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일본의 안데르센 상이라 불리는 히로스케 동화상 수상 작가 도다 가즈요의 그림책 『톡톡톡 비 오는 소리』가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되었다. 비 오는 날 풀 죽은 어린이의 마음을 포착해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사랑스러운 이야기다.
모험을 떠나 내적 갈등을 해소하고 집으로 돌아와 한 걸음 성장한다는 아동문학의 전통적인 서사 양식에 충실해 어린이 독자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안겨 주면서도, 날씨를 통해 주인공의 감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에서는 작가만의 개성이 드러난다.
볼로냐 국제 그림책 원화전에서 입선한 화가 오카다 치아키의 섬세한 그림은 빗소리가 귓가에 들릴 듯, 비 오는 날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생생하게 그려 낸다.
우리끼리 떠나는 설렘 가득한 첫 모험
이슬이는 비 오는 날이면 친구도 놀러 오지 않고, 밖에 나갈 수도 없어 심심하다. 엄마의 관심은 이슬이보다 더 어린 동생에게 쏠려 공연히 심술이 난다. 이슬이의 속마음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은 돼지 인형 꿀꿀이뿐이다. 그때 창밖에서 처음 듣는 소리가 들려온다. “톡톡톡 비 오는 소리…… 개굴.” 깜짝 놀란 이슬이에게 개구리 군은 비 오는 날이면 숲속에서 멋진 파티가 열린다며 이슬이를 집으로 초대한다. 뜻밖의 초대에 고양이 미미도, 장난감 상자 속에 있던 인형 친구들도 깨어나 이슬이를 따라나선다.
빗소리와 비 내음까지 오감으로 느끼는 공감각적 독서 경험
“아기가 깨지 않게 조용히, 조용히…….” 개구리 군의 초대는 엄마도, 동생도 모르는 이슬이만의 비밀이다. 살금살금 문을 여는 이슬이의 몸짓에서 설렘이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래서다. “톡톡톡 비 오는 소리. 즐겁고 즐거운 비 오는 소리!” 신이 난 이슬이가 개구리 군의 노래를 따라 부르자 고양이 미미도, 인형 친구들도 덩달아 우산을 들썩거린다. 친구들의 동행 덕분에 이슬이는 처음 제힘으로 문을 열고 일상의 공간을 벗어나는 것이 두렵지 않다. 개구리 군의 안내로 도착한 숲속에서는 달팽이와 꽃잎 친구들이 아름다운 춤과 연주로 이슬이를 반긴다. 맛있는 도넛과 케이크가 놓인 파티는 특별한 손님을 맞는 환대의 다름 아니다.
“톡톡톡 비 오는 소리”라는 반복되는 노랫소리는 빗소리를 연상케 하며, 숲속을 무대로 펼쳐지는 파티 장면에서는 비 오는 날의 짙은 풀 내음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오카다 치아키는 비 오는 날의 투명한 정경은 물론, 비 갠 후의 눈부신 햇살까지도 고스란히 재현한다.
비 오는 날이 기다려지는 마법 같은 그림책
파티를 마치고 숲에서 나오자 기분 좋은 바람이 살랑 불어온다. 비가 갠 길섶에는 풀과 꽃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짧은 모험은 끝이 났지만, 이슬이는 실망하지 않는다. 톡톡톡 빗방울이 하나둘 이어지듯, 새로운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슬이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첫 장면과 달리, 책의 마지막 장면은 이슬이의 뒷모습으로 끝난다. 작가는 작은 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이슬이의 얼굴을 짐짓 숨겨 두었지만, 이 책을 읽은 어린이 독자라면 이슬이의 표정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누구라도 비 오는 날의 외출이 기다려진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도다 가즈요
도쿄에서 태어났습니다. 『없어 없어 고양이가 잃어버린 것』으로 일본아동문예가협회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여우의 전화박스』로 제8회 히로스케 동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린이 : 오카다 치아키
오사카에서 태어났습니다. 2010년 볼로냐 국제 그림책 원화전에 입선했습니다. 『엄마가 오는 길』 『이제 곧 이제 곧』 『아직은 작은 나』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옮긴이 : 이기웅
제주에서 태어나 출판 편집자로 일하며 다양한 일본소설을 소개하다가 번역도 하고 있다. 하세 세이슈의 《불야성》, 《진혼가》, 《장한가》, 혼다 다카요시의 《모먼트》, 《파인 데이즈》, 《체인 포이즌》, 사사키 조의 《제복수사》, 《폭설권》, 《폐허에 바라다》, 노리즈키 린타로의 《요리코를 위해》, 《1의 비극》, 누쿠이 도쿠로의 《통곡》, 《우행록》, 《후회와 진실의 빛》, 유메바쿠라 바쿠의 《신들의 봉우리》, 히구치 유스케의 《나와 우리의 여름》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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