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란의 설날 노루즈!
이 그림책은 이란의 가장 큰 명절인 노루즈를 맞이해, 같은 시각 다른 공간에서 각기 다른 사연의 네 어린이가 설을 보내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려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입니다. 2017년‘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과 2018년‘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상’후보에 오른 파라드 핫산자드가 글을 쓰고, 여러 차례 국제적인 일러스트 상을 수상한 가잘레 빅델루가 그림을 그린 이 책은 우리에게는 낯선 이란의 설 풍속을 흥미롭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양력 1월 1일부터 새해로 치는데, 이란은 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은 춘분인 3월 21을 새해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낮의 길이가 밤보다 길어지는 춘분 때부터 바야흐로 봄이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겨울이 몹시 추운 지리적 특성 탓에 이란 사람들은 희망과 새 생명이 싹트는 봄을 맞아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면서 대대적인 축제를 벌입니다. 노루즈라고 하는 이 설 축제는 이란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전역에서 행해지는데, 2009년 유네스코는 페르시아의 오랜 역사에 뿌리를 둔 노루즈 축제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습니다.
이란의 설 풍속
이 그림책을 보면 노루즈를 맞아 집안을 청소하고, 아이들에게 새옷을 해 주고,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깎는 이란 사람들의 모습이 6~70년대의 우리나라 설 풍습과 흡사해서 친근감이 절로 듭니다. 이란 사람들은 풍요와 은총을 상징하는 금붕어, 아름다운 인생을 의미하는 히아신스 꽃, 새 생명을 상징하는 파랗게 틔운 밀싹, 모든 게 풍성하기를 바라는 마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사과, 합리적인 행동과 사고를 의미한다는 말린 대추야자, 부자가 되기를 기원하는 금화 등 일곱 가지 물품을 식탁에 차려 놓고 새해 소망을 빈다고 합니다.
또 전날 밤에는 자지 않고 깨어 있다가 새해가 되면 코란에 입을 맞추고, 가족들을 껴안고 환호하며 새해 인사를 나눕니다. 우리에게도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고 해서 밤새도록 윷놀이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던 옛 풍습이 있습니다.
이 그림책에는 새해의 첫 시간이 다가오는데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해 애를 태우는 네 아이의 사연과 우리랑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이란의 설 풍습이 실감나게 묘사돼 있어 마치 한 편의 옴니버스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사랑을 전달하는 나비의 날갯짓, 나비효과!
그리고 무엇보다 감동을 주는 것은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촉박한데도 곤경에 빠진 다른 아이의 안타까운 상황을 모른 척하지 않는 알리와 마리암의 착한 마음입니다. 이들의 선행은 나비효과를 일으켜 새해가 되기 한 시간 전까지도 집으로 가지 못해 조바심치며 초조해 하는 또 다른 아이에게 희망과 기쁨을 선사합니다.
그런데 네 아이가 이렇듯 시간에 쫓기게 된 것은 그들 잘못이 아닙니다. 일찌감치 이발소에 왔지만 어른들한테 순서가 밀려 여태껏 머리를 깎지 못한 아르달란, 새옷을 찾으러 바느질 집에 왔는데 초인종이 고장 나 대문 밖에서 몇 시간째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아르투사, 꽉 막힌 차도에서 자가용 운전자들을 상대로 꽃(히아신스)을 파는 알리와 마리암 남매. 무심한 어른들은 아이들의 안타까운 처지를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새해의 타종 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지만 할 일을 다하지 못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아이들! 초조하고 불안하고 속상해서 금세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이 순간을 알리와 마리암 남매는 어떻게 극복할까요? 또 그들의 행동은 위기에 처한 다른 두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 그림책은 사랑의 파급 효과, 즉 나비효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나비효과’란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즈(Lorenz, E. N.)가 한 말인데, 남미의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한 사람의 선행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멀리 떨어진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그림책 이야기는 남을 도우려는 착한 마음이 왜 중요한지 어린이들에게 일깨우고 있습니다.
특히 가잘레 빅델루의 따뜻하고 소박한 그림은 그동안 생소했던 이란의 문화와 풍습이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게 합니다. 이 그림책은 이슬람문화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에 사로잡혀 있던 우리에게 인류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파라드 핫산자드
이란 아바단에서 태어나 희곡 · 소설 · 시 등으로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아들을 위해 첫 동화책 『여우와 벌의 모험』을 쓴 이후 왕성한 창작 활동을 벌여, 80여 권의 어린이 · 청소년 도서를 출간했습니다. 이 중 몇 권은 이란의 ‘올해의 책’을 수상했고, 2017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 2018년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현재 이란 아동문학작가협회 이사이며, 아동 · 청소년 잡지 『자전거』를 펴내고 있습니다.
그린이 : 가잘레 빅델리
1980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태어나 테헤란 예술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습니다. 어린이 그림책의 글과 일러스트 작가로서 42권의 그림책을 펴냈습니다. 그녀의 일러스트들은 비엔날레 전시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2009년 베오그라드 국제 골든펜 어워드 수상을 비롯해 다수의 국제적인 상을 받았습니다.
옮긴이 : 윤지원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홍익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했습니다. 현재 『CNB 저널』 기자로서 2000년부터 영화와 방송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림책 『팔코의 새 친구』, 『빼앗긴 사람들』, 『제노비아』를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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