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의 슬픔이
늘 다른 사람의 위로여서
미안했어
“물론, 우리는 바람 앞에 쉽게 흔들리는 존재이지요.
하지만 당신이 나를, 내가 당신을 긴긴 한숨으로
꺼뜨리지 않는 한 앞으로도 우리는 늘 그곳에서
흩날리는 작은 등불이겠지요.”
문득 떠나야겠다. 산티아고 순례 시기 중 가장 고되다는 겨울에, 저자 김민준은 그렇게 순례길을 떠났다. 『오늘만은 나랑 화해할래요』(자화상, 2019)는 순례길이라는 기점에서 내 삶의 지난 시간과 현재를 생각하는 에세이로, 겨울 산티아고의 쓸쓸한 풍경 속에서 삶을 회고하는 저자의 내면의 대화가 담겨 있다.
흔히 산티아고 순례길을 말하는 책은 여행서로 분류되곤 하지만, 김민준 작가 특유의 읊조리는 듯한 글을 읽고 있노라면 겨울의 찬바람과 인적 드문 길을 묵묵히 걷는 순례길 그 자체를 함께 경험하는 듯하다.
이 에세이의 가장 흥미롭고 특징적인 것은 고전소설 속 주인공들과의 대화다. 저자는 길을 걷는 중에 문득문득 환상 속을 들여다보듯 고전소설 속 주인공을 마주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소설 <데미안> 속 주인공 싱클레어다. 이어 길 위에서 잠시 스치듯 만났지만, 소중한 친구들과의 에피소드 사이사이로, <인간실격>의 요조,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차라투스트라,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의 구보씨, 그리고 이상, <이방인>의 뫼르소.
각 주인공들과의 대화는 각기 어떻게 하면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는지, 삶에서 내가 소중히 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혹은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외면해왔던 생각거리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하여 작가로서의 길을 걸으며 더 깊이 내면세계를 탐구하려는 저자의 갈등과 고민이 짙게 담겨 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마침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잠시 주춤하며 그 순간의 밀도에 사로잡힌 듯하다. 이 무질서한 서술 방식에 대해 독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다만, 이것이 그 길을 걸은 어느 가여운 인간에겐 자신의 생애를 총괄하는 쓸쓸한 담론이었음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서사와 인과관계를 떠나, 자기 안에서 오직 자유롭고 싶었던 불온한 존재가 있었음을 이해해주기를 바랄 따름이다.
_ 본문 중에서
저자는 ‘오늘만은 나랑 화해할래요’라는 제목을 붙이며 부제로 <파우스트>의 한 구절을 붙였다. 화해와 방황이라는 두 단어 사이에는 끝없이 본질에 가 닿으려고 노력했고, 그렇기에 방황했으며, 그 과정에서 서툰 나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스스로와 또 타자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제목이 담고 있는 바는 나 자신, 또 한 인간, 더불어 한 사람의 작가가 되고자 노력했고, 그렇기에 길을 잃기도 했으며, 그 과정을 함께 거친 나와 당신들에게 건넨 사랑의 제스처다. 『오늘만은 나랑 화해할래요』를 접한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듯한 간접 경험과 더불어 자기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독특한 경험을 함께하기를 바란다.
작가 소개
마산에서 태어났습니다. 산책하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글을 쓰는 일을 커다란 기쁨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너무 평범해서 가끔은 스스로가 없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가 한 뺨 정도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목 차
1부
더 이상 무엇도 즐겁지 않다 떠나야겠다
2부
우리는 바람을 따라 풍경이 될 거야
3부
우리의 슬픔이 늘 다른 사람의 위로여서 미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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