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서울을 떠나 함경도 지방을 떠돌던 시기에 백석은 ‘함주시초’라는 연작시를 썼다. 함주시초 연작의 첫 작품인 〈북관〉에서 백석은 명태 창난젓에 고추무거리며 막칼질한 무이를 비벼 넣은 음식을 먹으며 ‘시큼한 배척한 비릿한 구릿한’ 냄새 속에서 여진의 살내음새와 신라 백성의 향수까지를 맛본다. 놀라운 상상력이다.
이 시는 통상적인 독법을 넘어 백석의 시를 이해하기 위한 징검다리다. 이름하여 ‘백석의 맛’이다. 백석의 작품 속에는 무수한 음식이 등장한다. 그의 시에서 음식은 웅숭깊은 삶과 문화의 젖줄임을 웅변하는 장치다. 그리하여 그가 토속 시어로 노래한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슬픔은 같은 음식을 나누던 공동체 집단의 DNA에 대한 그리움으로 승화한다.
백석처럼 음식에 천착한 시인은 없다. 그만큼 예외적 존재다. 백석은 한반도의 가장 북쪽에서 태어났다. 평안북도 정주에서도 여우가 사는 깊은 산골이 고향이다. 놀랍게도 백석 못지않게 음식에 탐닉한 사람이 있었다. 소설가 채만식이다. 채만식의 고향은 곡창 호남평야의 한켠이라 할 수 있는 전라북도 군산이다.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대척점에 서 있다.
채만식은 식민지시대의 암울한 현실을 풍자적 리얼리즘 기법으로 그려냈다. 그는 290여 편에 이르는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소설, 희곡, 수필 가리지 않고 도처에 음식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등장한다. 채만식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음식의 의미는 중의적이다. 채만식의 고향 군산은 돈과 쌀이 넘쳐나면서도 주린 자들이 거리를 메우던 모순의 도시였다. 맑던 강이 ‘장꾼들의 흥정하는 소리와 생선 비린내에 고요하던 수면의 꿈’이 깨어지며 일순 ‘탁류’로 바뀌는 서사성이 곧 ‘채만식의 맛’이다.
이 책은 우리 문학의 한복판에 자리하면서도 ‘문학의 맛’이라는 예외적 성취를 일구어낸 두 사람의 작가, 북녘 시인 백석(시인의 맛)과 남녘 소설가 채만식(소설가의 맛)의 문학세계를 대비하며 ‘문학의 맛’을 새로운 독법으로 탐색하는 미각 여행서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백석
1912년 7월 1일(음력 추정) 평북 정주군 갈산면 익성동 1013호에서 부친 백시박(白時璞)과 모친 이봉우(李鳳宇) 사이의 장남으로 태어난 시인 백석(白石)의 외모는 한눈에도 두드러진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사진을 봐도 그의 모습은 매우 모던하다. 서구적 외모에 곱슬곱슬한 고수머리. 빛바랜 흑백사진을 보면 그의 머리 모양은 참 특이하다. 1930년대에 그런 머리를 할 수 있는 감각이란 얼마나 현대적인가? 옛사람이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는 시쳇말로 외모와 문학을 새롭게 디자인한 모던 보이이자 우리말의 감각을 최대치로 보여 준 시인이다. 본명은 기행(夔行)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연(基衍)으로도 불렸다. 필명은 백석(白石, 白奭)인데 주로 백석(白石)으로 활동했다.
1918년(7세), 백석은 오산소학교에 입학했다. 동문들의 회고에 따르면 재학 시절 오산학교의 선배 시인인 김소월을 매우 선망했고, 문학과 불교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1929년 오산 고등보통학교(오산학교의 바뀐 이름)를 졸업하고 1930년 ≪조선일보≫의 작품 공모에 단편 소설 <그 모(母)와 아들>을 응모, 당선되어 소설가로서 문단에 데뷔한다. 이해 3월에 조선일보사 후원 장학생 선발에 뽑혀 일본 도쿄의 아오야마(靑山)학원 영어사범과에 입학해 영문학을 전공한다.
1934년 아오야마학원을 졸업한 뒤 귀국해 조선일보사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경성 생활을 시작한다. 출판부 일을 보면서 계열잡지인 ≪여성(女性)≫의 편집을 맡았고 ≪조선일보≫ 지면에 외국 문학 작품과 논문을 번역해서 싣기도 했다. 1935년 8월 30일 시 <정주성(定州城)>을 ≪조선일보≫에 발표하면서 시인으로서의 창작 활동을 시작하는 한편 잡지 ≪조광(朝光)≫ 편집부에서 일한다.
1936년 1월 20일 시집 ≪사슴≫을 선광인쇄주식회사에서 100부 한정판으로 발간한다. 1월29일 서울 태서관(太西館)에서 열린 출판기념회 발기인은 안석영, 함대훈, 홍기문, 김규택, 이원조, 이갑섭, 문동표, 김해균, 신현중, 허준, 김기림 등 11인이었다. 1936년 4월, 조선일보사를 사직하고 함경남도 함흥 영생고보의 영어 교사로 옮겨 간다.
1940년 1월 백석은 친구 허준과 정현웅에게 “만주라는 넓은 벌판에 가 시 백 편을 가지고 오리라”라는 다짐을 하고 만주로 향한다. 1940년도에 들어와 백석은 한국 현대시 최고의 명편을 발표하면서 시인으로서의 자리를 굳힌다. 시적 반경도 역사적·지리적·정신적으로 대단히 깊고 넓어지기 시작한다. 1945년 해방과 더불어 귀국해 신의주에서 잠시 거주하다 고향 정주로 돌아가 남의 집 과수원에서 일한다. 1946년 고당 조만식 선생의 요청으로 평양으로 나와 고당 선생의 통역 비서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48년 김일성대학에서 영어와 러시아어를 강의했다고 전해진다. 그해 10월 ≪학풍≫ 창간호에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을 발표한 것을 끝으로 남한 정부가 월북 문인 해금 조치를 취한 1988년까지 그의 모든 문학적 성과와 활동이 완전히 매몰되고 만다.
한국전쟁 직후 백석은 평양 동대원 구역에 거주하면서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외국 문학 번역 창작실’에 소속되어 러시아 소설과 시 등의 번역과 창작에 몰두한다. 1962년 10월 북한의 문화계 전반에 내려진 복고주의에 대한 비판과 연관되어 일체의 창작 활동을 중단한다. 1996년 1월 7일 8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은이 : 채만식
소설가·극작가·친일반민족행위자.
호는 백릉(白菱), 채옹(采翁)이다.
1902년 전라북도 옥구에서 출생하여 임피보통학교, 중앙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다. 그 후 와세다대학 부속 제일와세다고등학원을 중퇴했다. 조선일보사·동아일보사·개벽사 등의 기자로 재직했으며, 1936년 이후로는 창작에 전념했다. 1945년 낙향하여 1950년 이리에서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1924년 단편「새길로」(『조선문단』)로 등단 후 290여 편에 이르는 장편·단편 소설과 희곡·평론·수필 등을 썼다. 장편 「인형의 집을 나와서」(1933)·「탁류濁流」(1937)·「천하태평춘」(1938)· 「금(金)의 정열」(1939) 등과 단편「레디메이드 인생」(1934)·「치숙」(1938)·「패배자의 무덤」(1939)·「맹순사」(1946)·「미스터 방(方)」(1946) 등이 대표작이다. 1942년 조선문인협회가 주관한 순국 영령 방문 행사와 1943∼1944년에 국민총력조선연맹이 주관하는 예술 부문 관계자 연성회, 보도특별정신대 등 친일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목 차
시인의 맛: 백석
북관
동해
가재미·나귀
국수
여우난골족
주막
통영
고야古夜
주막
가즈랑집
고방
가키사키枾崎의 바다
여우난골
여승
통영
노루
선우사
추야일경
정주성
멧새소리
가무래기의 낙
박각시 오는 저녁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개
흰 바람벽이 있어
구장로球場路
북신北新
월림장
목구木具
귀농
두보나 이백같이
칠월백중
편지
무지개 뻗치듯 만세교
소설가의 맛: 채만식
산적
향연
냉동어
명태
애저찜
산채
오리식례, 술멕이
추과도
포도주
세검정에서
전원의 가을
눈 내리는 황혼
원두막에서 놀던 이야기
6월의 아침
상경 후
농사
밥이 사람을 먹다
백마강의 뱃놀이
인테리와 빈대떡
생명의 유희
빈貧·제일장 제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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