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신동엽 작 오페레타 <석가탑> 필경등사본 최초 소개! 신동엽 50주기 맞아
신동엽 최후 작품 오페레타 대본, 불교적 상상력 위에 남북통일 염원 담아!
신동엽은 그동안 ‘껍데기는 가라’ 서사시 ‘금강’ 등을 통해 참여 저항 시인으로 주로 기억되어 왔다. 그러나 신동엽은 ‘내 마음 끝까지’라는 라디오방송 대본도 창작하였고, 특히 신동엽이 명성여고 교사로 재직하던 당시 학생들과 함께 공연하기 위해 집필한 <석가탑: 멀고 먼 바람소리> 대본의 원본이 새롭게 발굴되었다. 이것은 이미 소개된 활자본(<신동엽전집> 수록)과 몇 대목에서 차이를 보이는 바,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 ‘명성여고 공연본’이 최종본이라 고증된다.
“「석가탑」은 신라 헌강왕 때 불국사를 증축하면서 백제 부여에서 불러온 아사달이 다보탑과 석가탑을 세우는 과정의 서사를” “연극과 음악을 결합시킨 오페레타” “다시 말해 익살 및 과장된 몸짓과 춤을 활용한 민중극의 성격”으로 표현했다. <석가탑>은 아사달과 아사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기본 모티프로 한다. “아사달을 짝사랑하는 수리공주가 등장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을 가르지 못한다.” “아사달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못에 빠져 목숨을 잃은 아사녀의 모습이나, 살아 있는 동안 아사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돌에 새기려는 아사달의 모습은 극진한 사랑의 본보기이다. 신동엽 시인에게 그 사랑은 “이승을 담아 버린/그리고 이승을 뚫어 버린/오, 인간 정신 미(美)의/지고(至高)한 빛”(「빛나는 눈동자」)이다. (맹문재, 신동엽의 「석가탑」에 수록된 가사 고찰, 본서 135쪽)
신동엽은 이 대본을 1967년 집필 완료하고 백병동 선생이 작곡에 착수하여 1968년 문오장 연출로 명성여고 학생 18명이 출연하였으며, 공군교향악단이 협연하고, 무용수 8명이 별도로 참여하였다. 신동엽의 <석가탑>은 작품 면에서 흔히 현진건의 소설 <무영탑>과 비교된다. 신동엽의 <석가탑>은 이런 점에서 공연을 위한 대본으로서의 기능과 설화 ? 소설 - (오페레타) 공연으로 이어지는 문학-예술의 전승과 계승과 창조 작업의 긴장을 살펴보는 계기도 된다.
즉 신동엽의 <석가탑>은 “백제 석공 부부의 비극적인 이야기와 관련한 ‘무영탑(無影塔)’으로서의 석가탑 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이것은 석가탑 설화가 여러 변용을 거치면서 전승되는 가운데, 현진건의 근대소설 <무영탑>의 서사를 상당 부분 차용한 것으로 파악한다. 이로써, 자칫 ‘부처님 오신 날’의 ‘학생공연’으로 그칠 법한 이 대본의 의의가 문학적으로 승화된다. 이것은 이 대본집 말미에 부록된 연구 논문 두 편에서 깊이 있게 다룬다.
신동엽은 희극-지향의 극형식에 무용과 대사가 더 많은 오페레타 대본을 통해 공연 당시의 환경을 고려하면서도 시극으로서의 특성도 살리고자 하였다. 특히 현재 널리 보급된 <신동엽전집>(창비)에 수록된 <석가탑> 대본은 실제 공연본인 이 등사본의 대본과 여러 군데에서 차이가 있는바, 이는 최초본(전집-창비-수록)에서 최종본(등사본-공연본)에 이르는 사이, 실제 공연 환경과 실정에 맞는 수정이 가미되고, 신동엽의 창작자로서의 고뇌와 공연의 현장성이 잘 드러난다.
비극적 주인공 아사달과 아사녀는 죽음이 갈라놓을지라도 우리는 함께 있음을 노래한다. “우리들은 헤어진 게 아녜요 / 우리들은 나뉘인 게 아녜요 / 우리들은 딴 세상 본 게 아녜요 / 우리들은 한 우주 한 천지 한 바람 속에 / 같은 시간 먹으며 영원을 살아요 / 잠시 눈 깜박 사이 모습은 다르지만 / 나중은 같은 공간 속에 살아요.” 신동엽학회장 정우영은 이 노래가 우리 민족이 분단되어 있으나, 헤어질 수 없고, 만나서 살아갈 것이며, 살아서 만날 것임을 예언하는 노래라고 본다. 거기에 더하여, 나(인간)과 우주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하나라는 개벽파의 시선도 이 안에서 엿볼 수 있다.
이 책-대본을 발굴하고 그 의의를 조명한 이대성은 신동엽 50주기를 기념하여 이 대본을 책으로 엮고, 아울러 51년 전 그날처럼 명성여고(현 동대부속여고) 학생들이 출연한 오페레타 <석가탑>을 입체낭독극으로 기획하여 오는 9월 6, 7일 여행자극장에서 선보인다.
작가 소개
신동엽
1959년 조선일보 신춘현상문예에 장시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가 가작으로 입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이듬해 7월, 교육평론사에 근무하며 4.19혁명에 참여한 학생들의 시를 엮어 『학생혁명시집』을 펴낸다. 여기에 「아사녀(阿斯女)」라는 시를 싣는다. 그 후 1963년 시집 『아사녀』, 1966년 시극 「그 입술에 파인 그늘」, 1967년 서사시 「금강」, 라디오 방송대본 「내 마음 끝까지」 등을 발표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활동을 계속한다. 1961년부터 8년간 명성여고에서 교사생활을 하면서 문예반 및 교지 『성원(星苑)』을 지도했으며, 1968년에는 백병동 작곡가와 함께 학생들을 위한 오페레타 <석가탑>을 상연한다. 오페라 <아사녀>, 서사시 「임진강」 등을 구상했으나 1969년 4월 7일, 간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완성하지 못한다.
목 차
오페레타 「석가탑」 _ 신동엽
제2부 작품 해석
신동엽의 <석가탑>과 현진건의 『무영탑』 비교 연구 _ 이대성
「석가탑」의 두 판본과 등사본의 의의 _ 김지윤
신동엽의 「석가탑」에 수록된 가사 고찰 _ 맹문재
제3부 공연 정보 및 악보
『“오페렛타” 석가탑』 팸플릿 및 공연 사진 _ 명성여자고등학교
작곡가 백병동의 육필 악보 _ 백병동
<새 성인 나시네>의 악보 _ 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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