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여섯 시인의 눈으로 보는 동심의 세계
동시집 ‘살구나무 편의점’
살구가 쏟아져 나오는 계절에 맞춰 선보이는 ‘살구나무 편의점’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노란 살구도 아니면서도 시고 단, 맛을 낸다. 살구가 품종에 따라서 다양한 맛을 내듯이 동시마을 살구나무 편의점에서 차린 동시 맛도 여섯 시인 모두의 다양성만큼이나 맛도 모양도 색깔도 각기 다르다. 24시간 개방된 살구나무 편의점의 동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아무 때고 들어가 맛을 보고 꼭꼭 씹어 먹다 보면 각기 다르면서도 동심이라는 고리로 연결되어 있기에 읽는 독자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준다.
어느 우리에서/뛰쳐나왔는지/고삐 풀린 망아지/하나둘이 아니다//
_김영란 「소문」 중 일부분
고삐 풀린 망아지 이야기인가 하고 읽었더니 말 보다 더 날뛰는 소문이다. 소문이 소문을 낳고 또 소문이 소문을 낳아 지금과 같은 정보화 사회가 아닐 때도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이 있었던 것을 보면 고삐 풀린 망아지 단속이 시급한 문제이긴 한데 시인의 말처럼 경찰도 속수무책인 것이 소문이기도 하다.
까딱까딱 앉아보고/입에 대 보네//나풀나풀 만져보고 입 맞춰보네//
_김지원 「첫 외출」 일부분
‘첫’이란 단어에서 느끼는 설레임이 이 시에도 느껴진다. 세상에 나와 처음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많을까만 나비는 나비대로 앉아 보고 냄새 맡아 보고 입을 대 보며 하나하나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사람과 다르지 않다.
아빠랑/뒷산에 올랐다//누군가의 소망을 담은 돌탑이/볼 때마다 쑥쑥 자란다//힘도 세지고 생각도 깊어져/돌탑이 어른처럼 된다면/내 소망을/들어줄지도 몰라//
_신복순 「돌탑」 전문
산을 오를 때는 힘든 것만 느껴지지만 정상에 올라 내려다 볼 때 가슴이 탁 트이고 시야도 넓어진다. 돌탑이 쑥쑥 자라듯이 내 소망도 이뤄지리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퐁당!//물 위에/돌멩이 하나 던졌을 뿐인데//하늘이/저리 쉽게/흔들릴 줄이야//
_우남희 「저럴 수가」 전문
시인의 눈은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물 위로 던지는 돌멩이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러나 그 물이 흔들리는 것은 많이 사람이 관찰을 했지만 하늘까지 흔들리는 걸 본다는 것은 시인의 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건 산에 사는 도깨비들이/젖은 산을 말리려고/땅속에 군불 때는 거야//그러니까 도깨비들이 피우는/연기인 거지//
_김위향 「산속에는」 일부분
안개를 도깨비들이 피우는 연기라고 상상하는 시인은 아마도 어릴 때도 상상력이 풍부했을 것이다. 시인이 안내하는 또 다른 상상의 세계에는 훨씬 재미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큰일 났어요!//커다란 그릇이/사람 머리를 통째 들이켜고 있어요//
_이정인 「냉면집」 전문
냉면집 그릇이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종종 세수 대야 같다는 말도 들었지만 이렇게 그릇이 사람 머리를 통째 들이켜고 있다는 시각은 동시를 읽는 또 다른 재미다.
머리말
살구나무 편의점이 동시마을에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24시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아기부터 어르신까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요. 천천히 둘러보시고 필요한 것은 그냥 가지고 가시면 됩니다.
귤 까먹다가 학원 갈 시간까지 까먹었다는 김영란,
시간을 사서 아빠에게 주고 싶다는 김지원,
점점 높이 올라가는 돌탑을 보고 돌탑도 어른처럼 힘이 세지면 소원을 들어줄 거라는 신복순,
까치에게 노래 연습을 시키는 우남희,
산자락 하얀 안개는 도깨비들이 피우는 연기라는 김위향,
악어와 함께 산다는 이정인 등 여러분과 닮은 모습을 한 여섯 시인이 개업선물도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나가실 때 잊지 마시고 꼭 챙겨 가십시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영란
2004년 《아동문학평론》, 《아동문예》 신인상 당선
동시집 『옹달샘』, 『쪼끄만 게 뭐가 바빠』, 『나바라기』 출간
지은이 : 김지원
2004년 《아동문예》 동시 당선
동시집 『나도 씨앗처럼 눈 감고 엎드려 본다』, 『엄마만 애쓰고』
지은이 : 신복순
2007년 《월간문학》 동시 부문 당선
중학교 교과서에 동시 「내 그림」 수록
동시집 『고등어야, 미안해』(2014년 세종도서)
지은이 : 우남희
2005년 『문학저널』에 「바람, 너였구나」 등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와 2011년 『오늘의동시문학』 여름호에 「비상연락」 「단추」로 신인상 당선되었습니다. 2004년 토지문학 수필 대상, 2003년 전국민편지쓰기대회 장려상, 2003년 한국청소년신문사 주최 수필부문 금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한국동시문학회, 대구아동문학회, 혜암아동문학회 회원으로 있으며 대구시문화관광해설사, 대구골목문화해설사, 달성군 블로그기자, 《매일신문》 시민기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은이 : 김위향
제 33회 창주 문학상 동시 당선
지은이 : 이정인
1969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2009년 오늘의 동시문학 신인상에 동시가 당선 되었고, 2010년 동시 「긴 말 짧은 말」 외 11편으로 제8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동시 「남자들의 약속」이 실려 말」며, 지은 책으로 신인상에 빵점 아빠 백점 엄마』(공저), 『남자들의 약속』 등이 있다.
그린이 : 이명선
대학에서 회화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린책으로는 『포포가 이사를 왔어요』, 『나는 왕이다』, 『우리 민속놀이 동시』, 『목소리만 들어도』 등이 있습니다.
현재 어린이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자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목 차
김영란
늦추위/ 깜찍한 경고문/ 모기/ 까먹었다/ 눈총/ 사과와 벌레의 대화/ 간고등어/ 꿀꿀이가 뭐라 한다/ 소문
김지원
시간을 사고 싶다/단풍/비벼 먹은 겨울/하늘이 안아준다/첫 외출/새들의 하루/산수유
첫눈이/가을 손님
신복순
꿀통/돌탑/콩/국수 이야기/돼지는 억울해/당당히 살자/대청소/해님처럼/엄마와 세탁기
우남희
병따개/눈/생활계획표/나무가 거미에게/나뭇잎 파일/저럴 수가/형사가 된 바람
동백꽃/까마귀에게 연습을
김위향
밤송이는 착해/산속에는/어디 숨었니/사막의 쇠똥구리/뿔소라/꿀벌과 할머니
할머니 이야기/벚꽃 낙하산/모두 함께
이정인
겨울 담벼락/시계 소리/냉면집/아이스크림케이크/나비들/날개/살구나무 편의점
신발 정리/우리 집에 악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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