇼팽 또한 죽은 지 10년 후에야 당대 최고의 작가로 널리 인정받았다. 1915년 프레드 루이스 패티(Fred Lewis Pattee)는 이렇게 평했다.
"쇼팽의 몇몇 작품들은 지금까지 프랑스나 미국에서 만들어진 최고의 작품들에 버금간다. 그녀가 보여주는 타고난 서술 능력은 천재적이다."
케이트 쇼팽의 작품은 곧, 그녀 자신의 이야기이자, 그녀가 살아간 시공간적 배경의 기록물이다. 그녀가 살던 때는 여전히 노예제 폐지운동이 계속되고 있었고, 또한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이 도래하던 시기였다. 물론 그녀의 사상과 묘사는 직접적인 단어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그녀의 작품을 관통한다.
케이트 쇼팽의 죽음 이후 50년이 지나자 비평가들은 그녀가 쓴 작품의 본질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특히 페미니스트 비평가들에겐 그녀의 소설이 큰 영향력이 있었는데, 1969년 이후 그녀에 관한 글들은 대부분 페미니스트의 본질과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오늘날 케이트 쇼팽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쇼팽의 대표적인 단편소설로는 <데지레의 아기(Desiree's Baby)>(1893)와 <한 시간 사이에 일어난 일(The Story of an Hour)>(1894), <폭풍(The Storm)>(1898) 등이 있다. 그 외에 《실수(At Fault)》(1890)와 《각성(Tha Awakening)》(1899) 두 편의 장편소설을 썼다.
옮긴이 : 여국현
중앙대 영문학 박사. 시인. 번역서(공역)로 『하이퍼텍스트 2.0』 『케이트 쇼팽 단편집』 『크리스마스 캐럴』, 저서(공저)로 『현대미국소설의 이해』 『현대의 서양문화』 등이 있다. 현재 중앙대, 방송대 강사. 번역공방 대표.
목 차
마담 펠라지
데지레의 아기
정숙한 여인
키스
실크 스타킹
로켓
쓸모없는 크리올 사내
알시비아드의 귀향
셀레스틴 부인의 이혼
봉듀의 사랑
로카
아보옐 방문
게티스버그에서 온 마법사
아카디안 무도회
폭풍우
바이우 세인트존의 여인
한 시간 동안의 이야기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역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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