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별과 이별하기 위한 이별여행이었다.
나는 바보처럼 이별을 미련하게 견디려고만 했다. 참고 견디면 된다는 말을 믿고, 아픔의 감정을 어른이 되는 과정 쯤으로 치부하였다. 하지만 아픔의 감정이 모든 것을 망치고 나서야 알았다. 이별을 이대로 내버려 두는 건 거짓말이나 침묵 같은 분명한 비겁함이라는 사실을. 더는 이별 앞에 비겁해지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를 망가트린 모든 이별을 가슴에 담아 안고 스페인으로 떠났다. 이별과 이별하기 위한 이별 여행이었다.
어쩌면 당신께.
어딘가에서 서성이는 당신께.
말 한마디 건네지도 못하고 이별한 당신께.
삼키지도 못하는 이별을 한아름 머금고 담담히 일상을 살아가는 당신께.
이별의 아픔을 누구나 겪는, 어른이 되는 과정쯤으로 치부하는 당신께.
당신의 얼굴에서 당신이 알던 당신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 당신께.
어쩌면 당신께 이 책이 작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우연이라고 하기엔
모두의 거절을 안고 찾아온 콜롬버스. 현실과 이상을 오가면 자신을 찾아 떠난 돈키호테. 이별의 아픔을 안고 떠나온 타레가. 일상을 벗어 던지고 기차에 오른 그레고리우스. 저마다의 깨달음을 찾고자 떠난 산티아고의 순례자들. 찾아, 떠나 이곳에 모인 이들은 어쩜 신의 계획안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세상의 끝’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로 모여 있기에 나는 이곳에 와 내게 다가온 것들을 적었다.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이별여행
작가 소개
일상을 기록하는 작가 겸 출판인이다. 수원에서 서울 상암동까지 대중교통으로 출근하고 퇴근한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에 4분의 1을 대중교통에서 지내다 보니, 친구들 사이에선 ‘시간탕진자’로 불린다. 소중한 시간을 길에서 낭비하는 게 아니냐는 지인들의 핀잔 섞인 걱정을 자주 듣지만, 그 걱정 때문인지 집과 회사를 오가는 기차나 버스에서 주로 글을 쓴다.
2년간의 퇴고를 거쳐 자신의 첫 산문집 ‘이별여행’ 출판하였다. 자신의 글을 늘 부족하게 여긴다. 그래서 글을 읽어주는 이들에게 항상 감사함과 미안함을 느낀다.
목 차
사라지다 27
발그레 33
비행 36
두통과 이별 47
사탕 54
미완성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57
플라타너스 61
헤매다 63
울고 싶었다 70
너무나도 어두운 밤 77
이어진다 83
여행의 목적 85
하고 싶지 않아 97
아직 100
묻어 105
Gracias 107
투우 115
미술관의 밤 129
봄과 여름 사이 137
이별의 유행어 145
알함브라 궁정의 추억 (낮) 147
다시 만난다면 153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밤) 157
당신이 있던 그곳엔 169
어쩜 이곳에 모인 이들은 173
리스본행 야간 버스 175
되돌아가는 길 앞에 서서 179
403번 완행버스 187
긴 여행의 시작 195
다시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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