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똑, 똑, 똑
비가 부르면 달려 나갈 거야!”
천진한 동심과 유쾌한 상상으로 빚은,
비 오는 날의 특별한 이야기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눈에 보이는 것만 쫓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것들도 마음으로 그려 냅니다. 하늘 높이 날 수 있는 자전거, 숲 속 깊은 곳에 살고 있는 신비한 동물, 온갖 보물이 가득 들어 있는 비밀 상자…….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들로 세상은 빛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은 까맣게 잊고 있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그런 어린 시절을 건너왔지요.
책고래마을 서른세 번째 그림책 《비가 와》는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을 읽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비가 오면 일어나는 일을 아이의 시선으로 그리고 있어요. 후둑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재미난 일이 벌어집니다. 아이의 키 만했던 나무가 아이의 키를 훌쩍 넘어 엄청 빨리 자라고, 땅속 깊은 곳에 살고 있는 고래는 오랜만에 한바탕 샤워를 하지요. 쏴아아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에 지구가 두둥실 떠오르기도 해요. 그렇게 아이의 상상은 어른들이 닿지 못하는 곳까지 날아오릅니다.
《비가 와》는 읽고 나면 기분이 좋은 그림책이에요. 나도 모르게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번지지요. 작가는 자극적인 이야기나 그림으로 눈길을 끌려고 애쓰지 않아요. 대신 차분히 아이의 마음을 쫒아요. 일상을 벗어나 자연으로, 지구 밖으로 내달리며 아이가 보여 주는 풍경을 섬세한 손길로 화면에 옮겨 놓았습니다. 연필과 따뜻한 색감의 물감으로 그린 그림은 푸근하게 다가오지요.
요즘 아이들은 사납고 어지러운 콘텐츠를 쉽게 경험합니다. 마음이 다 자라기도 전에 병들거나 다치기도 하지요. 《비가 와》는 아이들이 쉬어 갈 수 있는 이야기이자, 새로운 눈으로 세계를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예요. ‘건강한’ 상상력을 길러 준답니다. 아이와 함께 비를 만나러 밖으로 달려 나가 볼까요?
쏴아아 비가 오면
아이의 비밀 친구들이 찾아와요
어쩌면 어른들에게 ‘비’는 반갑지 않은 손님일지도 몰라요. 축축하게 젖은 옷은 성가시고, 우산을 들고 다니다 보니 몸도 마음도 어수선하지요.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비 오는 날이 특별한 날이 되기도 한답니다. 놀거리가 많거든요. 하늘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도, 길 이곳저곳에 고여 있는 빗물도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놀잇감이에요. 《비가 와》 속 아이도 비를 무척 좋아하는 모양이에요. 똑, 똑 비가 부르면 우산을 활짝 펴고 달려 나가지요.
비가 오면 신나는 일이 벌어져요. 비에 젖은 옷들은 세탁기 속에서 윙윙 헤엄을 치고, 아이가 태어난 날 심은 나무는 엄청 빨리 자라지요. 아이의 키를 훌쩍 넘어 아주 멀리서 보일 만큼 아름드리나무로 말이에요. 그런가 하면 고래는 오랜만에 빗물로 샤워를 하지요. 어디에 사는 고래냐고요? 바로 맨홀 아래 어딘가에 살고 있는 고래예요! 기분이 좋아진 고래가 힘차게 지느러미를 움직이면 분수처럼 물줄기가 솟아오른답니다.
쏴아아 비가 오면 지구는 두둥실 떠올라요. 흔들흔들 빗물에 몸을 맡기고 어디든 갈 수가 있지요.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목이 말랐던 하마도, 캥거루도 마음껏 물을 마실 수 있어요. 커다란 고래의 등에 올라타고 아주 먼 곳까지 여행을 하는 것도 재미있겠지요?
마침내 비가 그치고 알록달록 무지개가 떴어요. 아이 앞에 자그마한 도마뱀 한 마리가 나타났지요. 아이가 만났던 동물들은 저마다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아이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생생한 모습으로 살아있어요. 언젠가 다시 비가 부르면 아이를 찾아올 거예요.
《비가 와》에서 그리고 있는 풍경, 이야기는 우리가 ‘비’에 대해 흔히 떠올리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땅속 깊은 곳에 커다란 고래가 살고, 온 세상에 찰랑찰랑 빗물이 차오르고, 그 위에는 지구가 동동 떠 있지요. 어른의 눈으로 바라보면 참 낯설어요. 눈을 낮추고 아이의 마음으로 살펴보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리고 작가의 기막힌 상상력에 감탄하게 되지요. 꼭 이야기 속 아이가 된 것처럼 작가는 천진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독자들을 동심의 세계로 이끌어 갑니다.
고래부터 하마, 펭귄, 북극곰까지, 《비가 와》에 나오는 동물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사람들의 손에 생활 터전이 훼손되거나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지요. 환경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지만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른 생명들의 삶은 여전히 우리의 우선순위에서 쉽게 밀려나고는 합니다. 어딘가로 쫓기고 내몰리다 결국에는 자취를 감추기도 하지요. 작가는 지구라는 별에서 모든 생명이 함께 어울려 살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하마와 펭귄, 북극곰이 고래 등에 올라타 바다 위를 신나게 헤엄치고, 초록이 가득한 지구 위에서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말이에요.
《비가 와》는 맑고 푸근한 동심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읽는 내내 ‘즐거운 마음’이 가슴 한편을 채우지요. 찬찬히 이야기를 따라가 가다 보면 건강한 상상력이 자라납니다. 또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 자연을 이루는 수많은 삶에 대해서 돌아보게 됩니다.
작가 소개
지금도 말을 잘 하지 못하지만, 어릴 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뎠습니다. 머릿속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한참 동안 정리를 해야 했거든요. 어, 으음, 어어…. 그러면 옆에서 누군가 소리쳤어요. 이렇게 말해! 저렇게 말해! 그러면 머릿속은 더 하얘졌고, 나는 막 손을 내젓곤 했습니다. 《비가 와》는 나의 어린 시절 기억 중 두 개를 엮어 만들었습니다. 비 오는 여름 뒤뜰 양쪽을 막아 수영장을 만들겠다고 판자를 덧댔던 기억과 눈 내린 겨울 눈사람이 녹아 없어지는 게 싫어서 냉장고에 넣어 놨는데, 냉동실이 좁다는 이유로 버려졌던 기억입니다. 물론 저에게 양해를 구했지만 너무 서운했습니다. 겨울이 오면 그때 꺼내 주고 싶었거든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늘 혼자였던 제게 “그림을 그려볼래?”라고 물어 주었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나의 첫 그림책 《비가 와》를 작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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