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옛사람들의 교육철학을 담은 생활문화그림책<<<
<할머니가 들려주신 육아책, 금자동아 은자동아>
너희들은 모두 다 귀한 보물이란다!
“숙아, 글씨가 좀 맵구나.
좀 더 단아하고 부드럽게 써보렴.”
나는 일곱 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글씨를 배웠어.
우리에게는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선생님이었어.
인간은 윗대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와 현재를 살고 있고, 또 우리는 우리의 자식, 그 자식의 자식으로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으니, ‘좋은 어른’,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 - 김숙년
<금자동아 은자동아>는 서울에서 10대 이상 살아온 반가 출신 할머니가 어렸을 때 몸으로 익혔던 우리의 생활 문화를 바탕으로 만든 그림책이다. 그림책에는 4대에 걸쳐 40여명의 대가족을 이루며 살았던 집안에서 성장하면서 할머니가 집안 어른들로부터 배웠던, 글과 예법을 비롯 삶에 필요한 지혜들이 빼곡히 담겨있다. 이를 통해 우리 옛 사람들이 아이들을 대할 때 가졌던 정신과 마음을 느끼게 한다.
그림책의 화자이자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는 바로 고 김숙년 선생이다. 김숙년 선생은 실제 요리가들이 가장 배우고 싶은 요리가로 꼽힐 정도로 전통요리연구가로서도 명성이 높으며, 그가 익힌 우리의 전통 생활문화는 우리 전통 문화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여러 번 채록을 할 정도로 자료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숙년, 즉 숙이가 일곱 살이던 겨울 동생이 태어난다. 그리고 그 동생이 돌을 맞기까지 일 년 사계절, 숙이와 동생들이 입고 먹고 놀았던 모습을 담은 이 책에는 할머니의 할머니,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이어진 전통 육아 이야기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남자 아기가 태어났을 땐 붉은 고추와 숯덩이를, 여자 아기일 때는 솔잎과 숯을 단 금줄을 쳐서 아기의 건강을 위해 삼가고 조심했던 조상들의 마음, 아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손수 지었던 풍차바지와 두렁이 같은 아기옷, 불린 쌀에 우유를 넣어 쑨 타락죽, 백설기를 불려서 만든 떡암죽 같은 전통 이유식 등 지금 30~40대의 부모들에게도 낯선 육아 이야기가 풍부하게 담겨있어 어린이뿐만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유익하다. 또한 별도 장면으로 중간중간 삽입된 정보면에서는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유용한 일상생활 속에서의 여러 예절을 비롯, 첫 생일인 돌을 맞아 아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재주와 복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돌상의 물건들과 그것들의 의미에 이르기까지 알차게 소개되어 있다. 더불어 아이들이 계절에 따라 즐겼던 전통 놀이들도 소개되어 있어, 흥미롭게 그림책을 접할 수 있게 한다.
지금 아이들에게 전통 육아를 담은 책이라고 하면 왠지 까다롭고 지금과는 동떨어진 고루한 것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그러한 거리감을 좁히고 단순한 지식 전달보다는, 옛 사람들이 아이들을 대할 때 정성으로 대하던 마음과 교육을 통해 전하고 남기려했던 정신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두었다.
그림 역시 우리 전통 채색화인 민화의 구성과 표현 방식을 택해, 우리 전통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맑고 밝은 색감으로 꼼꼼하면서도 공들인 채색 작업을 통해, 아이들을 향한 옛사람들의 따뜻하고 희망적인 마음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여기에 편집과 디자인 과정에서 그림책의 장점을 살려 가독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도록 글과 그림을 공들여 배치함으로써 요즘 아이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내용이 충분한 전달력을 지닐 수 있게 구성하였다.
엄마의 몸은 아이의 마음이 된다
김숙년 선생은 “법도가 엄했지만 결코 아랫사람만 어른을 섬기라는 권위적인 것은 아니었다. 늘 어른들이 먼저 도리를 지켜 모범이 되었다. 그러면 자연스레 아랫사람이 어른을 따르고 그렇게 질서가 잡혔다. 지혜로운 옛 어른들의 교육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금자동아 은자동아>는 이러한 옛사람들의 교육철학을 담고자했다. 이 책을 전통 육아 정보책에 국한시키지 않고 우리생활문화그림책으로 불러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그림책의 그림 작업은 민화에서 나오는 책가도, 문자도, 음식 이미지 등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전통적 정서를 담백하면서도 섬세하게 살려내려고 노력했다. 또한 우리의 전통 생활문화를 시각적으로 재현해야한다는 면에서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했다. 검토과정에서 대문에 드리우는 금줄의 꼬임 방향이 왼쪽이어야 한다거나 색동저고리의 색 배열에도 지켜야할 순서가 있다는 것 등 평소에 익숙한 것 같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면 놓치기 쉬운 오류들을 바로 잡는 과정이 수반되었다. 모두 다시 디자인이나 그림 작업을 해야 했던 사안들이었다.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책에 소개된, 김숙년 선생의 집안에서 실제 즐겼던 ‘속담카드놀이’에 사용한 속담카드는 실물 자료를 찾을 수가 없어서 선생님의 기억과 증언에 의존해서 재현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는데 김숙년 선생께서 편집 마무리 시기 중에 돌연 유명을 달리하셨다. 결국 같은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선생의 동생 분의 도움으로 일러스트 작업을 마무리했는데, 너무나도 애석한 일이었다. 김숙년 선생의 구술을 기초로 하여 만든 또한권의 그림책으로 같은 장영출판사의 <할머니가 물려주신 요리책>이 있다.
한편, 이 책의 실제 배경을 방문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곳은 김숙년 선생이 어린 시절을 보낸 강북구 번동의 오현(梧峴)이란 가호의 집이다. 이곳은 놀이시설인 옛 드림랜드가 있던 곳으로, 지금은 <북서울꿈의숲> 안에 등록문화재 40호 <창녕위궁 재사>라는 이름의 고택(古宅)으로 남아 있다.
부연을 한 가지 하자면, 우리 옛 생활문화라고 해서 지역마다 다 같지는 않을 것이다. 이 그림책에 나온 전통 풍습과 예절은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서울 토박이 양반가와 왕가의 풍습이 결합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지역, 부모들이 자라 온 고향에 따라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숙년
2014년 ‘올해의 신사임당’ 상을 수상했다. 1934년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출생하여 도봉구 번동에 위치한 ‘오현梧峴’에서 자랐다. 오현은 선생의 6대조 할머니이자 조선 23대 순조의 둘째 따님 복온공주의 부마 묘막이요, 형조판서를 지낸 고조부 김석진 선생이 일제 강점에 항의하다 순국한 곳이다. 선생은 오현에서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님 이하 여러 집안 어른들과 함께 대가족생활을 하면서 예와 법도를 익히며 자연을 벗 삼아 유년기를 보냈다. 1957년 이화여대 가정과를 졸업, 1976년에는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을 나왔다. 전통요리연구가이자, 여러 글과 음식을 통해 조선 전통 반가의 풍습과 지혜를 후대에 전하다 2018년 별세하셨다.
수필집은 <아버지, 유채꽃이 참 고와요>, <오현梧峴에 드네>, <오늘의 육아> 요리책은 <김숙년의 600년 서울 음식>, <105가지 김치>가 있으며 그림책으로 <할머니가 물려주신 요리책>이 있다.
글 : 김익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어린이책에 글을 쓰고 있고, 그림책 기획? 편집자로 오랫동안 일해왔다. 기획한 책으로 <깸 독서논술>, <독서혁명>, <기록그림책 시리즈> 등이 있고, 쓴 책으로 <할머니가 물려주신 요리책>이 있다.
그림 : 김효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과를 졸업했고, 영국 킹스턴대학 일러스트레이션 과정(Kingston University MA illustration)을 수료했다. 웅진출판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왔다. 최근에는 오랫동안 기량을 닦아 온 민화와 일러스트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그동안 그린 책으로는 <할머니가 물려주신 요리책>, <빨강도깨비 파랑도깨비 노랑도깨비>, <나랑 놀자>, <장난꾸러기 먹보 뱀>, <뒤죽박죽 도깨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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