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게임 속 캐릭터들이 펼치는 기발한 이야기
그림책 《레벨 업》은 온라인 게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사 캐릭터들의 이야기입니다. 온라인 게임에 접속해 박진감 넘치는 모험의 주인공이 되어 본 사람, 레벨을 올리고 멋진 아이템을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노력해 본 사람, 게임 속에서 다른 상대를 만나 끝장 결투를 벌이거나 혹은 서로 도우며 진한 우정을 나눠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이야기로 가득하지요.
게임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한 경험이 있는 그리스 어린이책 작가 안토니스 파파테오둘루가 글을 썼으며, IBBY(국제아동청소년협의회) 수상 경력이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아이리스 사마르치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우리말로 옮겨 소개한 이는 한때 프로게이머로 활동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고경훈입니다. 안토니스 파파테오둘루 작가는 《그 다리 아니야, 빌리!》라는 그림책으로 국내 독자에게 소개된 바 있습니다.
레벨 99와 레벨 1이 싸우는 게 과연 공평할까?
‘슈퍼레전드최강전사민준’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주인공은 험난한 여정을 거쳐 99레벨이 되었습니다. 알몸으로 어둠의 숲을 지나 검과 갑옷을 찾고, 두려움을 이기며 용의 불길을 뚫고 높은 탑에 올라 멋진 방패까지 얻었지요. 어려운 미션도 침착하게 달성하여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황금 레이저 활과 전투 모자를 손에 넣었으며, 마침내 99레벨이 되었을 때는 하늘을 나는 로켓 신발까지 장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100레벨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다른 전사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합니다. 게임 캐릭터 ‘슈퍼레전드최강전사민준’의 생애 첫 결투가 막 시작되려고 합니다.
앗, 그런데 그의 앞에 나타난 상대 ‘메가파이터대마왕수홍’은 검도 갑옷도 없는 레벨 1의 초짜입니다. ‘어마어마한 무기와 아이템으로 무장한 레벨 99의 전사가 알몸의 꼬맹이와 싸운다면 비겁한 일 아닐까?’ 이 책의 주인공은 초짜 상대를 가볍게 싸워 이기는 대신 마음속에 떠오른 물음과 마주합니다. 그리고 새로 만난 상대가 검과 갑옷과 방패와 활을 얻을 수 있도록 자신이 헤쳐 온 여정으로 안내하지요. 둘의 결투는 서로 공평한 상대가 된 뒤에 다시 하기로 약속하고 말이에요. 낯선 길은 앞장서 주고, 어려운 문제는 힌트를 줍니다. 용기를 북돋워 주기도 하고 뒤를 든든하게 지켜 주기도 해요. 혼자였을 때 험난했던 그 길은 둘에게 영광으로 가득한 승리의 길이 됩니다.
드디어 똑같이 완벽한 아이템을 장착한 99레벨의 모습으로 마주한 두 캐릭터는 결투를 벌이려고 하지만…… 이미 경쟁보다 달콤한 협력의 맛을 알아 버린 뒤였지요. 둘은 상대방을 적으로 여길 때보다 친구로 여길 때 훨씬 재미가 있다는 걸 깨닫고 결투를 포기합니다. 그렇다면 싸우지 않아도 ‘레벨 업’을 할 수 있을까요? 작가는 독자들에게 ‘그건 해 봐야 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게임 종료’를 선언하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기지 않더라도 결말은 쉽게 짐작할 수 있지요.
나랑 함께 가자, 내가 도와줄게, 네 뒤엔 내가 있잖아
게임을 하고 있는 민준과 수홍은 책에 끝까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분신 슈퍼레전드최강전사와 메가파이터대마왕이 용감한 전투를 벌이고, 험난한 임무를 달성하며 대활약을 펼칠 뿐이지요. 게임 속의 캐릭터는 현실과는 달리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 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게임 속의 상황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목표에 오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경쟁해야 하는 모습은 어린이 독자들이 바라보는 주변의 현실과 비슷할 거예요. 꿈에도 그리던 100레벨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쟁’ 대신 ‘협력’을 택한 등장인물들의 모험담은 우리가 잊고 있던 가치를 되새겨 줍니다. 적을 친구로 만들어 버리고, “나랑 함께 가자.” “내가 도와줄게.” “네 뒤엔 내가 있잖아.”라는 말을 자유롭게 쓸 줄 아는 민준은 아마도 어른이 아니라 어린이 유저일 거라고 자연스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레벨 업》은 ‘로딩 중’으로 시작해 ‘게임 종료’로 끝나는 그야말로 게임 속 이야기입니다. 오늘도 랜선 대모험을 펼치고 있는 수많은 게이머들에게, 게임에 빠진 아이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부모님들에게, ‘나랑 함께 가자’라는 평범한 말을 잊고 사는 우리 모두에게 권할 만한 그림책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안토니스 파파테오둘루
지질학과 철학,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게임 및 교육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카피라이터 등 여러 직업을 거쳐 어린이책 작가가 되었습니다. 지은 책으로 《그 다리 아니야, 빌리!》 《마지막 카드》 《이다음에 어른이 되면》 《전쟁을 몰아낸 도시》 등이 있습니다.
그린이 : 아이리스 사마르치
그래픽 미술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IBBY(국제아동청소년협의회) 그리스 도서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그린 책으로 《못된 녀석》 등이 있습니다.
옮긴이 : 고경훈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게이머로 활동했습니다.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연대기’ 시리즈, 《오버워치 아트북》 《하스스톤 아트북》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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