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코끼리는 왜 이곳에 왔을까?
작가의 첫 그림책《빌린 책을 돌려주러 갑니다》가 나온 이후 5년 만에, 두 번째 그림책 《강 너머 숲에서 소리가 울려 옵니다》가 나왔습니다. 첫 책이 한 아이의 두려운 마음을 담은 그림책이라면, 두 번째 책은 어린 코끼리와 나누는 우정과 동경을 담은 책입니다. 첫 책의 자유롭고 강렬한 그림과 달리 아이와 코끼리의 여정을 사랑스럽고 환상 가득한 세계로 묘사한 이번 그림은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매력입니다. 그렇지만 두 그림책 모두 신비한 세계를 일상에 버무려 담은 상상이라는 점에는 큰 차이가 없지요. 이제 함께 책장을 넘겨볼까요?
비바람이 거세게 불어 옵니다. 며칠 동안 내리던 비가 그쳤습니다. 아이는 눈을 뜨자마자 밖으로 나가 보았지요. 덤불 속엔 어린 코끼리가 앉아 있었습니다. 웬일일까요? 지난 밤 비바람에 날려 여기까지 왔을까요? 어린 코끼리의 얼굴이 지친 듯 보입니다. 아이도 코끼리가 걱정되어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무얼 찾고 있는지, 길을 잃었는지, 같이 길을 찾으러 갈지를 말이지요. 이날부터 아이와 코끼리는 날마다 함께 지냅니다. 나무 열매도 따 먹고, 물놀이도 하고, 숲속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지요.
이제 아이와 코끼리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딴 세상의 커다란 생명과 친구가 되는 기분은 어떨까요? 아이도 그 기분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코끼리 눈동자는 노랗고 속눈썹은 길었습니다.?이마는 톡 튀어나왔지요. 걸을 때는 조용히 사뿐사뿐 걸었어요. 아이는 코끼리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었습니다.”
나와 모습이 전혀 다른 친구가 내 곁에 있다는 건,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입니다.
코끼리가 아이와 함께 다다른 그곳은?
어느 날, 코끼리는 아이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로 아이를 데려갑니다. 언제나 같이 놀던 커다란 나무를 지나 성큼성큼 걸어갑니다. 무슨 일일까요? 왜 코끼리는 갑자기 아이를 데리고 떠나는 것일까요? 코끼리는 건너편 숲속으로 가고 있습니다.
“기이잉 부르르르 베에에이 베에에이”
숲속에서 신비한 소리가 들립니다. 아이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입니다. 코끼리는 그 소리가 나는 곳으로 빠르게 걸었습니다. 숲속으로 들어갈수록 소리는 더 많이 더 자주 울렸습니다. 강도 건넜습니다. 여러 다른 풀과 나무들이 자라는 숲도 지나쳤습니다.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게 지나쳐온 숲에서는 아직도 신비한 소리가 들립니다. 마침내 이 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강가에 나온 코끼리들이 어린 코끼리를 맞이했습니다. 앞발을 구르고, 코를 흔들고, 귀를 펄럭였습니다. 소리가 땅 밑을 지나고 풀잎을 두드렸습니다.”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겠지요? 어린 코끼리는 코끼리 무리의 소리를 듣고 무작정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던 것이죠. 코끼리한테는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제 아이한테 문제가 생기고 맙니다. 코끼리들은 어린 코끼리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떠날 테니까요.
“나도 너와 같은 소리로 인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우리는 처음 만날 때 언젠가 헤어진다는 사실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우연히 만났지만, 영원히 함께할 줄 알았던 코끼리는 이제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코끼리와 헤어지고 싶지 않지요. 그래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나도 너와 같은 소리로 인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너무나도 깊은 말입니다. 사람의 소리와 코끼리의 소리는 전혀 다른데, 아이는 코끼리의 소리가 되겠다고 말합니다. ‘기이이잉 부르르르 베에에이 베에에이’ 같은 소리가 되겠다는 말, 이 말 속에는 코끼리가 되어 함께 떠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간절함이 숨어 있습니다.
아이는 코끼리와 헤어진 뒤에도 날마다 코끼리가 떠난 숲속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비록 코끼리는 떠났지만, 코끼리가 아이에게 남겨준 것은 많습니다. 함께한 시간, 장소, 마음. 그것만으로도 아이는 아주 오랫동안 어린 코끼리를 기억할 것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한다면, 코끼리만이 낼 수 있는 소리. 그 소리를 아이는 가졌습니다. 아이는 다른 건 잊어도 이 소리만큼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테니까요.
작가 소개
기억에 남는 이미지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확장해 나가는 방법으로 그림책을 짓고 있습니다. 처음엔 우스워 보이다가도 차츰 그릴 것들이 보이고 이야기가 생각날 때면 늘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을 공부하고 2012년부터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은 그림책으로는 《빌린 책을 돌려주러 갑니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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