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신화와 고고학의 도시, 트로이
4천 년 역사를 지닌 트로이는 오늘날 다르다넬스(차낙칼레) 해협 아시아 쪽 해안가에 위치하며, 카라멘데레스강 하구 에게해 삼각주에서 가깝다.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 에게해와 흑해 사이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로, 역사상 수많은 전쟁이 일어났던 곳이다. 세계 선사 문명에서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도시 중 하나이며,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터키 정부는 이 도시를 관광 및 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 트로이는 하인리히 슐리만의 발굴, 헬레네의 납치, 파리스와 세 여신, 트로이 목마 등 신화로 더 익숙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트로이는 과연 실제 역사인가 아니면 신화인가? 《일리아드》와 트로이 전쟁에 대해 막연하게 알고 있는 사람에게 트로이의 실체는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트로이 유적과 발굴 역사
히사를리크 언덕에 기원전 3천 년경 처음 취락 유적이 들어선 이래, 이곳에는 2천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취락 유적을 포함한 여러 문화층이 형성됐다. 즉 현재 트로이에는 시대를 달리하는 10개의 도시가 켜켜이 쌓여 15미터 높이의 인공 언덕을 이루었다. 이 언덕은 지리적인 특징으로 형성된 해양 문화와 아나톨리아 문화를 시작으로, 문명적으로 가장 발전한 청동기 시대 성채와 성벽들을 간직하고, 히타이트 제국과의 관계 속에서 등장하는 후기 문화들, 발칸 지역의 영향을 받은 철기 문화를 비롯해 그리스, 로마, 비잔틴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별로 트로이에서 발전한 문화들을 모두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그리고 오스만 제국의 정복 이후 역사에서 서서히 잊혔다가 계몽주의 시대 이후 《일리아드》의 전설과 함께 다시 신화적, 역사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트로이 유적을 발굴한 것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독일의 하인리히 슐리만이다. 그는 《일리아드》의 전설을 확인하고자 히사를리크 언덕을 발굴해 트로이의 흔적을 찾아냈다. 이곳에 관심을 가진 또 한 명은 영국인 프랭크 칼버트로, 그는 슐리만의 발굴 전부터 히사를리크 언덕이 트로이 유적임을 증명하고자 했다. 두 사람은 함께 유적 조사 작업에 착수해 19세기 후반 대대적인 발굴 조사를 수행했다. 슐리만 사후에 발굴 조사를 이어받은 건 슐리만의 동료인 건축가 빌헬름 되르프펠트였다. 되르프펠트는 히사를리크 언덕에 3천 년 이상 지속적으로 주거지가 축조되면서 지대가 점차 높아졌으며, 총 10개의 층위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20세기 최초로 트로이를 발굴해 아나톨리아 지역 고고학사상 가장 중요한 논문들을 발표한 것은 미국의 칼 블레겐이며, 그 이후로는 50년이 지나서야 새로운 발굴 조사가 독일의 오스만 코프만 박사에 의해 이루어졌다. 트로이의 도시 구조를 밝히고 히타이트 제국과의 관계를 밝힌 코프만 박사의 연구는 이 책의 저자인 터키 고고학자 뤼스템 아슬란에게 이어졌고, 현재까지 트로이 발굴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한편 미케네와 트로이 유적을 발굴해 고고학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하인리히 슐리만은 숱한 논란도 낳았다. 트로이 유적으로 《일리아드》에 묘사되는 트로이 전쟁의 사건들을 입증할 수 있는가부터 시작해 트로이 전쟁과 관련 없는 후대 문화층을 파괴한 것, 유물 밀반출 등은 현재까지 전 세계 고고학계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이다.
위대한 인류 문화유산에 대한 가장 생생한 안내서
《트로이, 신화의 도시》는 30년 이상 현장에서 트로이 발굴 조사를 주도하고 있는 고고학자가 쓴 책이다. 오랜 발굴과 연구를 토대로 트로이의 실재, 아나톨리아 지역의 선사 문화와 트로이 유적의 의미 및 지정학적, 역사적 중요성 등에 대해 설명한다. 이와 함께 고대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의 내용과 트로이 유적과의 관련성 또한 살펴본다. 북유럽 신화, 로마 건국 신화 등 유럽의 각종 신화들과 트로이 유적이 갖는 연관성까지 고찰하며, 우리에게 신화로서의 트로이와 역사로서의 트로이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이 책을 통해 트로이 유적과 《일리아드》, 당대 기록과 유물들을 살펴보면, 트로이와 트로이 전쟁을 역사와 신화에 걸쳐 있는 고고학적 실체로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임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 생명력을 갖고 있는 텍스트들과 이 책으로 보다 균형 잡힌 시각에서 트로이와 트로이 전쟁을 바라볼 수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뤼스템 아슬란
1965년 이스탄불에서 태어났다. 이스탄불 대학 선사고고학과를 졸업했고, 2006년 독일 튀빙겐 대학에서 만프레드 오스만 코프만 교수 지도하에 선사고고학을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터키 차낙칼레 온세키즈 마르트 대학에서 학자로서의 경력을 시작해 현재까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8년 이래 트로이 발굴팀 일원이었으며, 2007년부터 2011년에는 트로이 인근 지역 청동기 시대 주거지 체계를 기록하고 지도화하는 작업을 중심으로 하는 ‘트로아드(Troad)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2013년에 터키 북서부 지역 트로이 발굴 책임자가 됐으며, 트로아드 지역 고고학적 지형학과 트로이의 고고학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총 100여 편 이상의 논문과 12권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옮긴이 : 김종일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고고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수학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문사회과학부 조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물질문화와 개인과 공동체의 정체성 형성, 고고학적 경관 연구, 고고학 이론(현상학, 해석학, 기호론 등), 고고유전학 등이다. 현재 아제르바이잔 가발라시 살비르 유적과 러시아 투바 공화국 스키타이 아르잔 고분군 발굴 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유럽 선사 및 고대 시기의 민족과 민족적 경계에 대한 고고학 이론과 방법론의 검토〉(2018), 〈고고학적 설명에서의 시간 축과 시간성〉(2016), 〈유럽 선사 시대 개인의 정체성 형성과 젠더-독일 남부 지역 출토 무덤을 중심으로〉 등을 포함해 유럽 선사 시대와 한국 청동기 시대 및 고고학 이론과 고고학사에 대한 다수의 논문과 저서, 번역서 등이 있다.
목 차
한국어판 서문 ― 트로이, 가장 중요한 선사 문명
추천사 ― 이제 자신 있게 트로이로 떠나자
서문 ― 트로이 문명의 발자취와 외침
1 트로이, 신화와 고고학의 도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연구 역사
2 고대 트로이 유적의 흔적들
트로이의 열 개 도시
트로이 I~Ⅲ기, 기원전 2920~2200년 ― 해양 트로이 문화
트로이 Ⅱ기, 기원전 2550~2250년 ― 초기 청동기 시대 Ⅱ기
트로이 Ⅲ기, 기원전 2250~2220년 ― 초기 청동기 시대 Ⅱ기
트로이 Ⅳ기와 Ⅴ기, 기원전 2200~1740년 ― 초기 청동기 시대 Ⅲ기, 중기 청동기 시대의 시작
트로이 Ⅵ기, 기원전 1740/1730~1300년 ― 중기 청동기 시대, 후기 청동기 시대
후기 트로이 Ⅵ기, 트로이 Ⅶ(Ⅶa)기
트로이 Ⅶ(Ⅶb1) 전환기, 기원전 1180~1130년 ― 초기 철기 시대로의 전환
트로이 Ⅶb2기, Ⅶb3기, 기원전 1150~950년 ― 초기 철기 시대, 발칸 지역 영향하에 있던 트로이 문화
취락 축조 단절기, 기원전 950~720/700년 047
트로이 Ⅷ기, 기원전 700~85년 ― 그리스 일리온, 고전기부터 헬레니즘기
트로이 Ⅸ기, 기원전 85~서기 500년 ― 로마 일리움
트로이 X기, 서기 12세기 및 13세기 ― 비잔틴 일리온
3 트로이와 히타이트 제국
4 신, 황제, 《일리아드》와 정치
5 트로이의 전설과 고고학
트로이의 전설
《일리아드》의 사건과 영웅들
헥토르의 비통한 작별
아킬레우스가 전장에서 물러나다
신들이 전쟁에 개입하다
파트로클로스의 죽음과 전쟁에 복귀하는 아킬레우스
헥토르의 죽음
헥토르의 장례식
국립 트로이 역사 공원
2006년 이후 트로이에서 진행된 고고학 연구
트로이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
6 ‘프리아모스의 보물’과 슐리만 그리고 튀르크
7 호메로스의 섬들
호메로스의 섬들
보즈카다
괴크체아다
비극과 운명의 공유
8 트로이, 신화에서 역사로
상상, 꿈, 역사, 신화, 전설, 이야기, 실제
전설, 설화, 이야기 그리고 신화
트로이 전쟁, 전설, 영웅, 사건, 기록, 고고학자
히타이트 문서 기록과 트로이 전쟁
헬레네, 납치된 여신의 복수
옮긴이 후기 ― 트로이, 역사적 실체인가? 아니면 문학적 상상인가?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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