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어느 날 책 한 권을 읽었고, 내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문장은 어떻게 한 사람에게 가닿아, 인생을 바꾸는가
작가의 인생을 바꾼 문장들을 엿보다
작가들은 어떻게 영감을 얻고, 어떻게 작품을 만들어 내는가. 작가들은 어떤 사고 과정을 통해 문학작품을 만들어 내는가. 미국의 문예지 『애틀랜틱』은 이것을 알아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인생을 바꾼 한 문장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대한 33명 작가들의 대답을 엮은 이 책은, 다른 이의 글이나 문장이 자신의 작품이나 삶에 얼마나 강렬하게 영향을 끼쳤는지, 그 순간들을 서술하였다. 어느 문장을 접한 후 떠오른 생각이 어떻게 성숙해지고 견고해지는지 그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이 창의적 영감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차마 작가를 꿈꿀 수 없었던 청년이 작가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또 다른 작가의 새로운 인생관이나 작품관을 탄생시키기도 한다.『애틀랜틱』 온라인에 〈바이 하트〉라는 코너를 만들어 이 인터뷰들을 진행하고 글로 엮은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조 페슬러는 이 글들을 두고 “어떤 면에서는 회고록이고 어떤 면에서는 문학비평이고 어떤 면에서는 작법 수업이고 어떤 면에서는 공개작업실이었다”라고 말한다.
문장 하나가 예술가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과정을 통해 예술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자연스레 대입할 수 있다. 세상을 처참하면서도 경이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잭 길버트의 시를 본 후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이 구절이 명확하게 말해준다”고 고백한다. 주노 디아스는 『빌러비드』를 읽고 문학이 역사의 희생자들을 위한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깨닫고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거창하게 인생관을 뒤흔들지 않아도, 문장 하나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며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는 이들도 많았다. 주로 시를 꼽은 이들이 그랬다. MRI 기계 안에서 생매장 당하는 기분에 떨었던 빌리 콜린스는 눈을 감고 「이니스프리의 호수 섬」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외웠다. 평범한 일상에 특별한 색채를 불어넣기 위해 「재버위키」의 상상력을 끌어다 쓴 제시 볼의 경험도 있었다. 이들은 시 한 편을 외울 것을 권한다. 아주 짧은 것이라도 좋다. 그러면 시는 책에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내 안에 담아 둔 무언가가 되며, 그게 곧 시를 소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궂은 일상에서도 항상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를 얻게 되는 것이다.
살면서 어떤 순간에든 이 시를 꺼내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시를 외웠다. 힘들 때나 기쁠 때 내가 어떤 기분인지 생각해 보고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줄 글을 지니고 싶었다. 그런 글은 많을수록 좋다.
_‘에이미 벤더, 어떤 언어는 빛이 되어 높이 올라간다’ 중에서(42~43p)
스티븐 킹, 닐 게이먼, 비엣 타인 응우옌…
작가들의 머릿속 작업실을 공개한다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관, 작법론에 영향을 끼친 문장을 꼽기도 했다. 이들 중 많은 이들이 퓰리처상, 노벨문학상, 맨부커상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상들을 수상한 경력이 있고, 문예창작 교수로도 활약하며 후배 작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이들은 선배 작가로서 글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통찰력을 펼치며 과거의 자신을 다독인 경험을 들려준다.
닐 게이먼은 “내 글 안에서는 내가 신이다”라고 말하며 마구잡이로 할 수 있는 글쓰기의 기쁨에 대해 설파한다. 그리고 모든 예술의 스타일은 완벽한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잘 못하는 부분에서 온다고 말한다. 할레드 호세이니와 에이미 탄은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온전히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작가들의 외로움을 공감하며, 그것이 글쓰기의 동력이 됐다고 토로한다. 같은 외로움을 느끼는 후배·동료들에게 그럼에도 글쓰기만이 그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다며 힘겨웠던 기억을 꺼내기도 한다.
엄청나게 실용적인 팁을 주는 작가들도 있었다. 훔치고 싶은 글을 머리맡에 두며 『동조자』를 썼던 비엣 타인 응우옌, SF에서 “밥, 자네도 알다시피 말이야…”로 시작하는 문장을 피하라는 윌리엄 깁슨, 인터넷 홈 화면을 재미없는 것으로 하라는 데이비드 미첼, 캐릭터를 만들 때 수많은 요소 중에 어떻게 취사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마이클 셰이본 등 글을 쓰며 겪은 크고 작은 고민들 속에서 어떻게 책과 문장에서 돌파구를 찾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가장 열렬한 독자이자 작가,
그들은 어떻게 문학을 바라보고 통찰력을 얻는가
문학작품의 가장 열렬한 독자는 아마도 다른 작가들일 것이다. 이 책에서도 작가들이 독자로서 자신이 ‘인생 작품’으로 꼽는 문학작품을 샅샅이, 열정적으로 뜯어보기도 한다. 때문에 문학작품에 대한 통찰뿐 아니라 작가가 다른 작가의 작품을 자신의 예술에 어떻게 투영시키는지도 배울 수 있다. 작품을 보는 눈은 물론, 작품을 보고 자신의 생각과 나아가 삶까지 사유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아이가 막 어린 시절을 떠나보내는 시기에 끌린다는 할레드 호세이니는 스티븐 킹의 『스탠 바이 미』가 그 시절을 어떻게 포착하였는지를 설명하며 자신의 소설 세 권에도 모두 이 시절이 나온다고 고백한다. 제인 스마일리는 소설을 통해 아주 길고 깊게 작가의 마음에 접속할 때의 쾌감을 예찬한다. “문학은 죽음의 리허설”이라고 말하는 이선 캐닌은, 소설을 읽으며 그 리허설을 몇 번이고 겪으며, 우리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알 수 있도록 해준다고 일러준다. 민주주의에 ‘1인 1표’가 있듯, 문학에는 아주 작은 인물이더라도 ‘1인 1진실’이 있는 점을 꼽은 톰 페로타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중대한 진실을 말해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문학이다”라고 문학을 찬미했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문학에서 위안을 얻고, 더 나아가 어떻게 창의적 글쓰기를 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조 페슬러
아이오와대학교 작가 워크숍 수료 후,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The Atlantic』에서 오랫동안 정규 인터뷰 칼럼인 〈By Heart〉를 써 왔다. 2019년 현재 『The New Food Economy』 편집장으로 2011년 요식업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JBF상 언론 분야 파이널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옮긴이 : 홍한별
글을 읽고 쓰고 옮기면서 살려고 한다. 옮긴 책으로 『달빛 마신 소녀』, 『사악한 책, 모비 딕』, 『마크 트웨인의 관찰과 위트』, 『바다 사이 등대』,『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페이퍼 엘레지』, 『새벽의 인문학』, 『식스펜스 하우스』, 『우울한 열정』, 『가든 파티』 등이 있다.『다시 동화를 읽는다면』과 『미스테리아』 등에 글을 실었고 대학원에서 번역 강의를 한다.
목 차
들어가며
1장 그 문장은, 어떻게 내 삶을 바꿨는가
할레드 호세이니│기껏해야 내가 말하려 했던 것의 근사치
엘리자베스 길버트│무자비한 불구덩이에서도 고집스러운 기쁨을
록산 게이 │당신만의 드래그를 입고 꿈꾸기
에이미 벤더│어떤 언어는 빛이 되어 높이 올라간다
주노 디아스│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을 때, 처음 나타난 마음의 친구
에드위지 당티카│내 삶이 다르게 보인다
빌리 콜린스│이 시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
2장 여기에 내가 쓰려던 모든 것이 있다
스티븐 킹│들어 봐, 너도 궁금하잖아
닐 게이먼 │내 글에서는 내가 신이다
비엣 타인 응우옌│훔치고 싶은 문장을 머리맡에 둔다
에이미 탄│픽셀 하나하나 들여다보듯
윌리엄 깁슨│독자를 낯선 세계에 던져 넣어라
데이비드 미첼│인터넷 홈 화면을 재미없는 것으로
아야나 매티스│비현실에 대항하는 글쓰기
짐 셰퍼드│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레슬리 제이미슨│수치심을 모두 덮지 않는 편이 좋다
제시 볼│의미가 넘쳐 나는 무의미
안젤라 플로노이 │굳이 변명하지 않는다
이윤 리 │말을 믿지 말고 오래오래 쳐다봐라
클레어 메수드 │종이 위에 적힌 글이 우리보다 오래 남을 것이다
제인 스마일리 │아무도 당신에게 그 소설을 쓰라고 하지 않았다
벤 마커스 │모든 정보를 다 알려 줄 필요는 없다
T. C. 보일│무슨 일이 벌어질지 나도 모른다
이선 캐닌│당신의 글쓰기에 치명적인 것
3장 내가 단 하나의 문장을 남긴다면
메리 게이츠킬│인물의 본모습은 쓴 사람도 모른다
마이클 셰이본│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톰 페로타 │빤히 알기 때문에 눈물이 난다
조너선 레덤 │안과 밖, 고결함과 천박함 사이의 무엇
레브 그로스먼 │무엇보다 사실적인 판타지
찰스 시믹│절대 들춰 보고 싶지 않은 담요를 들추며
엠마 도노휴│끝없이 단어를 만지작대는 게 좋다
한야 야나기하라 │마치 체조 선수의 연기를 보는 듯
아일린 마일스 │엉뚱한 독자, 뜬금없는 책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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