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늑대는 왜 나의 밤을 먹을까?
밤이라는 어두운 공간과 고요한 시간을 경쾌하고 재치 있게 표현한 그림책입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 푸른 늑대 한 마리가 찾아옵니다. 검은 부스러기를 흘리며 아그작 아그작 밤을 먹는 늑대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아이는 늑대가 밤을 먹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이는 늑대에게 밤을 찾아 주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건축과 인형극 디자인을 공부한 김재희 작가는 어두운 밤을 한편의 인형극 무대처럼 펼쳐놓고, 자신만의 밤을 찾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다채로운 색감으로 보여 줍니다. 누군가는 잠을 자고, 누군가는 배를 채우고, 누군가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소중한 밤. 모두가 행복한 밤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따뜻하게 전해집니다.
매일매일 늑대는 내 밤을 맛있게 먹어 버렸다. 늑대는 밤을 먹고 해를 토했다.
늑대가 내 밤을 먹는 동안, 나는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었다.
낮이 소란하고, 크고, 빼곡하다면, 밤은 조용하고, 작고, 비어 있었다.
우리는 따로, 또 같이 그 시간을 공유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아그작 아그작
늑대가 밤을 먹네
잠이 오지 않아 멀뚱멀뚱 뒤척이는 밤. 아그작 아그작 소리가 방 안을 채웁니다.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무슨 소리일까? 언제 왔는지 모를 푸른 늑대가 밤을 아그작 아그작 먹고 있습니다. 초대한 적 없는 불청객이지만, 무작정 내쫓을 수만은 없습니다. 밤 대신 먹으라고 빵을 주었지만, 늑대는 밤을 빵에 발라 먹습니다. 쿠키는 밤에 찍어 먹고, 아이스크림에는 밤을 뿌려 먹습니다. 깨어 있는 아이와 늑대에게 ‘밤’은 만지면 손에 묻을 듯하고, 건드리면 부서질 듯한 생생한 질감으로 존재합니다. 작가는 이 ‘밤’을 늑대가 먹는 것으로 불면의 시간을 재치 있게 표현했습니다. 고요한 ‘나의 밤’을 먹어 치우는 늑대에게 뭘 주면 좋을까? 밤을 되찾기 위한 아이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늑대는 왜
나의 밤을 먹을까?
밤을 먹어 치우는 늑대를 보며 아이는 두려워하거나 화를 내지 않습니다. 다만, 늑대가 왜 자신의 밤을 먹는지 궁금해합니다. 자신의 공간에 들어온 낯선 존재를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대하는 아이는 답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늑대에게 늑대의 밤을 찾아 주면, 아이 역시 자신의 밤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을 거부하거나 밀어내지 않고, 그렇다고 억지로 피해를 감수하려 하지 않으며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와 개구리에게 아이는 “늑대는 왜 나의 밤을 먹을까?” 물어봅니다. 아이는 세상 모든 일에 정답이 있을 거라고 여깁니다. “내 수염은 몇 개일까?” 묻는 고양이에게 수염 개수를 정답처럼 말하고, “오늘 밤에 비가 올까, 안 올까?” 묻는 개구리에게 비는 안 올 거라고 확신합니다. 정답을 찾으려는 아이는 늑대가 밤을 먹는 이유를 알아낼 수가 없습니다. 이건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이 아니니까요. 아이의 발걸음은 이제 정답이 아니라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길로 향해 갑니다.
찾았다, 내 밤
부엉이는 답을 알려 주는 대신,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부엉이의 날갯짓에 세상에는 이야기가 흩뿌려집니다. 저마다의 밤을 채울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충분히 먹은 늑대는 드디어 포만감에 미소 짓습니다. 남의 밤을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았던 허기가 채워진 것입니다. 커다랗고 둥글고 환한 달빛 아래 누워 있는 늑대를 보면 어느새 나의 마음도 환하게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늑대는 이제 자기 밤으로 돌아갑니다. 늑대가 가고 아이는 스르르 스르르 잠이 듭니다.
늑대에겐 늑대의 밤이, 고양이에겐 고양이의 밤이, 어른에겐 어른의 밤이, 아이에겐 아이의 밤이 있습니다.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저마다 다른 자신만의 밤이 있을 뿐이지요. 밤을 찾는 길에 환한 달빛이 함께하기를, 각자의 밤을 찾아 모두가 행복한 꿈을 꾸기를 바라는 마음이 따뜻하게 전해집니다.
작가 소개
중앙대학교에서 건축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대학에서 인형극 디자인을 공부했다.
인형극 무대를 디자인하고 인형 만드는 일을 했다.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이런저런 것들을 만들고 있다.
『밤을 먹는 늑대』는 쓰고 그린 첫 그림책이다.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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