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내 이름은 얀이에요.
푸른 바다와 왁자지껄한 시장이 있는 바닷가 마을에 살아요.
이다음에 크면 우리 아빠처럼 멋진 어부가 될 거예요.
그런데 어느 날……, 유조선이 암초에 부딪히고 말았어요.
바다가 순식간에 새까매져 버렸지요.
온 마을이 금세 슬픔에 잠겼답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바다를 다시 볼 수 있을까요?
바다를 까맣게 만든 안타깝고 슬픈 기름 유출 사고의 기록
바다는 우리에게 수많은 것들을 안겨 주는 보물 창고예요. 우리 밥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생선, 김, 미역, 조개 등 각종 식량 자원이 있고요. 바다 깊은 곳에 묻혀 있는 천연 자원들도 있지요.
이렇게 바다가 제공해 주는 수많은 자원들은 우리의 생활을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들어 줘요. 물고기를 잡는 어부나 그 해산물을 파는 시장과 식당, 천연 자원을 연구하는 연구원 및 자원을 활용하는 수많은 공장 등 바다 덕분에 먹고 사는 사람들도 수없이 많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얀네 집도 마찬가지예요. 얀의 아빠는 어부거든요. 얀을 꼭 닮은 고깃배를 타고 매일 아침 싱싱한 물고기를 잡으러 나가지요. 엄마는 거센 파도와 바람이 아빠를 집어 삼킬까 봐 늘 걱정이지만, 아빠는 바다처럼, 파도처럼 늘 제자리로 다시 돌아와요. 바다에 나갔던 아빠가 고기를 가득 싣고 돌아오면 얀은 아빠와 함께 시장으로 가서 물고기를 팔며 손님들을 맞이하지요. 그런 아빠를 보고 자란 얀은 아빠처럼 커다랗고 멋있는 뱃사람이 되는 게 꿈이랍니다.
그런데 비바람이 몰아치고 파도가 높이 일던 어느 날 밤 이후, 아빠는 더 이상 바다에 나갈 수 없게 되어 버렸어요. 해안과 너무 가깝게 지나 다녀서 아빠가 늘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던 유조선이 암초에 부딪혔거든요. 그 배에서 새어 나온 기름이 온 바다를 뒤덮고, 얀이 사는 마을의 해안가까지 밀려왔지요. 어느 곳을 둘러봐도 온통 새까만 기름 덩어리뿐이었어요.
《바다가 까매졌어요》는 바다에서 일어나는 비극적인 재난 사고 가운데 ‘석유 유출 사고’를 모티브로 삼은 책이에요. 1978년에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아모코 카디즈호’ 사건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요. 유조선 침몰 사고로 얀과 마을 사람들은 순식간에 깊은 슬픔과 절망에 잠겨 버렸답니다. 과연 반짝반짝 빛나던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될까요?
아름다운 바다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작은 관심의 힘
석유는 우리가 타는 버스, 승용차, 배, 비행기처럼 각종 교통ㆍ운송 수단을 움직이게 하는 연료일 뿐만 아니라, 바닥을 따뜻하게 데우는 난방 연료, 우리가 쓰는 물건과 옷, 음식을 만드는 공장을 움직이는 연료로도 쓰여요. 심지어 도로에 깔린 아스팔트나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제품들도 모두 석유를 이용해서 만드는 물건들이랍니다. 이렇듯 석유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우리 생활에서 아주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에너지원이에요.
하지만 석유는 심각한 환경 문제를 일으키기도 해요. 즉, ‘양날의 검’ 같은 존재지요. 우리나라에도 책 속의 사건처럼 비슷한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어요. 혹시 ‘태안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해서 들어 봤나요? 태안 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12년이나 됐지만, 이때 기름에 뒤덮였던 태안 주변의 생태계는 아직도 완벽히 복구되지 못했어요. 바다에 떠다니던 석유가 뭉쳐 만들어진 타르볼이 여전히 해안가와 땅속 곳곳에서 발견된다고 해요.
1967년 ‘토리 캐넌호’ 사고 때는 10만 마리 이상의 바닷새가 기름을 뒤집어 쓴 채 죽었고, 1989년 ‘엑슨발데즈호’ 사고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오염된 환경이 완전히 회복하는 데 적어도 4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이처럼 기름 유출 사고는 한 번 일어나면 피해가 아주 크고 주변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끼친답니다.
이 책의 뒤쪽 부록 페이지에는 이처럼 ‘석유’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함께 실었어요. 해양 생태계에 커다란 재앙을 불러일으켰던 세계 곳곳의 기름 유출 사고 사례부터 그로 인해 입게 된 피해, 사고가 일어날 수 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처 방법 등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다루고 있지요.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석유의 사용 비중이 높은 이유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에너지’와 관련된 전반적인 정보도 고루고루 담았답니다.
사고는 한 순간이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너무도 길고 심각해요. 하지만 그곳에서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생물과 사람들이 있지요.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그 무엇보다 우리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할 거예요. 그러니 이 책을 읽고 잠시라도 사고가 일어났던 지역을 다시금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깨끗해진 얀의 해안과 상괭이가 돌아오고 있는 태안처럼 옛 모습을 되찾은 바다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작가 소개
지은이 : 마리 렌푸케
나무로 둘러싸인 마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글을 쓰고 있어요. 그 외의 시간에는 땅으로 떨어지는 나뭇잎의 속삭임을 들으면서 숲을 산책하거나, 불 켜진 집들의 어둔 창밖으로 그림자가 내려앉는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지요. 첫 책 《정글에서 온 친구》로 유니세프 어린이 문학상을 받았고, 《잼 납치 사건》 《꽉 끼는 팬티》를 펴냈답니다.
그린이 : 마르조리 베알
열정이 가득한 삶만큼 에너지가 넘치는 그림을 그려요. 그래픽과 어린이 문학 등 다채로운 분야에서 창의력을 한껏 발휘하고 있지요. 아이들을 위한 그림 교실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답니다. 그린 책으로 《색깔들의 마을》 《달의 주변》 《내 작은 연》 《바다의 숨》 등이 있어요.
옮긴이 : 이세진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다.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 『돌아온 꼬마 니콜라』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세바스치앙 살가두, 나의 땅에서 온 지구로』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음악의 기쁨』 외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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