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세상의 많고 많은 파랑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한 소년과 반려동물의 특별한 우정을 만날 수 있어요!
칼데콧 상 수상 작가 로라 바카로 시거의 신작 『세상의 많고 많은 파랑』이 출간되었다. 전작인 『세상의 많고 많은 초록들』에서 초록색을 통해 자연의 순환을 노래했다면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파란색을 매개로 유대와 사랑을 이야기한다. 『세상의 많고 많은 파랑』이 담아낸 한 소년과 반려동물 사이에 맺어진 우정과 이별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래서 가슴 먹먹한 감동이 찾아온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파랑이 있을까. 파란 하늘, 파란 바다, 파란 열매처럼 자연의 파란색도 있고, 청화백자, 쪽빛, 울트라마린, 코발트블루처럼 도자기나 안료에서 쓰이는 파랑도 있다. 그것뿐인가 깊고 푸른 밤이나 피카소의 청색시대에서 쓰인 것처럼 슬픔과 고독을 의미하는 파랑도 있다. 파랑이라는 색의 다양함뿐 아니라 정서적 의미가 어우러진 그림책은 단순한 색깔을 넘어 깊은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에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다이 컷 기법’으로 만들어져 반복해서 보면 볼수록 의미가 깊어진다. 특히 반려동물을 길렀던 독자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그림책이다.
★★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파랑이 있을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좋아하는 색은 무얼까. 단연 파랑이다. 푸르른 하늘과 시퍼런 바다는 마음마저 시원하고 탁 트이게 한다. 또한 파랑새, 청신호, 블루오션 처럼 파랑이 들어간 말들은 대개 긍정적 의미를 지닌다. 칼데콧 수상작가인 로라 바카로 시거는 『세상의 많고 많은 파랑』에서 이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파랑의 이야기를 다층적 의미를 담아 새롭게 들려준다. 작가는 이미 전작 『세상의 많고 많은 초록들』에서 초록을 통해 자연의 순환을 노래했다.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소년과 반려동물의 사랑을 파랑을 매개로 들려준다. 그래서 일상에서 만나는 파랑의 이름을 부르며 시작하지만 마지막에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안긴다.
그림책의 주인공은 소년과 강아지다. 둘은 어릴 때부터 늘 함께였다. 딸랑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가 때부터 소년은 강아지와 ‘보들보들한 작은 파랑 담요’를 나누어 덮고 지냈다. 장난감 수레를 끌고 ‘새콤달콤한 파란 열매’를 딸 때도, ‘파란 날개를 지닌 나비’를 따라다닐 때도, ‘철썩철썩 파도가 치는 파란 바다’에도 함께 뛰어들며 놀았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소년과 강아지는 점점 성장한다. 그렇지만 둘은 ‘우릉우릉 폭풍우가 치는 푸른 밤’에도 ‘오슬오슬 푸른빛’이 도는 겨울 눈밭도 변함없이 함께 걷는다.
둘은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인간보다 노화 속도가 빠른 강아지는 소년보다 빨리 늙어간다.이제는 훌쩍 커버린 소년이 기운 없이 축 늘어져있는 개를 따뜻하게 안아준다. 소년과 반려동물의 우정은 파랑을 매개로 이어지고 또 다시 이어진다.
★★ 소년과 반려동물의 특별한 우정
『세상의 많고 많은 파랑』은 작가로서 로라 바카로 시거의 원숙함이 배어있는 작품이다. 단지 색을 보여주는 그림책은 국내에서도 여러 권이 출간되어 있다. 대부분 어린 아이들이 다양한 색을 인지하는 걸 돕는 수준에서 머문다. 『세상의 많고 많은 파랑』도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파랑색을 소재로 삼았다. 그러나 단지 색을 이야기하는데서 멈추지 않고 소년과 반려동물이 맺어온 특별한 우정의 이야기로 확장한다. 다시 말해 파랑이라는 색깔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파란색을 통해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이야기로 나아간다.
그림책에서 파랑은 크게 세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소년이 아끼는 강아지의 이름이 파랑이다. 두 번째는 자연의 색으로서 파랑이 등장한다. 세 번째는 파란색이 지닌 슬픔이라는 감정이 포함한다. 모든 색은 감정을 담고 있다. 빨강은 사랑과 분노를, 노랑은 태양과 질투의 의미를 담고 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피카소에게는 파란 색상을 주로 사용해 그림을 그리던 청색시대가 있었다. 친구인 카사헤마스가 죽자 ‘슬픔과 고독의 색인 파랑’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세상의 많고 많은 파랑』에서 작가인 로라 바카로 시거 역시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슬픔을 파랑으로 그린다.
자연과 일상에서 만나는 파랑을 배경으로 강아지 파랑과 소년은 우정을 이어간다. 그리고 파랑이 죽지만 또 다른 파랑으로 인연을 이어간다. 작가는 모든 이별은 또한 새로운 시작임을 파랑이라는 이름을 물려받은 새로운 강아지의 등장으로 풀어낸다. 반려동물을 길렀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사랑과 슬픔 그리고 새로운 시작의 이야기가 이렇게 파랑을 매개로 이어진다.
또한 이번 책에서 역시 작가는 트레이드 마크인 다이컷 기법Die-cut을 활용했다. 그림책에서 앞 페이지의 구멍은 정교하게 다음 페이지의 구멍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앞 페이지의 딸랑이는 열매가 되고 다음 페이지에서 풍선으로 다시 시계로 변한다. 여러 번 반복해서 보아야 할 만큼 작가가 숨겨놓은 이야기들이 chacha하게 숨어있는 마법 같은 그림책이다.
★★ 더 없이 시적인 그림책
로라 바카로 시거는 그림책을 만드는 시인이다. 아주 어린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단어로 계절의 순환이나 생로병사 혹은 우정과 사랑 같은 자연과 인간살이의 보편성을 노래한다. 『세상에 많고 많은 파랑』에 등장하는 글은 그리 많지 않다. ‘열매 파랑’,‘바다 파랑’, ‘한밤 파랑’처럼 단순하다. 원서에서도 blue와 이를 꾸미는 so, very, sky, midnight 등 최소한의 단어만 사용했다. 그러나 좋은 그림책이 그러하듯 지극히 절제된 글은 도리어 그림과 만나 볼 때마다 더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편의 시 그림책이기도 한 『세상의 많고 많은 파랑』은 『아니, 방귀 뽕나무』, 『ㄹ 받침 한 글자』, 『우주에서 읽는 시』 등으로 어린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동시인 김은영의 번역으로 태어났다. 특히‘파랑’이라는 단어가 지닌 다층적 의미는 김은영 시인의 섬세한 손길을 거쳐 우리말로 맛깔나게 표현될 수 있었다.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방해하지 않는 절제된 언어가 다양한 파랑의 느낌을 독자에게 잘 전달한다. 무엇보다 각각의 파랑에 어울리는 이름을 짓고, 의성어와 의태어까지 더해져 그림책의 글은 노래하듯 따라 부를 수 있는 리듬감을 얻었다. ‘보들보들 아기 파랑’, ‘둥실둥실 하늘 파랑’, 아슴아슴 슬픈 파랑‘ 처럼 촉감이나 행동 혹은 마음을 담아낸 글은 어린이들이 소리 내어 읽기에 더없이 적합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로라 바카로 시거
뉴욕 주립대 미술대학에서 공부했고 화가와 디자이너 그리고 애니메이션 작가로 일했다. 2001년 『나는 수탉 한 마리를 가지고 있었다』를 출간하며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다. 2007년 『훈트와 테디』로 보스턴 글로브 혼북 상을 받았고, 2008년 『무엇이 무엇이 먼저일까?』로 칼데콧 영예 상과 테오도르 수스 지젤 영예 상을 받았다. 2013년 『세상의 많고 많은 초록들』로 또 한 번 칼데콧 영예 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 김은영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동시로 등단하였고, 동시집 『빼앗긴 이름 한 글자』,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 『아니, 방귀 뽕나무』, 『ㄹ 받침 한 글자』, 『우주에서 읽는 시』 등을 펴냈다. 옮긴 책으로는 『세상에 많고 많은 초록들』, 『대단한 오줌싸개 대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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