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하루라도 천경자의 기사가 나지 않는 날이 없다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열렬하게 자기 삶을 사랑한 이유로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 예술가. ‘자기 앞을 가로막는 불행부터 사랑해야 했던’ 화가.
그는 일제시대에 동경유학을 떠났던 당시에 보기 드문 여성이었으며, 20대에 뱀에 매료되어 뱀 그림으로 세간에 처음 알려졌다.
한편으로 그는, 불행한 결혼과 만남으로 일찍이 노모를 모시고 살았던 가장이자, 아이 넷을 키우며 생계를 책임졌던 워킹맘이다.
다시 화가인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해외여행마저 드물던 1969년에 남태평양으로 홀로 스케치여행을 떠난 한국여성화가이며, 수묵화 일색이었던 당대 한국화단에서 유화 기법을 전통적인 채색 화법에 적용시켜 천경자식 채색화법을 만든 독보적인 예술가이다.
예술가 천경자와 인간 천경자의 모습은 그의 작품 세계에 큰 줄기를 이룬다. 예술가 천경자는 스케치 여행을 통해 다양한 인물과 풍경을 묘사하면서 동시에 여성 천경자의 삶은 자화상에 담았다.
삶과 예술, 그 어느 것도 놓치지 않았던 천경자. 삶과 예술을 분리하지 않았던 천경자는 요즘 셀러브리티들이 일과 삶을 분리하지 않음으로써 사랑을 받는 모습과도 닮았다.
이렇게 시대를 앞서간 여성은 사는 동안에도, 그 이후에도 드라마틱한 요소들만이 강조되어 남겨진다. 천경자 역시 그러하다. 사는 동안에는 글과 인터뷰를 통해 남긴 남다른 가족사가, 그 이후에는 ‘미인도 위작 사건’으로 단 하루도 천경자의 기사가 나지 않는 날이 없다.
● 천경자를 천경자이게 하는 것은 가장 평범한 일상 이야기이다
이 책은 1979년부터 천경자 작가가 뉴욕으로 이주하기 전인 1998년까지 20여년의 시간을 함께한 천경자의 첫째 며느리가 쓴 것이다. 그는 천경자의 삶 가장 안쪽에 있었던 사람의 관점에서 천경자를 묘사하고 있다.
예술과 삶을 분리하지 않았던 천경자를 시어머니로 두었기에, 예술적 관점이 아닌 삶의 관점에서 천경자를 이야기한다 해도, 예술가 천경자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천경자 작가는 그간 예술 전문가들의 시각에서 묘사되어 왔다. 물론 작가 스스로가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밝여왔기에 우리는 그의 예술과 삶, 두 가지를 모두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미인도 위작 사건’을 둘러싸고 예술 전문가들과 작가 천경자가 벌인 팽팽한 줄다리기가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이제는 그 둘다 더 이상 ‘천경자’를 논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천경자는 사후 미술사학자들에 의해 재조명받고 있다. 이 책에 해설을 보탠 미술사학자 이주은의 말대로, 살아 생전 천경자를 평가해온 것은 학계가 아니었다. 학자들의 연구와 일반인들의 애정이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여성 예술가를 씁쓸한 위작 사건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 일은 작가에 관련된 드라마틱한 사건이 아니라 가장 보통의 이야기를 수집하여 알리는 것이다. 천경자 작가와 일상적인 시간을 보냈던 사람의 이야기를 말이다.
● 천경자 작가의 대표작 65점을 골라 고화질 도판으로 실었다
이 책에 제작년도순으로 정리해넣은 드로잉과 그림 65점은, 오랜만에 천경자 작가의 작품을 접할 독자들을 위해 작가의 대표작들만을 추려 고화질 스캔과 보정작업을 거쳐 실은 것이다.
● 천 경 자(1924~2015)
1924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고, 일본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를 졸업했다. 재학 시절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조부〉, 〈노부〉를 출품해 연속 입선하면서 일찍이 화가로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특히 1952년 뱀 그림 〈생태〉를 발표하여 화제를 모았다.
전통적인 동양화 기법을 벗어나 문학적, 설화적 면을 강조해 여인의 한과 꿈·고독을 환상적인 색채의 화풍으로 구사했다. 특히 세계일주를 하면서 제작한 여행풍물화는 천경자만의 그림 에세이라는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1955년 〈정靜〉으로 대한미술협회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은관문화훈장, 예술원상, 3·1문화상, 서울시 문화상, 5월문예상 본상 등을 수상했다.
1954년부터 20년간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예술원 회원, 국전운영위원, 미술대전운영위원 등을 지냈다.
1998년 소장하고 있던 전 작품을 서울특별시에 기증하여 서울시립미술관 ‘천경자실’에 상설 전시되어 있다.
작가 소개
천경자 작가의 첫째 며느리로 1979년부터 천경자 작가가 뉴욕으로 이주하기 전인 1998년까지 함께 했다. 지은이는 이 책에 천경자 작가와의 일상을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의 생활상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작가의 가족, 특히 혈연이 아닌 며느리의 시각으로 예술가이면서 동시에 시어머니인 천경자의 일상이 새롭게 기록되었다는 데에 이 책의 의의가 있다.
또한 이 책은 지은이가 오랫동안 꼼꼼하게 기록한 가계부를 바탕으로 했기에, 서울의 중심지가 강북권에서 강남권으로 이동하던 때인 80년대 서울의 모습을 함께 접할 수 있다.지은이는 시어머니 천경자와 보낸 시간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한국에서 독보적인 예술가였던 천경자를 기리고자 이 책을 썼다.
목 차
시작하며 환상여행
1장 서교동 하얀집
결혼
서교동 하얀집
시어머니 천경자
여자들만 있는 집
어머니의 문인 친구
긴장
어머니의 하루 일과
박운아 할머니
어머니의 스케치 여행
폭풍의 언덕
어머니의 작업실
천경자 며느리
모델
분가와 출산
이사
2장 압구정동에서의 두 집 살림
압구정동
압구정동 사람들
별일 아닌 일
반지
어머니의 일상
이런 사랑
어머니라는 사람
운명
할머니 없는 일상
천경자 에세이_에어포트 인생
3장 어머니와 보낸 마지막 시간
이사하는 날
어머니와 딸
안개를 걷어낸 전시회
칠십대의 화가
부고
마치며 미완의 환상여행
에필로그 가계부와 가족 앨범의 기억
해설_이토록 예술적인 삶: 이주은(미술사학자)
천경자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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