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사람! 일단 성공이다.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 ‘바나나’처럼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예술의 생명이 독창성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2015년 동양일보에 동화가, 2016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면서 등장한 이사람은 자연에서 맘껏 뛰어 놀았던 어린 시절의 심성을 되살려보려고 첫 동시집『아빠는 쿠쿠 기관사』를 펴냈다고 한다.
괄호
따뜻하게
내 볼을 감싸는
엄마 두 손은
작은 괄호
포근하게
나를 안아주는
엄마 두 팔은
큰 괄호
읽으면 자연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시다. 수학 시간에 딱딱하고 갑갑하던 느낌으로 자주 만나던 ‘괄호’를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다니. 이런 괄호라면 세상에 아주 많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괄호가 되어 주어도 좋겠다.
그리운 날엔
할머니가 그리운 날엔
기차를 타고
시골집으로 가고
친구가 그리운 날엔
자전거를 타고
친구 집으로 가요
그런데
엄마가 그리운 날엔
홀로 앉아서
내 기억 속으로 가요
이사람의 첫 동시집『아빠는 쿠쿠 기관사』에서는 가족 부재의 심상이 강하게 드러난다. 동시 「나의 꿈」,「요요가 되고 싶어」,「엄마 생각」,「엄마의 손」 등이 모두 그렇다. 아빠가 없고 엄마가 없다. 그래서 보고 싶고 외롭고 아프다. 내 발자국이란 글자를/ 두 손가락으로/ 살며시 집어 들어/ 문밖에다 내다 놓으면// 또각또각/ 엄마에게로/ 걸어갈 것 같은 밤이야. 는 「엄마 생각」의 구절이다.
그러나 마냥 우울하거나 쓸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사람이 친숙한 사물을 ‘낯설게’ 보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동시 「아빠는 쿠쿠 기관사」는 이렇다. 맞벌이하는 엄마가 늦게 오는 날에는 아빠가 저녁을 짓는다. 아빠가 운전한/ 기차가 정차하는 소리// 칙칙 칙칙 치이이익// 전기밥솥을 다루는 아빠가 ‘쿠쿠 기관사’로 변신하는 저녁이다.
동시 「경동보일러」에서 보일러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를 할머니가 타고 온/ 우주선 소리/로 표현했다. 동시 「진공청소기」는 어떤가? 거실 한구석엔/ 기다란 꼬리를 질질 끌고 다니는/ 검은 돼지 한 마리가 산다//로 노래했다.
이사람 첫 동시집『아빠는 쿠쿠 기관사』를 정독하면 누구나 쉽게 눈치를 챌 것이다. 이 시인이 우리말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아끼고 가다듬는지를. 근래 동시집들이 산문화 경향이 짙어지는 추세였다면, 이 시집은 ‘운율’과 시어 선택에 많은 공을 들였다.
동시 「비교하지 마」에서 8,000미터나 되는 에베레스트 산봉우리들도, 800미터 되는 북한산 산봉우리들도, 모두 다/ 그들에겐 정상이야// 비교하지 마// 했듯이 동시인 이사람도 묵묵히 시업을 닦으면 그 누구와 비교할 필요가 없는 소중한 ‘한 봉우리’가 꼭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사람
2015년 동양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고
2016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 『엄마 생각』이 당선되었습니다.
첫 동시집 『아빠는 쿠쿠 기관사』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엔 산과 들 그리고 개울로 싸돌아다녔던 기억만 가득합니다.
그때 나와 마주쳤던 그 많은 동식물과 그리운 얼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지만 그들은 내 기억 속 어딘가에서 아직도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나 눈 오는 날, 기억의 문을 열면
그들이 반갑게 내게 달려옵니다.
그들이 바로 내 동시들입니다.
그린이 : 김혜영
어려서 꿈이 화가였습니다.
그래서 직장을 다니다 미술대학에 가서 도예를 전공하였습니다.
아이에게 그림동화를 만들어주다 즐거운 일을 발견하였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글쓰기를 공부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목 차
시인의 말 / 4
제1부
나의 꿈
노란 손난로 / 12
괄호 / 13
석류 / 14
수도가 얼었어요 / 16
손가락이 콧구멍을 만난 날 / 18
방귀 / 19
거짓말 / 20
이갈이 / 21
나의 꿈 / 22
지각 / 23
잠수함 / 24
제2부
부메랑 가족
요요가 되고 싶어 / 28
아빠의 팔베개 / 29
부메랑 가족 / 30
엄마의 손 / 31
아빠는 쿠쿠 기관사 / 32
눈물의 무게 / 34
간지럼 / 35
생일 선물 / 36
엄마 생각 / 38
그리운 날엔 / 40
불우이웃 / 41
제3부
그 아이의 창문
선영이네 집 / 44
지나간대요 / 45
편지 / 46
그곳이 어디일까 / 47
치매 / 48
경동보일러 / 50
묻고 싶지만 / 52
그 아이의 창문 / 53
빨랫줄엔 / 54
너무 모르고 있어 / 56
제4부
고래밥
달력 / 60
꼭 기억해 / 62
비교하지 마 / 63
그믐날 / 64
고래밥 / 66
두 귀만 쫑긋 / 68
책의 무게 / 70
태풍이 지나간 후에 / 71
진공청소기 / 72
꼬마물떼새 / 74
조화 / 76
햇볕이 되자 / 77
사과 / 79
소나기 / 80
정수기 / 82
시소 / 83
작가 소개 /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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