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놀이의 유형을 생각하게 하는 1960년대 콜라주 기법 그림책
새로운 놀이에 시도하는 아이의 도전이 주는 일상의 즐거움
문명이 낳은 갖은 장난감과 놀잇감, 놀이터로 둘러싸인 행복한(?) 요즈음의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누리는 ‘놀이’의 행복 지수는 얼마일까? 이렇다 할 장난감도 놀이터도, 모든 게 제대로 된 게 없었던 과거와는 결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어른들, 과거의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만들고 즐기며 나름의 행복한 비명을 지르곤 했다. 집을 나서면 모든 게 동무가 되고, 놀이가 되었으니까. 지금의 아이들은 결코 느낄 수 없는 땅(자연)과 땅(자연)이 만들어 내는 동무들이 수없이 널려 있었기에 그들은 매끄럽고 딱딱한 행복이 아니라 비록 거칠고 투박하지만 한없이 부드러운 행복을 즐길 수 있었다.
《휘파람을 불어요》의 주인공 피터를 보고 있자면 그 과거의 우리들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놀이터도, 제대로 된 장난감도 없는 피터는 혼자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분필로 바닥에 선을 그으며 다니기도 하고, 그림자를 떼 놓으려 펄쩍펄쩍 뛰어 보기도 하고, 아빠 흉내도 내고…`…. 이렇게 ‘놀이’를 제대로 즐길 줄 아는 피터는 굉장한 새 ‘놀이’를 하려고 한다. 그건 다름 아닌 ‘휘파람을 불어요’.
피터는 어느 날 강아지와 놀고 있는 한 남자 아이를 본다. 그 아이가 휘파람을 불 때마다 강아지는 쏜살같이 그 아이에게 달려가곤 한다. 피터도 휘파람을 불어 본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휘파람을 불어 보려고 볼이 얼얼해질 때까지 애써 보지만, 소용이 없다. 피터의 가장 친한 친구인 강아지 윌리도 피터의 마음을 몰라 준다. 휘파람을 불 수만 있다면 멀리서도 쉽게 윌리를 부를 수가 있을 텐데…`…. 이 얼마나 근사한 놀이인가? 휘파람 때문에 약오르고 속상한 마음을 달래려고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보기도 하고, 아빠 모자를 쓰고 엄마에게 아빠 흉내를 내 보기도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여전하다. 멀리서 윌리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휘파람을 불어 보는 피터. 그런데 갑자기, 진짜 휘파람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윌리는 잠시 멈춰 서서 두리번거리더니 피터를 향해 곧장 달려온다. 이제 피터에겐 ‘휘파람을 불어요’라는 새로운 놀이가 생긴 것이다.
나름의 독특한 콜라주 기법으로 역동적이고 연속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에즈러 잭 키츠는 《휘파람을 불어요》에서도 그 매력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그 매력은 독자들을 온통 주인공 피터의 귀여운 모습에 빨려 들게 하고, 책장을 덮을 때면 어느 새 피터가 된 독자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에즈러 잭 키츠의 《휘파람을 불어요》는 아이를 위해 책을 읽어 주다 보면 어른들이 더 재미있어 자꾸자꾸 보게 되는 책이다. 시간이 있다면, 아니 시간을 꼭 내어 아이와 함께 ‘휘파람을 불어요’ 놀이를 즐겨 보자. 값비싼 장난감보다 더 큰 행복을 아이에게 안겨다 줄 게 틀림없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에즈라 잭 키츠
1916년에 뉴욕 브룩클린의 빈민가에서 식당 급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키츠는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못하고 독학으로 화가의 꿈을 키워나갔다. 키츠에게는 도서관에 꽂혀 있는 책들이 유일한 선생이었다. 그는 1947년에 한 잡지사에서 일하게 되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첫발을 내디뎠다. 키츠는 1962년에 자신이 직접 쓰고 그린 《눈 오는 날》을 발표하여 그림책 계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다. 《눈 오는 날》은 흑인 꼬마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최초의 그림책이었고, 아이의 일상생활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였으며, 화법 역시도 혁신적인 것이었다. 키츠는 백인이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항상 흑인 꼬마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것은 그이가 인종 문제에 민감해서라기보다는 흑인 꼬마 주인공이 전형적인 서민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에 맞춤하기 때문이었다. 키츠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어린이책을 만드는 목적은 실재에서 환상까지 나의 모든 경험을 아이들과 나누기 위해서이다. 나는 그 아이가 누구든 자신을 중요한 존재로 느끼며,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모든 아이들을 사랑했던 일러스트레이션의 혁명가 에즈러 잭 키츠는 1983년에 세상을 떠났다.
옮긴이 : 김희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호주 시드니에서 호주 국립 번역, 통역사 1급 과정을 수료했다. 저작권 중개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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