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함께한 5천 년이 무색하게 희석돼버린 정체성
떨어져 있는 70년 동안 쌓인 오해와 무지
우리 안의 지독한 편견을 깨고 '연변', 있는 그대로 바라보다
재중 동포 혹은 조선족, 이들과 한국은 원래 한민족이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나뉜 이후로 70년 동안 서로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오해와 무지가 켜켜이 쌓여 이제 한국과 연변 사이는 책 몇 권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해졌다.
연변 땅에서 살아가는 재중 동포들은 중국에게도, 한국에게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지켜야 할 것을 위해 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다. 중국 땅에서 우리의 말과 글을 여태 유지하며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자녀들 우리말 교육을 위해 연변 거주를 고집하는가 하면, '연변'이 아니라 '옌벤'으로 불리는 것에 분노한다. 축구 경기장에서는 응원가로 <아리랑>과 <고향의 봄>을 제창한다.
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한국인, 그 마음에 지독한 편견으로 자리 잡은 연변과 조선족을 바라본 그대로 담아냈다. 한국과 연변 사이, 주된 심상이 오해와 미움인 거리를 담담하게 그려야 독자들이 왜곡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저자의 의도처럼 이제 우리도 이들을 다시, 올바로 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한민족임을 잊지 않고 지켜야 할 가치를 기억하기 위해서, 오해의 거품을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 보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이 떨어져 있던 70년의 간극을 해소하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조선족 사회에 놓인 축구라는 다리,
다리를 통한 기적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저자인 류청 기자가 연변에 가서 바라본 축구는 단순하지 않았다. 연변의 축구에는 그들의 사회와 역사가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 학교가 간도에 세워지면서 시작된 축구와의 만남, 용정에서 태어나 자란 윤동주 시인이 축구를 좋아한 것, 신흥 무관 학교가 정식 과목으로 축구를 지정한 것도 연변에게 있어 축구가 특별한 의미인 이유였다. 축구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연변은 비록 좋은 실력은 아니었지만 그 흐름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연변 사람들은 종교도, 정체성으로 내세울 만한 것도 없지만 딱 하나, 구심점이 되는 것이 바로 축구라고 이야기한다. 2015년, 혜성같이 나타난 박태하 감독이 연변팀을 맡고 꼴찌에서 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두면서 축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던 연변 사회가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더 큰 변화는 미국과 일본 등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조선족 사회가 역동적으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축구가 그들로 하여금 잊고 있었던 고향과 민족에 대한 자각을 불러냈다.
연변 사람들은 우리의 말과 글, 문화를 지키려면 연변 축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힘이 미미하더라도 끝까지 이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태하 감독이 선수들과 함께 만든 기적으로 연변 사람들은 그 가능성을 보았다. 박 감독이 놓은 축구라는 다리가 재중 동포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세계 각지의 조선족을 이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신뢰와 사랑으로 지어진 이 다리가 다음 세대에도 여전히 유효하게, 멀어진 거리를 좁히고 접점을 찾아가는 다리가 되기를 바란다.
작가 소개
축구 전문 미디어 '풋볼리스트' 취재팀장. 대학에서 불어를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축구 전문 기자로 살고 있다. 축구가 시시해질 때쯤에 연변을 만나 축구가 지닌 힘을 다시 한 번 느껴 이 책을 썼고, 대학원 공부도 시작했다. 사실은 축구를 제외한 세상사에 더 관심이 많다. 저서로는 <축구는 사람을 공부하게 만든다>, <유럽 축구 엠블럼 사전>, <월드컵 축구 엠블럼 사전>이 있다.
목 차
머리말
1장 박태하를 만나 연변을 알다
연변으로 가는 문을 열다
대전, 박태하가 연길에 가기 전 머문 정차역
박태하는 이상한 한국 사람
연변의 아픔을 품은 박태하
하태균을 비롯한 선수들은 신뢰 속에서 다시 태어났다
경기장에서 목격한 기적, 우승
큰절하는 기자, 눈물 훔친 기자
연변의 자존심을 세운 박태하
박태하는 외교관
옌벤이 아니라 연변, 룽징이 아니라 용정
연변에서 밥은 먹고 다녔니?
귀국, 그리고 반향
히스토리 1. 박태하 전에 최은택 교수가 있었다
감독이 아닌 교수
연변과의 우연 같은 만남
연변에 프로 축구의 개념을 세운 선구자
생활비를 선수에게 준 교수님
중국에 대서특필된 부고
인터뷰① 연변서 보낸 1년, 하태균은 다시 태어났다
2장 축구는 왜 연변의 종교인가
연변은 축구다. 축구는 연변의 종교다
하태균, 슈퍼 리그에 연변 복귀를 알리다
연변에 묻힌 우리 축구역사
연변에서 만난 첫 번째 거절
조선족으로 살겠다는 다짐
박태하는 '좋아!', 이장수는 '음…'
예상치 못한 여름 4연승
'천억 원' 허베이팀을 이기던 날
"헝다팀이 우릴 상대로 공을 돌리다니!"
히스토리 2. 시인 윤동주도 축구선수였다.
인터뷰② 박태하 "감독 3년 차, 성공 아닌 행복 바란다" (2016년 12월 인터뷰)
3장 연변은 왜 박태하를 지키려고 했나
외부에서 분 급격한 변화의 바람
'하신'이 떠나다
부진한 연변, 갈라진 팬심
떠나려다 마지막 순간에 돌아선 박태하
처절한 싸움 도중에 접한 승부조작 의혹
쓰라린 강등, 감독을 지킨 팬들
강등됐지만, 연변은 '작은 공'을 쐈다
흩어진 동포 사회를 뭉치게 한 힘
기고. 박태하 감독 노래를 만든 김수연 작가
4장 박태하는 떠나고 연변은 파산하다
2018년, 팔려 가는 선수들
연변 이적의 좋은 예, 쇼텐
긴 겨울 끝에 만난 연변의 봄
롤러코스터 속 100번째 경기
"우리 애들 못 버리고 갑니다"
중국축구협회 제안을 거절한 박태하
예정된 이별, 예기치 않은 결말
미련한 로맨스의 끝, 눈물 그리고 통곡
황선홍이 이어 받은 바통
흉흉한 소문
도둑처럼 찾아온 파산, 산산이 조각난 팬심
의심쩍은 파산, 사과 없는 마무리
기억하고, 기록하자
히스토리 3. 간도와 조선인은 곧 축구였다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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