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제 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자연과 인간이 아주 가까웠던 시절,
세 마을 아이들의 평화를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곰과 영혼을 나눈 곰의 아이이자 수나로 마을 우두머리의 손녀로서 맹세할게.
나는 절대로 소소리산에 무익한 피가 흐르게 하지 않을 거야.”
여우볕의 말에 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저 내 소중한 곰을 살리고, 모두를 슬프게 하는 일들이 더는 없길 바라.
그래서 너희에게 내 곰을 부탁하는 거야.”
제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가장 오래된 신화를 바탕으로 쓴 가장 현재적인 질문
『곰의 아이들』은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의 10회 우수상 수상작이다.『책과 노니는 집』,『거짓말 학교』,『봉주르, 뚜르』등 선이 굵고 개성이 강한 동화들을 선보인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의 ‘거칠더라도 새로운 길을 선택하여 어린이문학의 깊이와 폭을 넓히려는’ 그동안의 발자취와 함께하고 있다.
곰 보내기 제의, 단군신화 모티프 등을 재구성하여 문명화된 인간과 자연의 갈등, 화해를 다룬 작품이다. 현재적이면서도 근원적 주제에 도전하는 작가의 치열함이 돋보였다. 인류 문명이 본격적으로 출발하는 청동기시대를 배경으로 신화의 재구성을 통해 주제의식을 표현하려는 시도도 좋았다. _ 본심 심사평 중에서(심사위원 김진경, 송언)
곰과 호랑이가 마늘과 쑥을 먹고 인간이 되려 했다는 단군신화 이야기 속에 숨은 뜻, 즉 ‘환웅을 필두로 한 천신을 믿는 부족이 곰을 토템으로 하는 부족과 호랑이를 토템으로 하는 부족을 통합하려 했다.’는 해석이『곰의 아이들』의 기본 바탕이 되었다. 청동기시대를 배경으로 설정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이 맺은 신성한 관계를 살펴보고, 서로 다른 신앙과 문화를 가진 부족 간의 갈등을 다루며 이질적인 것들이 어떻게 서로 공존할 수 있는지 묵직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오래되고 가장 익숙한 신화 속에서 생명과 평화라는 가장 현재적인 질문을 끌어낸, 이 신선하고 당찬 동화에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의 심사위원들도 손을 들어 주었다.
소소리산 여든아홉 봉우리에 기대어 사는 세 부족 이야기
여든아홉 개의 봉우리를 가진 웅장한 소소리산은 ‘가두루’라는 곰의 형상을 한 산신이 다스린다. 이 산에 기대어 인간들은 삶을 이어가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나뉘어 있지 않던 부족공동체 시대의 특징은 ‘곰 보내기 제의’와 ‘나무 베기 의식’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사람들은 채집과 사냥을 하더라도, 자신들을 위해 목숨을 내어준 생명들에게 지극한 예의를 갖춘다.
소소리산에는 서로 다른 세 마을이 살고 있다. ‘가두루’를 모시며 수렵생활을 하는 수나로 마을, 소금 장사를 하고 호랑이를 믿는 서리단 마을, 농사를 지으며 하늘을 숭배하는 도두보 마을이다. 이방 부족인 도두보는 50여년 전 소소리산으로 이주해왔다. 도두보의 등장으로 소소리산의 질서가 깨어지기 시작했다. 수나로 마을은 도두보 마을의 낯선 농경문화를 곧 산에 사는 자신들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면서, 두 마을 간의 긴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둘 사이에 있는 서리단 마을의 우두머리 헤갈은 두 마을을 짓밟고 소소리산을 손에 넣는 야망을 품고 있다.
세 부족 간의 갈등과 화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 맺음이라는 두 축이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이 방대한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저 아이를 믿어도 될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세 부족 대표의 자녀들로, 모두 올해 열세 살이 되어 성인식을 치르게 된 아이들이다. 도두보 마을의 나루는 어느 날부터인지 산에서 들려오는 심상치 않은 비명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자신을 희생하는 자리’인 제사장의 마음을 타고난 나루는 소리산의 신호를 예민하게 느끼며 고민에 빠진다.
수나로 마을의 여우볕은 부족의 신물인 곰, 까만밤과 형제처럼 자랐다. 여우볕은 까만밤을 산신의 품으로 다시 보내야 하는 곰보내기 제의를 앞두고 마을 주변에 감도는 어두운 기운을 감지한다. 누군가가 까만밤을 죽이고, 소소리산에 무익한 피를 뿌릴 것이라는 예언을 듣기도 한다.
여우볕은 나루와 우연히 몇 차례 마주치며 도움을 주고받는데, 그러던 중 수나로 마을의 조상 ‘아나베’가 물려준 징조를 통해 바로 나루가 까만밤을 지켜줄 아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터무니없는 생각이라 떨치려 하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 피어나는 이유 모를 신뢰는 자꾸만 고개를 든다.
하지만 두 아이와 까만밤은, 오랫동안 소소리산을 장악하려는 음모를 꾸미던 서리단의 헤갈에 납치되고, 궁지에 몰린 아이들은 서로에 대한 경계를 풀고, 자신들의 목숨과 마을의 운명, 그리고 까만밤을 구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데…….
아이들이 만들어 가는 희망의 여정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철저히 어린 독자들의 시각에서 서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인데, 어른들이 심은 증오와 의심을 거두어들이고 희망이라는 새로운 씨앗을 뿌리는 주체가 바로 아이들이다. 이 동화 안에서 세상을 바꾸는 것은 무력이나 정치적 전략이 아니다. 인간의 유한함을 자각하고 엄숙한 자연의 목소리에 경외심을 느끼는 겸손한 마음, 상대방이 진심을 담아 말할 때 편견 없이 귀 기울이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 줄 아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미래를 보는 신력이 있던 여우볕은 사건을 겪으며 그 능력을 잃는다. 하지만 그 상황을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인다. 모든 것이 미지수인 상황에서 온몸으로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대자연 속에서 우정을 배워가며, 함께 빚어가는 평화의 가치를 마음에 새긴다.
기존의 장르 구분을 뛰어넘어 펼쳐 낸 신인 작가의 상상력
『곰의 아이들』은 역사동화의 배경을 청동기시대로까지 확장한 신인 작가의 대담함이 돋보인다. 꼼꼼한 신화 연구와 자료 조사에 기초하여 작품의 뼈대를 세우고, 그 위에 문학적인 상상력을 덧입힌 솜씨 또한 튼튼하다. 시대적 배경이 고대임에도 예민한 감각으로 마치 지금 옆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생생하게 서사를 재현하고 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천연의 자연이 살아 있는 시공간을 작품 안에서 복원하기 위해 예리하게 벼려낸 언어들도 수려하다.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배우고 온라인 서점에서 일한 경력을 지닌 류화선 작가는 학문적인 단련과 더불어 실무의 현장에서 어린이문학을 두루 섭렵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오랜 시간 차곡차곡 모은 최고의 재료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정성껏 차려낸 결과물인 셈이다. 역사동화, 판타지동화 등의 장점을 끌어오면서도 규격화된 장르의 틀에 매이지 않는 신인의 자유로움과, 주인공 아이들의 모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순수한 재미가 매력적인 동화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류화선
서강대학교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다. 『곰의 아이들』로 제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다. 『한국사를 뒤흔든 열 명의 과학자』 등의 어린이책을 썼고 『거북이가 2000원』『우고의 대단한 심부름』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환상 정원』은 작가의 두 번째 장편동화이다.
그림 : 이윤희
- New Wave ‘humor’(YOGIGA Gallery) - 참여 전시
- 한국만화100년 (과천국립현대미술관) - 만화 참여 전시
- SICAF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 학생 부문 대상
- 제10회 마드리드 국제 애니메이션영화제- 스쿨경쟁 애니메이션 상영
- 히로시마 국제 애니메이션페스티발 - 애니메이션 상영
- 쎄프로젝트SSE Project- 온라인 전시
- 트러블 메이커‘The End of The World’(서교예술실험센터)-참여전시
- <곰의 아이들>(문학동네), <꿈을 꼭 가져야 하나요>(한림), <나는 코끼리였다>(우리교육), <흉터>(열린책들), <채봉감별곡>(휴머니스트) 등 일러스트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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