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생각하고 행동하고 해결해 가는 작고 여린 존재들의 이야기꾼, 레오 리오니
레오 리오니의 많은 작품에는 생쥐, 까마귀, 악어, 개구리, 카멜레온 등 수많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그 동물들은 하나같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레오 리오니는 짧은 동물 이야기 속에서 인간 세계의 허점을 찌르고 더 나은 삶이 무엇인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지를 가볍고 유쾌하게 보여 준다. 또 한 존재의 용기와 믿음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이야기한다. 레오 리오니의 작품에는 어린아이처럼 작고 여리지만, 용기와 믿음만큼은 크고 강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틸리와 벽》의 틸리도 가장 어린 쥐이지만 가장 용기 있는 쥐다.
독일 베를린 장벽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
틸리의 이야기는 독일 베를린 장벽(1961~1989)이 무너지기 6개월 전에 출간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에 생긴 베를린 장벽은 동독과 서독을 나누는 40여 킬로미터의 기다란 콘크리트 담장으로, 수십 년 동안 정치적 이념의 구조물이자 냉전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다 지금의 러시아인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독일의 통일이 추진되면서 아주 작은 일부만 기념물로 남고 모두 철거되었다.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지금의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늘 새로운 세계를 꿈꾸며 도전했던 틸리의 용기, 현실과 환경에 대한 호기심으로 새로운 방법을 찾았던 틸리의 도전 정신은 세상을 바꿨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이처럼 포기하지 않는 도전과 작은 용기들이 모여 만든 곳임을 우리는 《틸리와 벽》을 통해 느낄 수 있다.
문제의식과 도전의식,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용기
이야기 속에서 벽 반대쪽에서 만난 생쥐들은 틸리를 특별한 돌멩이 위에 올라가게 한 후, 틸리의 용기와 노력에 존경을 표하며 깃발을 흔든다. 형형색색의 특별한 돌멩이는 원래 틸리가 벽 반대쪽의 세계를 꿈꿀 때 보았던 상상 속 돌멩이인데, 마침내 벽 반대쪽 세계에서 실체화되면서 틸리가 그 돌멩이 위에 두 발을 딛고 올라선 것이다. 이렇듯 레오 리오니의 작품에서는 종종 상상했던 것이 마법처럼 현실이 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상상이 지금 발 딛고 있는 현실을 만든다는 것을 우리는 틸리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작은 물음을 주는 아름다운 이야기
영면하기 딱 10년 전에 이 작품을 만들었던 레오 리오니. 온 세상이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떠들썩할 때 79세의 노장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세상에는 정치, 경제, 사회 곳곳에 장벽 같은 가로막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고, 틸리와 같이 장벽 없는 세상을 만들려고 애쓰는 사람들도 있다. 지구에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벽에 갇혀 상상력을 제약 받으며 사는 아이들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현존하는 벽과 우물들 사이에서 아이들은 계속 태어나고 자란다. 틸리의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어야 할지를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레오 리오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재능이 있었던 리오니는 암스테르담 박물관에 걸려 있는 거장들의 그림을 똑같이 그리면서 놀기를 좋아했다.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미국에서 광고 회사를 세우고 상업 디자인 일을 하면서 화가, 조각가, 사진작가, 그래픽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50세가 되던 해, 손자들과 떠난 기차 여행에서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기 위해 즉흥적으로 잡지를 찢어 이야기를 만들었던 것을 계기로 그림책 작업을 시작했다. 1984년에 인스티튜트 오브 그래픽 아트 골드 메달을 수상하면서 어린이책 작가로, 디자이너로, 조각가로 인정을 받았다.
리오니는 주로 개인과 개인,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자기 인식이라는 주제에 대해 개성적인 캐릭터를 창조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 또한 리오니는 어린이를 독립된 주체로 보고, 그들의 독립된 자아의식을 훌륭하게 그림책에 담아낸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명확한 주제에 개성적인 캐릭터를 창조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또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탈피해 그때그때의 아이디어에 따라 소재와 기법을 달리하여, 다양한 그림책을 어린이들에게 선사했다. 《프레드릭》, 《헤엄이》, 《꿈틀꿈틀 자벌레》, 《알렉산더와 장난감 쥐》로 칼데콧 아너 상을 네 번이나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 그 외에 《물고기는 물고기야!》, 《세상에서 가장 큰 집 The Biggest House in the World》, 《저마다 제 색깔 A Color of His Own》, 《한 해 열두 달 A Busy Year》 등 스무 편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옮긴이 : 김난령
경북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런던 인스티튜트의 런던 칼리지 오브 프린팅에서 인터랙티브 멀티미디어 석사 학위를 받았다. 어린이책을 비롯해 문학과 교양서를 우리말로 옮기는 일과 함께 그림책과 디자인에 대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마틸다》, 《크리스마스 캐럴》, 《요술 손가락》, 《라모나는 아빠를 사랑해》, 《그림으로 글쓰기》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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