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맛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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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최상희
출판사항해변에서랄랄라, 발행일:2019/11/17
형태사항p.243 46판:19
매장위치취미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95592395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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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오직 떠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떠난다.
우선은 아침을 든든히 먹고.

여행지의 조식이 여행의 1순위는 아닐지라도, 여행을 즐겁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꼽는 ‘조식 신봉자’이며 사소한 것에 감동하고 작은 것에 집착하는 편인 저자의 집요한 조식의 기록이자 이상하게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행기.
유럽의 여러 도시를 거쳐 인도, 남미 등의 머나먼 여행을 떠나 작고 사소한 풍경에 눈과 마음을 오래 둔 저자는 어딘가의 그곳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치 전설, 혹은 꿈처럼 조곤조곤 들려준다. 동트는 초원 위에서 인디오 아줌마가 끓여준 차와 프로방스의 노란 부엌에서 고양이와 겸상해서 먹는 팬케이크, 푸르스름한 새벽 기차역의 토스트와 짜이 한 잔, 창으로 손을 내밀어 따먹는 빙하 맛의 사과, 때로는 아침 시장에서 사 온 신선한 과일과 바게트로 간소하게 차려낸 아침. 책 페이지마다 투명한 공기와 청량한 햇살, 잘 익은 과일 향과 갓 구운 빵 냄새와 신선한 커피 향이 배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생생하게 살아나 무심코 숨을 크게 들이쉬게 된다. 단정한 문장과 간결한 언어 사이로 조붓한 골목과 광활한 초원과 가라앉는 섬과 빙하의 길과 무수한 별이 내리는 밤의 사막을 누군가와 함께 걷고 있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 누군가가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우리 아침 먹을까요?

아침에는 달고 부드럽고 진한 것을 먹으며 하루를 견딜 준비를 하고 싶다.

여행의 시작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지에서의 조식을 사랑한다. 아직 아무도 쓰지 않은 신선한 공기 속에 맘껏 먹어요, 라는 다정한 말과 함께 차려진 소담한 아침 식사. 뜨거운 커피가 가득 담긴 주전자, 바삭거리며 부서지는 크루아상, 갓 구워낸 팬케이크, 부드러운 버터와 레몬즙 약간에 햇살 한 스푼 첨가한 잼, 바닐라 맛 요거트와 시나몬 향 시리얼, 그리고 아침 공기 속으로 손을 내밀어 딴 빙하 맛의 사과. 긴장과 피로가 서서히 사라지며 여행의 근육이 살며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여행의 기억은 그런 사소한 아침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마법의 순간

 스마트폰도 없고, 해외로밍도 안 하고, 구글맵도 번역기도 없이 여행서와 지도를 들고 떠난 여행이 있었다. 까마득한 옛이야기처럼 신비롭고 이해되지 않는 방식으로 여행하던 시절이었다. 그리 오래 전 일은 아니다. 지도와 메모한 주소만으로 길을 찾았다. 찾았다기보다는 헤맸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덕분에 낯선 이들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많았다. 작은 친절과 호의, 그런 것들을 골목 모퉁이에서 우연히 만났다. 대륙을 잇는 기차를 타고 밤의 국경을 건너고 아침에만 잠깐 열리는 국경을 걸어서 넘었다. 비행기를 타고 날짜 변경선을 넘기도 했다. 시간과 공간을 훌쩍 건너, 그곳에 있는 무언가를 만나러 간다. 어쩌면 여행, 그것은 마법의 순간.

여행하는 물고기

 여행지에서 유독 홀로 혹은 함께 여행하는 여자들을 많이 만났다. 명절이라고 모인 친척들의 남자 없어? 결혼 계획 없어? 애 낳을 생각 없는 거야? 의 무차별 공격에서 도망쳐 떠난 홍콩 단체 여행에서 여자들로만 가득 찬 관광버스를 타고 돈독한 전우애 속에서 평화롭기 그지없는 여행을 한 적 있다. 여행을 떠난 여자들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설렘과 생동감이 넘쳐 흐고 홀가분해 보였다. 이른 새벽 볼리비아 국경을 넘을 때는 인디오 여자가 말 없는 동행이 되어준 적 있다. 인디오 여자는 추위에 떠는 이방인에게 자신의 숄을 둘러주며 따스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비앤비 숙소에서 아침을 차려주던 이도, 골목길에서 손짓과 눈짓으로 길을 가르쳐주던 이도, 우유니 사막에서 고산증에 효험 있다는 코카잎을 나눠주던 이도, 모두 여자들이었다. 그들은 밤하늘에 말없이 빛나는 별 같은 존재들이었다. 여행의 길을 담담하게 비춰주는 우연하고도 따스한 빛. 전반적으로 고통스러운 가운데에도 작은 기쁨이 간혹 있어 세상은 가까스로 견딜 수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숨을 쉬기 위해 물을 찾아 파닥이는 물고기처럼, 그렇게 여행을 떠난다.

별 것 아니지만 위로가 되는

 푸른 새벽빛이 스며드는 낯선 거리에 도착해 뜨거운 커피 한 잔, 혹은 운이 좋다면 일찍 문을 연 식당에서 달걀을 곁들인 토스트를 먹는다. 아침이 밝아오고 신선한 공기가 천천히 몸 안을 관통했다. 고산증과 짜증, 간밤의 불면과 긴장을 견딜 수 있는 건 8할은 아침 식사 덕이었다. 초원 위에서 인디오 아줌마가 끓여준 따스한 차 한 잔과 아침 햇살이 드는 베키오다리를 바라보며 먹는 호텔 조식, 사막에서 하룻밤 보내고 먹는 모래 섞인 달걀 요리, 빙하 맛의 사과로 시작하는 외딴 섬의 하루, 처음 보는 과일에 도전하는 담대한 아침, 넉넉한 이탈리아 논나의 손맛, 그곳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신선한 공기와 이국의 햇살. 별 것 아니지만 그 별 것 아닌 것의 위로를 받고 또다시 길을 나선다. 여행 뒤에 거창한 여행담이 생기거나 내가 아닌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저 떠올려보면 슬며시 미소 짓게 되는 사소한 기억 하나 지니게 될 뿐. 서랍 안쪽에 넣어두고 가끔 꺼내보고 싶은 작은 장면들, 그것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 소개

최상희
『그냥, 컬링』으로 비룡소 블루픽션상을, 『델 문도』로 사계절문학상을 받았다. 『바다, 소녀 혹은 키스』로 대산창작기금을 받았다. 그 밖에 『하니와 코코』 『옥탑방 슈퍼스타』 『명탐정의 아들』 『칸트의 집』 등의 청소년소설과 『북유럽 반할지도』 『치앙마이 반할지도』 『여름, 교토』 등의 여행 책을 썼다.

 

목 차

prologue
Lost&Found - 볼로냐
프레고, 프레고 - 포지타노
뒤섞인 기억 - 베니스
초승달의 크루아상, 두 개의 방 - 피렌체
떠나간 고양이들의 밤 - 니스
팬케이크의 부엌 -엑상프로방스
할아버지의 커피 - 아비뇽
마카롱의 아침 - 파리
그것은 마법의 순간 - 볼리비아
주저하는 토스트 - 인도
바다 위의 식탁 - 발틱해
사우나의 밤, 무민의 아침 - 헬싱키
빙하 맛의 사과 - 노르웨이
시나몬 시리얼과 바닐라 요거트 - 스웨덴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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