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낯선 세상으로 떠나는 삼천 리 대장정
마음을 열고 세상을 넓게 보라!
이름 있는 양반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관직에는 통 관심 없는 괴짜 선비, 연암 박지원.
1780년 여름, 그에게 찾아온 뜻밖의 행운!
청 황제의 생일을 축하하는 사신단에 끼어 청나라로 간다는구나!
세계 대제국이었던 청나라를 오랑캐라며 무시한 다른 조선 선비들과 달리
연암은 눈부시게 발전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청나라에서 보고 배운 것들로 어떻게 하면 백성들의 삶을 나아지게 할지 고민했어.
그렇게 길 위에서 보고 듣고 느낀 깨달음을 기록한 글이
조선 최고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열하일기》야.
조선 최고 베스트셀러
유머와 해학, 여유로 가득 찬《열하일기》
흔히 고전은 의미는 있지만 재미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말해 주는 작품이 있다. 바로 250여 년 전 청나라 수도 연경(오늘날 베이징)으로 가는 사행단을 따라가 그 여정을 기록한 연암 박지원의《열하일기》이다. 연암은 청나라 어느 마을 가게에서 발견한 이야기를 베끼며 이렇게 말한다.
“고향에 돌아가 읽는 이의 허리가 꺾이도록 웃게 할 작정이다. 너무 크게 웃어서 밥을 먹다가 입속 밥알이 벌처럼 튀어나오고, 아무리 튼튼한 갓끈이더라도 썩은 새끼줄처럼 특 끊어질 것이다.”
그의 바람대로 《열하일기》는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제대로 출간되기도 전에 너나없이 베끼고 돌려 읽어 조선 후기 전국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을 풀어 쓴 저자 손주현 역시 고전을 엄숙하게 읽기보다는《열하일기》라는 작품을 통해 어린이들이 무엇보다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말하는 바를 더 확실하고 풍부하게 느끼도록 하는 박지원의 글솜씨, 뼈대 깊은 가문의 정통 선비임에도 털털하고 솔직하며 유머를 잃지 않는 연암의 인간적인 모습 등이 생생히 전달된다. 나아가 《열하일기》만으로는 알 수 없는 시대적 상황과 역사적 사실들을 책에 녹여, 250여 년 전 연암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가 보리!
만리장성을 지나 열하까지, 목숨을 건 대담한 여행
청나라 건륭제 7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사행단에 참가한 연암 박지원은 한양을 출발해 드디어 청나라 땅을 밟는다. 장마철 무더위, 갑자기 내리는 비, 목숨을 담보로 건너야 하는 강 등 곳곳에 위험과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압록강에서 연경까지 1,0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달려와 겨우 목적지인 연경에 도착한다.
그러나 연경에 도착하는 것으로 여정이 끝났다면 《열하일기》라는 책도 당연히 탄생하지 못했을 터! 연경에 와 보니 청나라 황제가 자리를 비웠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청 황제는 관리를 보내 정해진 날짜에 반드시 도착해야 한다고 재촉하고, 다시 시간 싸움이 시작된다. 사행단은 장마철에 차오른 비를 뚫고, 밤을 새워 가며 달리고 또 달려 마침내 열하에 도착한다.
이 책은 모험에 가까운 이 긴 여정 내내, 독자들로 하여금 함께 여행하고 이동하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구성되었다. 매 장마다 점차 열하로 가까워지는 이동 경로와 함께 각 목적지를 가까이서 들여다본 그림 지도가 펼쳐진다. 여기에 연암의 생각과 주요 장면을 날카롭게 포착해 낸《초정리 편지》의 화가, 홍선주의 정곡을 찌르는 그림이 어우러져 가뜩이나 흥미진진한 내용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력과
오늘날 10대에게 전하는 연암의 메시지
세상을 더 넓게 보라!
이 책에서는 크게 연암의 두 가지 면모를 볼 수 있다. ‘털털하고 친근하며 때론 어리숙한 구석도 있는 연암’와 ‘날카로운 시각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이 책이 쓰일 당시, 조선은 세계 대제국이었던 청나라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오직 명나라만이 세상의 중심이고 최고 문명국가라고 여겼다. 함께 사행단으로 간 다른 선비들이 청나라 것은 일단 오랑캐 것이라고 무시하며, 덮어 놓고 보고 들으려도 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연암은 청나라의 선진 문물과 제도, 기술 등을 자세히 소개하며 어떻게 하면 조선 백성들의 삶이 나아지게 할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고정관념 없이 열린 마음으로 넓은 세상을 보고 배우려 했던 연암. 여정 내내 청나라의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무엇을 배울까 눈을 굴리는 연암의 모습이 절로 떠오르게 한다.
한편, 《열하일기》에서 연암이 던진 물음들은 현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암은 조선에 잘못 알려진 ‘안시성’의 위치를 바로잡으며 한반도를 넘어, 멀리 요동 지방까지 우리 조상들의 무대가 되었던 역사적 사실을 전한다. 오늘날 중국이 고구려 유물과 유적이 있는 곳을 자기네 땅이라고 해서 고구려 역사마저 중국에 포함시키려 하는 ‘동북공정’에 대한 반박 자료가 250여 년,《열하일기》에 생생히 살아 있는 것이다. 한편, 인간이 문명을 일으키면서 자연과 동물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 비판하거나 동물을 기를 때 인간을 대접하듯 해야 한다는 주장을 통해, 신분이 엄격했던 시대임에도 동물의 권리를 생각할 만큼 연암이 얼마나 앞서 나간 사람이었는지 엿볼 수 있다.
세심하게 뽑아낸 원문과 친절한 해설
〈처음 만나는 고전〉 시리즈
책과함께어린이의 〈처음 만나는 고전〉 시리즈는 내용 전체를 어린이용으로 각색하는 대신, 원문을 세심히 가려 내 실었다. 그럼으로써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글맛을 느껴 고전을 읽는 새로운 재미를 느끼도록 했다. 《괴짜 선비 연암이 보여 주는 진짜 여행 열하일기》는《이순신의 마음속 기록 난중일기》, 《독립을 향한 열정의 기록 백범일지》에 이어 세 번째 권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손주현
대학에서 국어교육학을, 대학원에서 미학을 배웠습니다. 덕분에 고전 작품을 만날 기회가 많았지요. 이제 이 분야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열하일기》를 소개할 수 있어 참 즐겁습니다. 수많은 고전 중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잡은 작품을 만나기란 흔치 않기 때문이지요. 아주 오래전 한 선비의 여행기가 주는 유쾌함을 다른 이들도 함께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요리 조리 세계사》, 《김원봉과 의열단 독립운동》, 《백제의 신검 칠지도》, 《조선 과학수사관 장선비》, 《동물원에서 만난 세계사》, 《경국대전을 펼쳐라!》, 《이제부터 세금은 쌀로 내도록 하라》(공저) 등을 썼습니다.
그린이 : 홍선주
지도를 펴 놓고 연암의 자취를 따라 그림을 그리다 보니, 생각지 못했던 곳들의 거리와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연암은 무척이나 개방적이고 수다스러운 분이라 생각하며 웃다 보면,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겠는가?” 하는 그의 목소리가 불쑥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나랑 같이 밥 먹을래?》, 《흰산 도로랑》, 《7월 32일의 아이》, 《초정리 편지》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 차
괴짜 선비 연암과 함께하는 유쾌한 여행 4
나오는 사람들 10
무악재에서 채비하다 12
(도강록) 압록강을 건너 청나라로
출국장 풍경 21
변방의 작은 마을이 이토록 번화하다니 26
벌판에서 우리 조상의 향기가 29
중국식 온돌이 필요해 32
관우를 모시는 사당에 서서 34
끝없는 벌판이 나를 울리네 37
(성경잡지) 성경에서 기록한 이런저런 이야기
모두가 무시해도 내 눈에는 엄지 척 45
따뜻한 사람들의 환대 48
망신 대 망신, 쥐구멍은 어디? 52
참외와 청심환 55
우리 조상의 흔적과 초상집 풍경 58
(일신수필) 농경과 유목의 경계, 산해관
나는 삼류 선비로소이다 67
수레가 있었다면 70
여행객이면 겪는 일 73
영원성은 영원하지 않았다 76
털모자와 은 78
천하제일관, 문명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경계 80
(관내정사) 관내를 둘러보고 난 이야기
좋은 대접만 바라다니 87
고사리를 먹어야 하는 곳 89
반갑지만 먼 고향 사람들 93
연경을 코앞에 두고 95
드디어 황제를 보려나 98
(막북행정록) 사막 북쪽 여행기
목적지가 바뀌다니 111
뜨거운 물이 흐르는 곳, 열하를 향해 115
깊은 밤 고북구를 나서다 118
하룻밤에 강을 아홉 번 건너다 121
(태학유관록) 태학관에 머물며
중국인 친구를 사귀다 133
판첸 라마, 조선 선비의 딜레마 138
조선이 놓치고 있는 또 하나, 말 키우기 143
생전 처음 본 코끼리가 세상의 이치를 알려 주다 145
(환연도중록) 연경으로 돌아오는 길
돌아가는 길에 새로 닦는 길을 보며 153
만 리에 걸쳐 쌓은 성 155
오미자 몇 알로 얻은 깨달음 158
낙타, 다시 솟는 동물 사랑 161
연경에 머물며
가장 가고 싶던 곳은 유리창 171
연경의 황금대 174
눈에 담고, 필담지에 담아 돌아오다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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