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바깥놀이 깡통차기를 해요!
요즘 아이들은 모여서도 전자기기 놀이를 하며 놀지만, 불과 30년 전만 해도 동네 공터이나 학교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놀았습니다. 얼음땡이나 다방구, 숨바꼭질이나 말타기 같은 다양한 바깥놀이를 많이 했어요. 놀이를 하면 몸을 움직이니까 자연스럽게 운동이 되고,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친해져 사회성도 키워집니다. 이번 책은 그 당시 놀이 가운데 하나인 ‘깡통차기’를 소재로 한 그림책입니다.
깡통차기는 깡통을 이용한 숨바꼭질 놀이예요. 술래가 숨어 있는 사람을 찾아서 잡는 숨바꼭질이지만, 술래한테 잡히지 않은 사람이 깡통을 차서 잡힌 친구들을 구하는 반전의 기회가 있다는 점이 숨바꼭질과 달라요.
깡통차기는 금속으로 된 깡통 통조림이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쓰이던 때에 주로 한 놀이로, 일본이나 우리나나 규칙은 비슷합니다. 이 책에 담긴 풍경은 지금 우리 동네가 아닌, 이 놀이를 즐기던 때의 동네 모습입니다. 아이들이 어울려 놀 수 있는 너른 마당이 있는 동네, 학원 가느라 바쁜 요즘 아이들이 아닌 책가방 벗어 던지기 바쁘게 함께 모여 뛰놀던 때입니다. 각박하고 치열한 요즘 생활과 비교하면 한층 여유롭고 생동감이 넘칩니다. 이 책을 통해 어른 세대는 추억의 한 자락을 떠올리게 됩니다. 아이들은 그 시절에 대한 궁금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책 말미에 깡통차기 놀이에 대한 정보를 담아서 아이들이 놀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 소심함을 이기고 용기를 키워요!
이 책의 주인공은 부끄럼 많고 소극적인 여자아이, ‘치에’입니다. 치에는 선생님이 불러도 대답 못 하고, 선생님 질문에 손도 못 들 만큼 아주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입니다. 반면 치에 옆자리에 앉은 리에는 활발하고 적극적인 친구입니다. 리에는 치에를 깡통차기 놀이에 참여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내성적이고 겁이 많은 치에는 여태껏 한 번도 깡통을 차서 친구들을 구해 준 적이 없습니다.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술래한테 잡힐 각오를 하고 용기 내어 달려야 합니다. 부끄럼쟁이 치에는 아직 그런 용기가 없습니다. 가슴이 콩닥거려서 다른 사람 앞에 나서기도 주춤거립니다.
그런데 오늘은 좀 다릅니다. 언제나 옆에서 용기를 북돋워주는 친구 리에가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리에는 학교에서도 치에가 나서도록 북돋워 줍니다. 선생님이 불러도 대답 못하는 치에에게 이름을 부르며 챙겨 줍니다. 그런 리에가 오늘도 깡통을 차도록 재촉합니다. 술래한테 잡힌 채 간절히 ‘구해 줘.’ 치에에게 외치는 겁니다.
살아남은 사람은 오직 치에뿐입니다. 치에는 갈등합니다. 술래한테 잡힐까 두렵지만, 친구 리에는 구해 주고 싶습니다. 오늘은 뭔가 친구를 위해 힘을 내고 싶습니다. 자, 치에는 어떻게 할까요? 용기를 내어 인생의 첫 깡통을 차올릴까요? 아니면 다시 주저앉고 말까요?
■ 내 인생의 깡통차기는 무엇일까요?
이 책에서 깡통차기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잡힐 각오를 하고 달려 나가는 ‘용기’이기도 하고, 친구를 위한 ‘우정’이기도 하며, 인생의 첫 ‘도전’이기도 하고, 성취를 통한 ‘자신감’이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깡통차기는 굉장히 커다랗고 의미 있는 사건입니다. 깡통차기를 통해 여태껏 나를 구속하던 틀에서 벗어나 좀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누구나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사건’ 하나씩은 있습니다. 깡통차기는 치에의 인생에 그런 의미 있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작가 이시카와 에리코는 이번 책을 쓰고 그린 일이 깡통을 차올린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내 인생의 깡통차기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이미 여러 번의 깡통을 차올린 사람도 있을 테고, 아직 결정적인 깡통을 못 차올린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부끄러워서 손도 못 들었던 치에가 깡통을 차올린 이후 번쩍 손을 들어올리는 것처럼, 용기 있고 자신감 넘치게 변화시켜 줄 깡통차기를 기대해 봅니다.
■ 강약이 어우러진 그림 세계
이 책에는 일상이 담긴 편안한 동네가 어떤 과장이나 장식 없이 담백하게 담겼습니다. 연필선을 살린 그림은 편안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다가옵니다. 반면 아이들의 표정이나 동작은 사실적이면서도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얼굴만 봐도 성격이 보입니다. 머뭇거리고 망설이며 나서지 못하는 치에, 발랄하고 활기찬 리에, 왈가닥 아츠코, 개구쟁이 유우타 등 그림만 봐도 어떤 아이인지 짐작이 갑니다.
놀이 과정을 순차적으로 편안하게 따라가던 그림이 치에의 심리를 드러낸 부분부터는 강렬해집니다. 주변을 어둡게 채색해서 깡통을 차러 달려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치에의 갈등이 얼마나 깊은지 상징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또한 오로지 깡통을 목표로 집중해서 달려가는 치에의 장면은 마치 슬로 모션 카메라 기법처럼 느리고, 주목성 있게 표현했습니다. 그림책을 보는 독자 역시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치에의 깡통차기에 몰입하게 됩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시카와 에리코
1955년 일본 후쿠시마 현 카마 시에서 태어났습니다.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책 작가가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체험을 담아 그린 <보타 산에서 놀았을 즈음>으로 제46회 고단샤출판문화그림책상(2015년)과 대만 오픈북 가장뛰어난어린이책상(2017년)을 받았습니다.
주요 그림책으로 <집오리>, <날씨 좋은 날은 뱀밥따기>, <올해의 스웨터>, <신야 군의 마라카스>, <떠내려온 나무가 있는 집 > 등이 있습니다.
옮긴이 : 엄혜숙
연세대학교에서 독일 문학을, 대학원에서 한국 문학을 공부한 뒤 일본에서 아동 문학과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어린이책을 만들었고, 지금은 책을 쓰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혼자 집을 보았어요>, <세탁소 아저씨의 꿈>, <나의 초록 스웨터> 같은 여러 그림책과 <나의 즐거운 그림책 읽기 >, <권정생의 문학과 사상> 같은 비평집을 썼고, <없는 발견>, <갈매기 택배>, <세계 도시 지도책>, <비닐봉지 하나가>, <평화 책>, <포에버 영>, <너, 무섭니?>, <그리는 대로>를 비롯한 많은 책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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