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아동청소년문학의 대표 작가, 이금이의 새 동화
드레스를 벗어 던진, 백마 탄 공주 이야기
작은 왕국에 사는 앵두 공주는 어려서부터 하나의 전설을 듣고 자랐다. 제멋대로 자란 망나니 공주 때문에 백성들이 모두 떠나 버린 이야기다. 앵두 공주는 망나니 공주처럼 되지 않으려고 언제나 모범을 보인다. 그런데 어린아이들은 앵두보다 망나니 공주를 더 닮고 싶어 한다. 앵두가 모르는 이야기 토막이 더 있었던 것이다. 망나니 공주 전설을 다 알고 나면 독자들도 공주다운 게 무엇인지, 자기다운 게 무엇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하룻밤』에서 용궁에 관한 옛이야기를 현대에 맞게 재구성하여 삶과 죽음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한 이금이 작가가 이번에는 성역할 고정 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공주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작가가 짜 놓은 탄탄한 구성을 바탕으로 망나니 공주의 숨겨진 전설이 밝혀지면서 앵두가 변화해 가는 과정이 입체감 있게 펼쳐진다. 사계절 저학년문고 67번째 책.
씩씩한 공주가 섬세한 왕자를 만난다면?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동화 속에서 왕자는 용감하고 진취적인 인물로, 공주는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의존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동화는 어린아이들에게 성역할에 대한 잘못된 고정 관념을 심어 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망나니 공주처럼』은 이러한 편견에서 벗어나 평등한 조건에서 자기다움을 이야기하는 동화이다. 작품 속에서 공주는 거추장스러운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왕자를 구하는 씩씩한 인물로 등장한다. 사냥에 소질 없던 왕자는 공주를 만나고 나서야 자신이 바느질, 요리, 정원 가꾸기에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한다. 그리고 둘은 결혼을 하면서 나라를 다스리는 왕의 역할을 공주가 맡고 왕자는 왕의 남편이 된다.
이금이 작가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올바른 성평등 의식을 일깨워 주고자 성에 대한 고정 관념 없이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는 등장인물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림을 그린 고정순 작가 역시 겉모습이 화려한 공주와 왕자가 아니라 평범한 모습을 그려 냄으로써 작품의 주제를 한껏 살렸다.
공주답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작은 왕국의 앵두 공주
작은 왕국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망나니 공주 전설’이 있다. 제멋대로 자란 망나니 공주 때문에 백성들이 모두 떠났다는 이야기이다. 작은 왕국의 공주, 앵두는 망나니 공주처럼 되지 않으려고 늘 노력했다. 그런데 열 번째 생일을 앞두고 앵두는 걱정이 많아졌다. 다가오는 민가 체험 때문이다. 몇 시간만 품위를 지키며 공주답게 행동하는 것도 힘든데 일주일이나 남의 집에 가서 살아야 하다니……. 하지만 공주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 법. 앵두는 ‘자두’라는 비슷한 또래 아이의 집을 체험하러 간다. 앵두를 극진하게 공주 대접하는 자두네 식구들과 달리 자두는 앵두에게 시큰둥하다. 자두는 앵두 공주를 따라 지은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평생 쓸 자기 이름을 다른 사람이 짓는 건지 모르겠어. 네가 나중에 왕이 되면 법 좀 바꿔 봐. 자기 이름은 자기가 짓는 걸로.”
앵두는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생각이었어.
“진지하게 생각해 볼게.”
_32쪽 중에서
앵두는 자두가 조금 불편했지만, 함께 놀면서 금세 친해진다. 자두와 이야기하던 중 앵두는 뭐든지 잘하는 자기 때문에 어린 국민들이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금 억울한 마음에 앵두는 자기가 듣고 자란 ‘망나니 공주 전설’을 알려 준다. 그런데 자두는 이미 그 이야기를 알고 있고, 심지어 달콤한 사랑 이야기라고 한다. 자두의 할머니를 통해 앵두는 망나니 공주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듣게 된다.
“공주다운 게 뭘까? 나다운 게 뭘까?”
새로운 전설의 주인공이 될 앵두와 자두
찔레 덤불에 갇힌 왕자를 멋지게 구하고, 왕이 된 망나니 공주의 이야기는 앵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와 많이 달랐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게 당연한 어린 나이의 망나니 공주에게 사람들은 ‘망나니’라는 별명을 붙이고 왕국을 떠나 버렸지만, 공주는 작은 왕국의 구석구석을 혼자 관리해 오면서 백성들을 다시 돌아오게 했다. 망나니 공주는 앵두 공주처럼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도 아직까지 많은 아이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었다. 망나니 공주 전설을 모두 들은 앵두 공주는 진짜 공주다운 게 무엇인지, 진짜 앵두다운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로 한다.
신분의 편견 없이 공주를 친구로 대하고, 자기 이름은 자기가 짓고 싶어 하는 자두 역시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우정을 나눈 앵두와 자두가 새로운 전설의 주인공이 될 거라 다짐하는 마지막 장면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아들이나 딸다운 것 말고, 형이나 누나다운 것 말고, 여자나 남자다운 것 말고,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생각하며 진정한 ‘자기다움’을 생각해 보게 하는 동화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금이
1962년 충북 청원에서 태어났으며, 1984년 ‘새벗문학상’에 당선되어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초등학교.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여러 편의 동화가 실려 있으며, ‘소천아동문학상’을 받았다. 대표작으로 『너도 하늘말나리야』,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유진과 유진』 등이 있으며, 아들과 함께 『우화 작가가 된 구니 버드』, 『내가 주인공이야』를 우리말로 옮겼다.
그린이 : 고정순
서울의 쓰레기 매립지 근처에서 태어나 인천 소래포구 어느 오락실 뒷방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열 살이 되던 해 다시 서울로 올라왔고, 그렇게 한 시절을 영등포에서 보냈다. 지금은 사교적이며 인내심 강한 고양이 두 마리와 서울 변두리에서 살고 있다. 주로 그림책을 만들며 지낸다. 동네 골목을 산책하거나 친구들과 수다 떠는 일을 좋아한다. 글로 쓸 수 없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고, 그림으로 그릴 수 없는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지만 언제나 실패한다. 그림책 『철사 코끼리』, 『가드를 올리고』, 『엄마 왜 안 와』, 『넌 어느 지구에 사니?』, 『최고 멋진 날』, 『솜바지 아저씨의 솜바지』, 『슈퍼 고양이』, 산문집 『안녕하다』 등을 쓰고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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